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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융합 모델 될 것 ‘기대’ … 로스쿨용 사설학원화 ‘우려’
학문간 융합 모델 될 것 ‘기대’ … 로스쿨용 사설학원화 ‘우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8.12.22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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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신설되는 자유전공학부, 왜 논란되나

내년 3월 전국 20여개 대학에서 일제히 개강하는 자유전공학부를 두고, “‘통섭’(학문간 융합) 측면에서 적절한 모델이 돼 줄 것”이라는 대학 측과 ‘프리 로스쿨’ 이라며 비판하는 단과대학 교수들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자유전공학부는 ‘학원식 교육의 재편이 아니냐’는 교수사회의 우려가 2학기 종강을 맞아 가시화 되는 가운데 지난 12일, ‘자율전공학부의 운영방안’을 주제로 대학교양교육협의회 심포지움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 날 심포지움에서는 자유전공학부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에 따라 발생한 잉여정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책으로 나타났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빠른 시간 안에 정상화시키기 위한 방법론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자유전공학부는 전문대학원 예비과정으로 전락할 것인가. 자유전공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이 개원을 두 달여 앞두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건물 전경.
사진= 최성욱 기자

“마침내 ‘자유전공’이라는 유례없는 희한한 조어로 지칭되는 새로운 학업과정이 대학가에 등장했다. 이것이 앞으로 또 어떤 파행적인 교육을 조장할 것인지, 아니면 이것이 과연 이제까지의 비정상적인 대학교육을 정상화 시키는 데 기여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자유전공학부, 대학교육의 선도 모델이 되려면’의 주제 발표를 맡은 손동현 성균관대 학부대학 학장(철학과)은 교육 이론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법령에 따라 급조된 전공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자유전공학부 내실화의 시작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인정할 것은 깨끗이 인정해야 ‘그 다음’(개선안)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손 학장의 말대로 자유전공학부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학문의 다양화 △기초교양교육의 강화 △학과 선택권의 확대 등을 명목으로, 지난 10년간 시행해 온 학부제의 부작용이다. 다양한 학문 영역을 경험해 본다는 취지의 복수·연계전공의 경우 학생들이 졸업 후 진로(취업)에 역점을 두면서 2000년대 초반, 경영학과 쏠림현상을 초래한 바 있다.


자유전공학부는 학부제의 시스템을 온전히 이어받으면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자유 선택)됐다. 예컨대 학부제에서 전공 선택을 할 때 학부 혹은 계열 안에서 전공을 고를 수 있었던 제한을 완전히 풀어버렸다(의약학 및 사범계열 제외). 자유전공학부는 2~4학기 수준으로 교양과정을 이수하게 하고 융·복합과정으로 구성된 자체 커리큘럼을 위주로 진행한다. 융·복합 과정과 교양교육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에 대체로 기존 전공과 더불어 복수·연계전공을 기본 골격으로 한다. 말 그대로 전공 선택에 ‘자유’가 학생들에게 부여되기 때문에 취업에 용이한 ‘전공 조합’에 골몰하거나 인기 학과로 쏠림현상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김혜숙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학장(철학과)은 “대학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융합 트랙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대학이 책임질 수 있는 ‘틀’ 안에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자유전공은 대학의 방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학의 재정운영과 교육활동을 양자택일의 대상으로 여겨왔던 대학도 문제지만, ‘전공주의’를 내세워 교양교육을 소홀하게 만든 교수들도 문제”라고 손 학장은 말한다. 학문간 소통의 여지가 전무했던 학부제와 달리 자유전공학부는 특정 주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려면, 서로 다른 지적 영역을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새로운 교육 방식의 자체 개발이 관건인데 시행 두 달여를 앞두고 커리큘럼이 확정된 대학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손 학장은 “자유전공학부의 운영은 학부대학(University College)을 설립해 교양·기초교육과 융·복합 학문이 안정적으로 교육될 수 있는 기반을 다져가야 한다”며 학부대학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독립된 운영기구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민찬홍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학과장도 “졸업 때까지 학생들을 교육·관리하기 위해 튜터링, 멘토링제는 물론 매 학기 자유전공학부 1과목 이상 수강을 의무화 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며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예산지원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9학년도 자유전공학부 신설안을 놓고, 대학 측과 전공 교수들 사이에서 벌어진 설왕설래가 무색하게도 수시2학기모집에서 대학마다 평균 경쟁률을 훨씬 웃도는 지원율을 보였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유전공학부는 일단 학생들의 ‘시선잡기’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자유전공학부는 일종의 ‘실험’이다!” 대학교양교육협의회 심포지움에 참석한 교수들은 기대에 차있다. 전문대학원 설립 지침에 따라 급조됐음에도, 교육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확신이 ‘시기적으로 맞물렸다’는 기대감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전공학부가 기존 학제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실험이 될지 ‘우수 학생’ 유치 전략으로 그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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