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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護疾忌醫란] 不通의 시대, ‘주돈이’의 탄식을 돌아보다
[護疾忌醫란] 不通의 시대, ‘주돈이’의 탄식을 돌아보다
  • 김풍기 강원대·고전비평
  • 승인 2008.12.22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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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병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라는 말이 있다. 명의도 고치지 못하는 병을, 뜻밖의 장소에서 치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막상 병에 걸리면 자신의 병세는 물론이려니와 병명조차 숨기는 사람이 많다.

병이 알려지면 사람들마다 근심 어린 위로의 말을 건네겠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위로의 말이 오히려 귀찮으니 접촉을 아예 자제하는 사람도 있다.
몸에 난 병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내게 문제가 있다면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의견을 구하는 것이 상식이다. 혼자 해결하면 좋겠지만,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하거나 저절로 없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짓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그 문제점을 함께 의논하고 해결할 만한 사람이 분명 있을 터인데도, 정작 실생활에서는 그렇게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

구성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루어지는가를 살피면 그 사회의 건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밀폐된 방 안에 곰팡이가 쉬 번지듯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집단이 건강할 리 만무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집단과 모둠에서 토론과 토의를 하지만, 나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논의거리로 삼기는 어렵다. 아무리 내가 잘못했더라도 누군가가 그 점을 지적하는 순간 우리는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 충동에 휩싸이기 일쑤다. 겉으로는 대범한 듯이 웃으며 그것을 받아들이지만, 마음 속에 상처로 각인돼 오랫동안 그 아픔을 잊지 못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자신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 꺼려진다.

공자의 제자인 子路는 누군가에게서 자신의 문제점을 지적 받으면 기뻐했다고 한다. 자신이 모르고 있던 문제점을 고쳐서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北宋 시대의 유학자인 주돈이는 『通書』 「過 제26」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자로는 자신의 잘못을 들으면 기뻐하여, 그 명성이 영원히 전해지게 하였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 잡아 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병을 감싸 안아 숨기면서 의원을 기피하여 자신의 몸을 망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슬프구나!”
병을 숨기고 의사와 상의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돌아온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겠지만, 문제점을 툭 터놓고 자유로운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야 건강과 희망이 넘쳐날 수 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우리는 참 힘든 2008년 한해를 보냈다. 특히 정치권은 다양하게 제기되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비판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부족했다.
소통 부족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그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얼른 귀를 열고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병을 숨기려다 자신을 망치는 법이다.
‘護疾忌醫’는 그래서 찾은 사자성어다.

김풍기 강원대·고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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