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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환원주의로 치닫는 생물학 결정론의 심각한 오류들
유전자 환원주의로 치닫는 생물학 결정론의 심각한 오류들
  • 금인숙 충북·사회학대
  • 승인 2008.11.24 11: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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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O.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7

금인숙 충북·사회학대
포스트포드주의 유연생산체제로의 구조조정이 단행되던 시기인 1978년에 발간된 『인간 본성에 대하여』는, 저자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줄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으나 한국독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책이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미국의 곤충학자 윌슨이나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도킨스와 같은 생물학결정론자의 과학서적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이는 IMF 이후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의 재편이 강제되고, 생명공학이 21세기를 주도할 경제성장 동력기술로 부상한 시대적 상황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개미연구의 전문가만이 아니라 사회생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창시자로 유명한 윌슨의 『인간 본성에 대하여』는, 1971년과 1975년에 각각 출간된 『곤충사회』와 『사회생물학』과 함께 3부작을 구성하는 저서이다. 행태생물학과 생태생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책으로 평가되고 있는 『곤충사회』는, 개미와 흰개미 및 꿀벌과 말벌 등 사회성 곤충들의 행동유형과 집단동태를 밝혀낸 연구서이다.

『사회생물학』에서 윌슨은 연구대상을 대폭 확대해 곤충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에게서 공격성과 호전성, 협력성과 호혜성, 배우자 선택과 짝짓기, 자녀 돌보기와 부모의 희생 등과 같은 성향과 행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관찰했고, 이러한 유형의 사회적 성향과 역학적 행위특성은 개체들 각자에게 내장돼 있는 생존성의 유전요인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주장을 피력했으며,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으로서도 개체보존이 아닌 유전자보존 차원에서 이뤄지는 자연선택의 진화론이 타당하고, 역사와 사회에서 문학과 예술에 이르는 인간행위의 성과물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접근방법으로서는 생물학에 의한 사회과학과 인문과학의 통합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사회생물학』은 두 가지의 이론 때문에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하나는 자연선택의 다윈주의 진화론에 기초한 유전자결정론이고, 다른 하나는 생물학 법칙과 원리에 입각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자연과학으로의 통합론이다.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분야만이 아니라 생물학 분야로부터도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마르크스주의 사회과학자와 생물학자의 비판은 그 강도가 더더욱 통렬했다.

인신공격에 가까울 정도로 가혹했던 반대자들의 주장을 논박하고,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의도에서 윌슨이 기획하고, 저술한 책이 바로 『인간 본성에 대하여』이다. 따라서 저자가 스스로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인간 본성에 대하여』는 인간의 행동에 내재돼 있는 본질에 해당하는 특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그와 같은 성격을 지니게 됐는가를 설명해줄 종합과학으로서 사회생물학의 과학적 지위에 대한 메타과학 차원의 논의들로 채워진 저작이다.

모두 9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인간 본성에 대하여』가 포괄하고 있는 상당히 방대한 내용을, 한정된 지면에서 전부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내용이면서도 사회적으로나 학문적으로 함의하는 바가 크고, 논쟁의 여지도 많다고 판단한 인간본성에 초점을 맞추어 유전자결정론과 학문통합의 문제만을 주로 언급하고자 한다.

제1장에서 저자가 두 가지 딜레마의 형식으로 제시한 인간의 본성은, 유전자의 생물학적 진화라는 본능적인 목적에만 충실한 존재라는 것이다.
자기생존과 자기확대라는 내재적인 목적 말고는 그 어떤 초월적이거나 외재적인 목적도 추구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보다 나은 상태로 유전자가 진화해 나가기 위해 도덕적 가치와 정치적 실천을 본능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바로 인간의 본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5장에서 8장에 이르는 4개의 장에서는 수백만 년에 달하는 진화과정을 거쳐서 현재의 상태에 도달한 여타의 동물종과의 비교의 관점에서 분석한 공격성과 투쟁성, 성결합과 성기능, 이타성과 자기희생, 신앙과 종교와 같은 인간행위의 특성도 특정의 자연환경이나 사회문화적 상황 속에서 과잉발달하거나 이상 발달한 인간본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인간본성에 대한 저자의 견해와 해석에는 어느 정도 타당한 면이 있다.
첫째,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강력한 생존본능, 다른 존재들보다 비교우위를 점하려는 독점욕구에 지배당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러한 우리의 인간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하게 만듦으로써 인간중심주의와 자문화중심주의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여지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셋째, 믿음을 중시하는 종교가 자행해온 억압성과 착취성, 잔혹성과 파괴성의 실상을 드러내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넷째, 끝없이 세분화된 전문분과학문의 좁은 세계에 갇혀서 자기 전공분야로 환원시켜 생명현상을 조명하는 태생적인 환원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그와 동시에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첫째,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구조에 기인하는 인간의 행위와 성향, 기질과 태도의 원인을 유전자로 오인한 문제이다. 둘째, 노예제도의 폐지원인을, 집합적 정치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유전자의 부적합성으로 분석한 오류이다. 그 결과 기존의 사회불평등구조를 정당화하거나, 현상타파의 모든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게 되는 문제이다. 셋째, 종교의 현상을 본질로 파악해 종교 자체를 폐기한 문제이다. 넷째, 인간본성의 연구가 물리학과 분자생물학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자연과학, 철학과 심리학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에 이르는 인문사회과학이 절묘하게 결합된 통합과학의 접근방식으로 진행되기보다는 기존의 여러 분과학문에서 이룩한 업적과 결과를 끌어다가 생물학 중심으로 재해석하는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했다는 문제이다.

다섯째, 가장 결정적인 결함은 유전자결정론으로 흐른 문제이다. 생물종을 ‘유전자의 우연과 환경의 필연에 의한’ 결과물로 파악할 정도로, 저자가 환경과 문화의 영향을 중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이성이나 지성의 두뇌작용도 유전자의 생존과 번식을 촉진하는 기계장치에 불과하다는 주장으로 나갔던 것이다. 기계론적 유물론의 관점에서 저자가 주장한 것과는 달리, 인간의 정신이나 의식은 결코 유전자의 생존과 확장을 촉진하는 기계장치가 아니다. 인간의 정신은 생명유지의 본능적이고 반복적인 활동에 한정되지 않는 창조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 및 현재와 미래 사이의 변증법적인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자기정체성을 형성하고 확인하는 의식이다.

본능이나 현재, 순간이나 점을 초월해 영원과 입체를 꿈꾸고, 객관성과 영속성의 이념을 추구하며, 역사와 문명이나 언어와 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정신이지 유전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유전자의 영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속에는 생명체에 고유한 특성의 발현과 관련된 정보가 내장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유전자 자체가 생명체의 행태와 기질, 성격과 성향, 자질이나 재능, 질환이나 장애 등을 결정하거나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의 생명체에게 가시화돼 나타나는 행동특성이나 질병유형은 유전자와 환경과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상호작용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유전자 환원주의로 치닫는 생물학결정론은, 발현여부가 불확실한 유전자차별로 불평등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작용과 위험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조작으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유기체를 상품화하고 수단화하는 자본과 권력의 하수인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금인숙 충북·사회학대

필자는 위스콘신대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했다. 저서로 『신비주의』가, 논문으로 「지배이데올로기로서 생물학결정론」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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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외 2008-11-27 11:02:11
위의 삼성(三性)에서 근본적성질은 인간의 신체와 생존환경과의 원만한 상호의존적관계라 했었다.
이 말은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 할 수 있게 된 것은 근본적성질인 인간신체와 자연환경과 <상호의존적으로 원만한 관계>에 의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곳에서 <원만한 상호의존적관계>라는 말은, 윌슨과 같은 서양학자는 꿈에도 생각 할 수 없는 개념인 것이다.

<원만(圓滿)>이라는 말의 사전적 뜻은, 일반사전에서는 “충분히 가득 참. 조금도 결함이나 부족함이 없음.” 이라 하고, 불교사전에서는 “결감(缺減), 곧 모자람이 없이 주변충족(周遍充足)하다.“라고 풀이 하고 있다.

새의 날개와 공기 또는 물과 물고기의 아가미나 지느러미처럼, 인간과 자연환경의 한량없는 다차원적조건은 상호의존적으로 원만하므로 하여금 존재가 성립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존재 그 자체로서 이미 충분히 만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존재하는 것 그 자체가 가장 큰 즐거움이고, 생존과 번식을 위한 모든 본능적 및 문화적 활동은 그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닌 것이다.
근본적성질의 원만한 즐거움이 극락(極樂)이라 했는데, 불교에서는 이 근본적성질을 <열반(涅槃)>이라고 하고, 이를 깨달은 심신상태를 대원경지(大圓鏡智)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회학적으로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하면 인간은 삼성(三性)에 있어서 근본적성질을 간과하고, 지말적 성질만을 집착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윤리적 및 환경파괴적인 모든 문제를 야기하고 심화시키게 된다 하는 것이다.
만약 삼성(三性)에 있어서, 근본적성질을 깨달아 얻어서 그것을 중심으로 본능적 및 문화적 욕구를 추구 할 수만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하는 것이다.

오늘 날의 문명이 가지는 근본적이고도 총체적인 윤리적 및 환경파괴적 문제점에 대해서 이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면, 누구보다 우선하여 이에 관련된 지성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이 같은 우리나라불교의 무상(無上)의 간명한 가르침에 주목하지 않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궁구하지 않는다면, 후일에 이 시대의 우리나라 지성인들이 혹세무민한 사대주의적 사이비지성인일 뿐이었다고 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끝>

세외 2008-11-25 21:38:19
본성(本性)이라는 말과 본능(本能)이라는 말은 구분되어야 한다.
본성은 변함없이 항상하는 성질을 뜻하고, 본능은 생물의 환경에 따라서 변 할 수 있는 행동양식을 뜻한다.
인간은 본성과 본능이 구분되지만 여타의 생물은 일반적으로 본성과 본능이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에 그 저술로 하여금 퓨리처상을 수상하였다고 하는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의 본능에 대한 저술을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라고 한 것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라 할 것이다.

인간에게는 본성과 본능이 구분된다 했었다.
인간이 동물의 신체적제한성에 의한 먹이사슬 속에 있을 때에는 그 구분이 없었지만, 도구와 언어문자에 의한 문명의 발달로 하여금 신체적제한성의 생물의 먹이사슬에서 벗어나면서부터 본능에 대해서 본성이 구분되어서 그 역할이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는 3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물질적인 본성으로서 인간의 신체적감각기관이 생존환경과 원만(圓滿)한 상호의존적관계(相互依存的關係)에 의해서만 성립한다 하는 근본적성질(根本的性質)이다. 둘째는 신체적감각기관이 생활환경에 대해서 상호의존적으로 반응하는 본능적성질(本能的性質)이며, 셋째는 그 본능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언어문자의 세계에 대해서 그 방법을 모색(摸索)하고 사량(思量)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문화적성질(文化的性質)의 3이 그것이다.
이를 불교(佛敎)의 유식종(唯識宗)에서는 삼성(三性)이라 하여 그 각각을 1 원성실성(圓成實性) 2 의타기성(依他起性) 3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이라고 한다.

인간 이외의 모든 생물은 근본적성질과 본능적성질에 구분이 없다. 따라서 신체적제한성에 의한 유전적진화의 측면은 본성인 동시에 본능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믄화적성질이 발달하면서부터 신체적제한성의 생물의 먹이사슬을 벗어 난 본능적성질에 대해서 근본적성질의 반성이 시작되게 되었고, 그로부터 윤리와 도덕과 실정법 등과 같은 사회적조정장치가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문화적성질에 의해서 생물의 먹이사슬을 벗어 나게 된 본능적성질은 근본적성질을 깨트리는 성향이 생기게 되므로 하여금 근본적성질에 의해서 반성을 초래하게 되고, 또 그로 하여금 윤리와 도덕과 실정법 등과 같은 사회적조정장치가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