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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신경망·유전 알고리즘 개발은 ‘중국어방 논변’을 막아낼 수 있을까
인공신경망·유전 알고리즘 개발은 ‘중국어방 논변’을 막아낼 수 있을까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8.11.10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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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대화로 읽는 학술키워드9. 인공지능]연구 현황과 쟁점

교수신문은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 키워드를 정해 다양한 전문가적 관점의 학자적 식견이 상호 소통하는 장인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를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와 공동기획으로, 21세기 현재 지식의 전선을 바꿔나가는 이슈 키워드에 다양한 학문간 대화로 접근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미학적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데 목적이 있다.
그 아홉 번째로 이번 호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해서 살펴본다. 로봇공학을 전공한 심귀보 교수는 인공 지능 기술이 인간의 지능과 감성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에 철학자인 이영의 교수는 인공지능이 자연지능의 차원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SF 영화의 고전인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존재인 리플리컨트 중 한 명이 자신을 만든 과학자에게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리플리컨트는 그 과학자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I think therefore I am.” 인간의 고유한 특권이 이성에 있다는 저 데카르트의 언명을 인공지능을 지닌(곧 인간이 아닌) 존재가 말할 때, 우리는 더 이상 특권적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까. 「블레이드 러너」, 「터미네이터」, 「아이 로봇」, 「A.I.」 등 숱한 공상과학 영화는 인간의 지능은 물론이고, 감성까지 모방한 인공 지능적 존재를 그려왔다. 개중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도 있다. 과연 이런 상상은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현대적 의미에서 인공지능의 개념적 기원은 천재 수학자 튜링에서 찾을 수 있다. 튜링은 지능에 대한 수학적이고 조작적 정의를 내리면서, 그 규정을 구현한 검사를 통과하는 기계는 인간만큼 지능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뉴웰과 사이먼은 인간의 사고를 기호조작의 과정으로 파악했다. 이 경우 컴퓨터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된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지능을 너무 협소한 의미로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최근에는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인공지능 구현에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는 자기 학습과 감성 능력이다. 스스로 지식을 생산하고, 그 지식과 경험을 통해 다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학습 과정은 인간의 명령에만 의존하지 않는 인공지능의 필수 기능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감성 능력도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다. 감성 능력이 확보된 인간 지능은 보다 능동적이고 실질적인 의사소통을 인간과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과 감성을 지닌 존재를 구현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학자들은 실제 생물의 신경망을 모방해 인공신경망을 구상하기도 하고, 자연계의 진화 기제를 모방한 유전 알고리즘을 개발하기도 하며, 심지어 자발적으로 학습 목표를 변화시키는 과정도 구현하고자 한다. 분명 지금의 기술 수준은 큰 눈길을 끌지 않지만, 비약적인 발전의 맹아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철학자들은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썰은 중국어방 논변을 통해 인공지능의 낙관적인 관점을 비판한다. 이 논변은 간단히 말해 컴퓨터가 행하는 기능적인 조작과 인간의 지능이 행하는 이해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리 프로그래밍이 된 인공지능에게 ‘너는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을 때, 그 인공지능이 ‘나는 지금 방에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인간이 동일하게 답을 했을 때, 둘의 답은 외적으론 같지만, 결코 동일한 의미론적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곧 인공지능에 비판적인 철학자들의 눈으로 볼 때, 인공지능은 제 아무리 발전을 해도, 인간의 마음만이 포착할 수 있는 의미와 관념들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많은 시냅스로 구성된 인간 뇌의 비밀도 해명하지 못했고, 설령 해명한다고 한들, 그 복잡한 조직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능력도 없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다.

철학자들의 비판은 여러모로 타당해 보이고, 인공지능에 대해 낙관적이기에는 기술 수준이 아직은 미약하다. 그렇다고해서 미래 어느 날 실험 후 폐기했던 한 인공지능 로봇이, 자의식을 형성해 섭섭한 마음을 갖고 우리를 찾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을까.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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