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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노동조합 결성 찬반] ① 허용될 수 없는 이유
[교수의 노동조합 결성 찬반] ① 허용될 수 없는 이유
  • 교수신문
  • 승인 2002.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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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9 10:43:41
김응권 교육인적자원부 대학행정지원과장

지난해 11월 10일 일부 교수들의 참여 하에 ‘전국교수노동조합’이 결성됐다. 이들이 주장하는 교수노조의 필요성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교육정책 결정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사학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함이며, 셋째는 계약제 실시에 따른 교수신분 불안에 대처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와 같은 주장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교수노조를 결성하고 활동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得보다 失이 많다고 생각한다.

사회지도층의 노조결성 어불성설

우선, 대학교수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특수한 지위와 교수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교수노조가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학 교수들도 강의 및 연구의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기는 하지만 교수들은 일반 근로자들처럼 일방적인 피고용자적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에 있어서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학문의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교수인사, 학사 및 재정운영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에도 참여하는 등 특수한 지위를 갖고 있다. 또한 오늘날과 같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 과정에서 대학교수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고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대학 교수들을 사회 지도층으로 존경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무시하고 교수노조 활동을 강행할 경우 그 동안 쌓아온 사회적 신뢰를 상실하는 것은 물론 대학 교수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던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게 될 것이다.

교육정책 결정과정 참여는 교수노조가 아니더라도 교수 개개인 차원은 물론 현재 다양하게 조직되어 있는 전문직 교수단체, 각종 위원회를 통해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컨대 대학설립심사, 대학평가, 입시제도 개선, 두뇌한국21 사업 추진, 학술진흥정책 등 중요한 대학정책의 결정과 추진과정에 각 대학 교수들의 의견들이 매우 비중 있게 반영된다. 교수협의회 등 각종 교수단체가 주장하는 의견들 중 합리성이 있는 것들은 결코 가볍게 처리되지 않는다. 또한, 대학정책과 관련하여 아무 제한 없이 표현되는 많은 교수들의 각종 기고문도 정부정책에 대한 의견개진과 비판의 한 유형이다. 결국 교수노조가 아니더라도 교수들이 대학정책의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 정책결정 과정 참여를 교수노조 설립의 당위성으로 주장하는 것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또한 교수노조 결성에 참여한 교수들은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서도 교수 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학비리 척결은 교수들뿐만 아니라 정부, 학부모, 학생, 그리고 일반 시민들 모두가 관심을 갖는 사안이며, 사학비리가 있다면 그것은 단호히 척결돼야 한다. 그러나 사학비리는 교수노조보다는 국민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경실련이나 환경운동연합 등과 같은 강력한 시민단체 운동을 통해 척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계약제 시행에 따른 교수신분 불안 해소 및 교수의 권익 보장을 위해서 교수노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계약 임용제는 지금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대학교원 임용방식을 탈피하여 우수한 교수에게는 오히려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등교육의 수월성 추구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다. 학문적 업적과 학생지도 실적이 우수한 교수라면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만일 학문적 성과나 학생 지도상 정말로 문제가 있는 교수의 신분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교수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급기야는 법을 어기면서 노조를 결성하고 활동한다면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학 교수들이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신규 임용 교수에게 적용되는 계약제의 자의적 운영에 대한 염려가 있을 수도 있으나 재계약의 조건과 절차는 임용권자의 독단이 아니라 대학인사위원회의 심의 등 집단적 협의를 거쳐 운영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교수노조는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법에 따른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교수협의회 등 각종 교수 단체들이 특별한 제한 없이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누려왔다. 그러나 노조활동에 대해서는 헌법상의 제한이 있다. 우리 헌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하여 근로 3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동시에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근로 3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헌법 제 33조). 이에 따라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국·공립 대학교원의 노조활동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어기고 노조활동을 할 경우 해당자를 징계처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임용권자의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법은 노조활동을 할 경우, 징계뿐만 아니라 면직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노조활동을 계속할 경우 교수들의 신분보장과 권익보호를 명분으로 시작한 활동이 오히려 신분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득보다 실이 크다

위와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의 교수노조 결성은 득보다 실이 크다. 현재 교수노조의 필요성과 허용여부에 대해서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교수들의 요구를 합법적인 방법으로 주장함으로써 건설적 비판자이자 대안 형성자로서 최고의 지성인다운 성숙함과 사회지도층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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