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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프롤로그] 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 김영수 미국 켄터키대·언론학
  • 승인 2008.10.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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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미국 켄터키대·언론학
아침에 잔뜩 흐린 하늘을 보며 우산을 챙겨서 출근해서는 2평 남짓 될까 말까한 연구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느라 몇 시간째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연구실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절대 부족한 학과의 사정상 불평할 입장은 아니지만 창문이 없는 골방을 연구실로 배정받은 지라 갑자기 어디 감방에 갇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문득 들어, 걸어서 5분쯤 떨어진 건물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라도 사올 요량으로 연구실을 나섰다.

이제는 만 7년도 지난 2001년 7월, 나는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뒤로 하고 세 살짜리 딸 아이 그리고 아내와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초 석사 2년을 계획했던 유학길은 뜻하지 않게 늘어났고,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을 놀래키면서 나는 박사과정까지 발을 디뎠다. 박사 과정 마지막 일 년은 논문을 빨리 써야 한다는 부담감과 직장을 잡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머리를 벽에 박고 싶은 충동을 매일 매일 참아 내는 세월이었다. 수많은 대학에 신규 교수 모집에 원서를 냈다. 진인사 대천명이란 옛말이 맞았던 건지 운칠기삼이란 말대로 운이 좋았던지, 결국 나는 무사히 박사가 됐고, 고대하던 직장을 얻었다. 이제는 ‘유학생’이 아니라 한국인 ‘패컬티’가 돼서 서른 후반의 나이에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가을 학기가 시작된 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신임 교수에 대한 배려로 한 과목만 가르치고 있는데도, 그것도 박사 과정 중에 이미 과목을 맡아서 가르친 경험이 있건만 여전히 정신이 없다. 내일의 수업을 위해서 오늘 하루를 꼬박 바치는 벼락치기의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일상 속에서 미국의 대학에서 파란 눈의 미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외국인 교수로서 겪은 일과 겪게 될 일들을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나누고자 한다. 내가 자리를 잡은 켄터키 대학에서만도 한국인 교수들이 서른여 명이나 된다. 한국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교수님들 중에서도 미국에서의 교육 경험을 가지신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니, 나의 경험담이 얼마나 신선하게 다가갈지 모르겠다.  그래도,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짬을 내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혹은 잠시 생각을 해보게 하는, 그런 얘기가 됐으면 한다.

김영수 미국 켄터키대·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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