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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와 대법원, ‘國保法’ 보는 눈 달라졌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國保法’ 보는 눈 달라졌나
  • 문재완 한국외국어대·법학
  • 승인 2008.09.29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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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본 표현의 자유와 사법권

이 글은 지난 6일 대법원에서 헌법커뮤니티(회장 서기석·서울고법 부장판사)와 한국헌법학회(회장 신평·경북대) 주최로 열린 ‘사법권과 기본적 인권의 보장’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문 교수의  ‘표현의 자유와 사법권’의 일부분입니다.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다양한 의견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국민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국가권력이 사전에 검토해 그 허용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우리 헌법은 제37조 제2항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 일반적 법률유보 조항을 두고 있지만, 사전검열을 수단으로 하는 제한은 법률에 근거를 두더라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의견의 내용과 관계없이 표현의 방법에 대한 제한은 공동체 생활에서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표현의 자유가 표현 내용에 대해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표현이 헌법상 허용되지 않을 경우 그러한 표현이 이루어지고 난 뒤 평가를 거쳐 불이익을 부가하는 것은 사후규제로서 허용된다. 다만 표현에 대한 사후 규제는 자칫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비록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어떠한 표현이 허용되지 않는지 불명확할 경우 표현행위의 주체는 사후에 부과되는 불이익이 두려워 표현 그 자체를 자제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위축효과(chilling effect)라고 한다. 위축효과는 표현의 자유를 사후규제하는 법에 요구되는 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의 또 다른 측면이라고 하겠다. 명확성의 원칙은 일반적으로 법치국가에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요구되는 원칙이라고 하겠으나, 특히 형벌을 부과하는 입법과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런 배경 속에 최근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판례가 크게 늘고 있는데 특히 사상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와 관련, 가장 논란이 많은 법이 국가보안법이다. 가장 논란이 심한 조항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 제5항이다. 해당 조항의 위반사건이 가장 많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판례를 통해 헌법재판소가 제시하는 것은 ①표현물의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것이고, ②그 표현이 위해를 가하는 것이 명백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대법원은 ①표현물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존립·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것이고, ②그 표현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만 가지고 이적 표현물을 찾는다.

한편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례를 살펴보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라는 동일한 기준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적표현물로 인정되는 범위가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주장하고, 북한이 주장하는 김일성의 1926년 타도제국주의동맹, 1931년 항일유격대활동, 1936년 조국광복회 활동 등을 자주 독립 투쟁으로 파악하는 내용의 대학교재를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보았고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철학인 변증법적 유물론의 기본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한 철학서적 역시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보았다.

이적표현물의 판정 결과의 변화에서 대법원이 표현 양태의 적극성 외에 현존하는 위험의 정도, 즉 북한 중심의 통일이 실현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1990년 결정에서 “특히 해악이 크냐 작으냐의 정도에 따라 결정함이 합당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 사실상 대법원 판례에 녹아 들어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현존하는 위험에 대한 평가를 대법원이 독점하고 있어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위험에 대한 평가가 보수적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지적할 수 있겠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법학

필자는 인디아나대에서 「인터넷 시대의 성표현물 규제에 관한 연구 : 미국과 한국의 비교를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했다. 『언론법-한국의 현실과 이론』등의 저서와 「사법소극주의의 재검토」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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