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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주의 글쓰기·분단체제론 등 ‘우리 이론’ 가능성 커
탈식민주의 글쓰기·분단체제론 등 ‘우리 이론’ 가능성 커
  • 권희철 기자
  • 승인 2002.0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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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우리 이론을 재검토한다’ 자문교수들 응답 결과

학제간 연구에 관심이 많고 이론과 현실의 경계점에서 고민하는 학자들이 ‘우리 이론’으로 ‘탈식민주의 글쓰기’, ‘분단체제론’, ‘온생명’ 등을 들고 나왔다. 무엇이 ‘우리 이론’의 기준점일까는 여전히 논란 중이지만, 이들 중·소장 학자들은 대체로 우리 학문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내용은 우리신문이 2002년 신년을 맞아 기획한 연중학술기획 ‘우리 이론을 검토한다’의 자문 교수들과의 대담과정에서 확인됐다. 자문에 응해준 이들 교수들의 평가를 통해, ‘우리 이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론들이 우리 지성사에서 결코 부재했던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다양한 평가 속에서도 시대의 요구를 걸머지고 자생학문의 가능성을 진단하는 지적 고투의 치열한 현장이 엄존했다는 것만큼은 공통된 견해였다. 학문적 종속성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면면에서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역사적 깊이와 시대적 너비도 확인했다. <관련기사 14면>그렇다면 우리 이론의 면면들은 어떠할까. 자생성과 구체성의 잣대로 도출한 결과로 윤곽을 잡은 밑그림은 다음과 같다. 경제사학(김용섭), 내재적 접근(송두율), 동양학논쟁(김용옥), 민족경제론(박현채), 민족문학론(백낙청), 민중신학(안병무), 분단사학(강만길), 분단체제론(백낙청), 사회구성체와 변혁논쟁, 생명사상(김지하), 심미적 이성(김우창), 온생명(장회익), 우리학문하기(조동일), 자생풍수(최창조), 전환시대의 논리(리영희), 탈식민주의 글쓰기(조한혜정·김영민) 등의 항목이 두 명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 이중에서도 경제사학, 동양학논쟁, 민중신학, 분단사학, 분단체제론, 온생명, 우리학문하기, 탈식민주의 글쓰기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자문에 응해준 학자들은 대체로 무엇을 기준 삼아 ‘우리 이론’이라 말할 수 있는지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사학과)는 △한국사회에 대한 구체적 분석에 기초한 논리 △다른 연구자나 인접분야에 미친 파급력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 △국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논리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또 이진우 계명대 교수(철학과)는 △‘우리’ 이론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시각 △이론으로서의 체계성과 보편성 △학문적 영향력 △이론화의 잠재력을 지닌 문제제기 등의 항목을 꼽았고, 김정근 부산대 교수(문헌정보학과)는 성찰성, 실천성, 유용성의 기준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중 가장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학문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문제인데, 답변자들은 대체로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켜야 ‘우리 이론’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의 것이라 인정받는다는 것은 세계 차원의 학문공동체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며, 세계 차원의 학문공동체에서 시민권을 획득하는 것은 단순히 독자성의 의미보다는 우리 현실을 좀더 잘 설명해 주는 것”이라는 박순성 동국대 교수(북한학과)의 설명이 이런 견해를 대표하고 있다.

권희철 기자 khc@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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