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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사직’ 엄격 규제, 정무직은 ‘사회봉사’ 인정 많아
선출직 ‘사직’ 엄격 규제, 정무직은 ‘사회봉사’ 인정 많아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8.09.08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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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페서’ 어떤 논의부터 시작해야 하나

최근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을 지낸 교수들이 2학기 개강과 함께 강의에 나서자 소속 학과(단과대학) 학생들이 ‘복직 반대 운동’에 나섰다. 여야 3명의 국회의원은 ‘폴리페서 제한법’을 잇따라 제출했다. 대학도 자체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구체적인 ‘폴리페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폴리페서’ 논의의 정의부터 필요하다. 한 대학의 교수는 “‘폴리페서’라는 말이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현상도 보인다”면서 “대학에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대학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일이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학 교수의 겸직 가능한 일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폴리페서 제한법’과 유일하게 관련 규정을 마련한 성균관대 규정부터 살펴보자.
성균관대는 지역선거구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 공천을 받거나 출마하면 사직하도록 했고, 전국선거구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에게는 휴직을 허용했다. 정부기관의 고위직에 진출하는 경우는 학과 내 1인에 한 해 휴직을 허용했다. 성균관대의 규정은 선출직 중에서도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폴리페서’로 규정한 셈이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과 민주당 신낙균·김동철 의원이 국회에 발의한 ‘폴리페서 제한법’은 폴리페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규제 방안이 다르다. 심재철 의원은 국회의원과 정무직 공무원 모두 사직해야 한다고 했지만, 다른 두 의원은 국회의원의 경우에만 제한 규정을 뒀다. 정무직은 교수의 전문성을 활용한 ‘사회봉사’ 활동의 일환으로 인정한 것이다.

성균관대 자체 규정과 현직 국회의원이 발의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대체로 선출직 국회의원은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맡을 수 없는 일로 보았고, 공공기관장 등 정무직 공무원은 교수직을 유지하면서도 맡을 수 있는 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학 내에서 ‘복직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요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폴리페서’ 논란과는 성격이 달라 보인다.

청와대 수석을 지낸 김병국·곽승준 고려대 교수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류우익 서울대 교수의 경우는 선출직이 아닌 ‘공직’에 몸담았다가 올해 초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임대환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은 “류 교수 문제는 폴리페서 논란이 아니다”면서 “학교 규정이나 법안 마련이 ‘복직 반대 운동’의 핵심이 아니라 이명박정부의 실정 이면에 중요한 자리에 있었던 정치적 책임을 지라는 것이고, 선생으로서 도리를 지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페서’ 문제가 아니라 ‘나랏일’ 수행에 대한 평가 문제다.

한 교수는 “선출직이 아닌 정무직으로 일했고 휴직과 복직 절차에 문제가 없는 경우라도 일을 맡고 있을 때 교수로서 합당한 일을 했는지, 적절한 행동이었는지 평가하는 것은 정당하다”며 “교수는 학생과 관계를 맺는 직업이고 함부로 처신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폴리페서’ 논란은 관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김안중 서울대 교수협의회 의장은 “교수의 사회참여 폭이 굉장히 넓다. 교수의 사회봉사 가이드라인에 대한 윤곽을 정한 뒤에 지역구, 비례대표, 공공기관장, 각종 위원회 사회 봉사 등 세부 사항을 정해야 한다”며 “특정 개인이나 사례를 놓고 ‘폴리페서’로 규정지어 규제를 논의하는 일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교수윤리강령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고려대의 한 중견교수는 “지금까지는 관행으로 장관 등 정무직은 임기를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곤 했는데 교수의 사회참여 한 방법으로 인정돼 온 만큼 관행이 아닌 제도적인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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