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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에서 ‘긍정적 차별’ 정당한가
대학입시에서 ‘긍정적 차별’ 정당한가
  • 제갈춘기 영국통신원·카디프대 박사과정
  • 승인 2008.09.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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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포드대 신입생 선발 논란

영국의 수학능력시험인 에이레벨 (A-level) 시험 결과가8월 초에 발표됐다. 발표가 나오자 신문과 방송은 다양한 시각과 각도에서 에이레벨 시험 결과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각 신문은 전국, 지역 단위로 작년에 비해 학생들의 수학능력이 더 나아졌는지, 학생들이 에이레벨에 어떤 과목을 많이 선택했는지 그 배경과 함의는 무엇인지 등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고 있다.

물론 유명 청소년 배우가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우수한 성적을 냈다던 지 (해리포터에서 공부벌레 역을 연기한 엠마 왓슨 같은 경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딛고 좋은 성적을 얻은 학생의 경험담이라던 지 최고의 성적을 받은 학생들의 면면을 전하는 기사와 같이 흥미성 기사도 빠지지 않는다.

이 가운데 옥스퍼드가 발표한 신입생 선발 기준이 영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의 일요일판 신문인 <옵서버(Observer)>는 지난 8월 17일자 신문에서 옥스퍼드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할 때 학업 성적 뿐만 아니라 그 학생의 ‘잠재력’까지 고려하기로 해 이 결정이 ‘사회공학’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옥스퍼드 대학은 지원자의 거주지 우편번호(영국은 가난한 동네와 부자 동네가 나뉘어져 있어서 우편번호에 따라 그 가정의 경제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와 함께 일반에 공개된 몇 가지 정보를 선발과정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선발제도에 따르면 지원자가 졸업한 학교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진학 시험 성적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지, 학생이 보호시설 등에 맡겨진 적이 있는지, 빈곤한 가정의 어린이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입시에 고려하게 된다. 이 경우에 모두 해당하면서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면접을 할 기회를 보장받는다. 이 학생들은 가정환경이나 좋은 학교를 나온 학생에 비해서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물론 합격을 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계획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계획이 중산층 가정의 지원자에게 불공평하다고 주장한다. 버킹검대학에 있는 교육 및 고용 연구센터 소장 알란 스미더스 교수는 축구를 예로 들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의 ) 퍼거슨 감독이 축구 실력으로 선수를 평가하듯이 옥스퍼드도 지적 능력에 따라 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사회공학에 옥스퍼드 대학이 따라가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극성맞은 학부모들이 옥스퍼드의 새로운 방침을 악용해 자녀가 대학에 지원하기 직전에 가난한 지역에 집을 구해 잠시 이사를 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새 제도에 대해 비판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학생연합의 회장인 웨스 스트리팅은 옥스퍼드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그는 옥스퍼드와 같은 대학들이 직면한 문제 중의 하나가 다양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인데 이번에 도입될 제도를 통해서 학생 선발이 더욱 공정해 지고 학생들의 성적뿐만 아니라 잠재력까지도 입시에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훌륭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지역할당제나 농어촌 특별 전형 등의 긍정적 차별(positive discrimination) 제도와 그와 정반대되는 기여입학 제도가 동시에 논의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비춰보면 옥스퍼드 대학의 결정은 이재저래 “개천에서 용 나오기 힘든” 우리사회에 시사한 바가 많다.

 

제갈춘기 영국통신원·카디프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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