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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임용’ 긴급 중단·연구기금도 줄어
‘신규임용’ 긴급 중단·연구기금도 줄어
  • 김영수 미국 통신원·컨터키대 교수(언론학)
  • 승인 2008.09.01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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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하강에 대학들 좌불안석

 몇 년 간의 호황기를 보낸 미국 경제가 부동산 시장 거품이 빠지면서 생긴 신용 시장의 경색과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 등 연이은 악재로 경기 하강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음이 확실해지고 있다. 이런 경제 침체의 파급 영향이 미국 고등교육의 핵심인 대학들에까지 미치면서 미국 교수 사회에선 이에 대한 우려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특히나 경기 하강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각 주 정부가 갑자기 줄어든 세수에 맞추어 앞 다투어 예산을 삭감하거나 기존에 편성된 예산안에 의한 지출까지 줄이자 학교 운영 예산의 상당 부분을 주 정부로부터 배정된 교부금에 의존하는 주립대들이 우선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뉴욕주의 주립대 시스템인 SUN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소속 4개의 핵심 대학 중 하나인 버팔로 대가 가을학기 개강을 불과 3주 정도 앞둔 지난 8월 7일, 모든 신규 임용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으며 일정 금액 이상의 지출이 필요한 구매 계약 역시도 중단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주 정부가 모든 주 정부 산하 기관의 지출을 7%씩 줄이도록 지시한데 대한 대응 방안의 하나로 나온 결정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비단 뉴욕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올 초부터 미국의 여러 주에서 연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 봄 플로리다주에서는 주 정부의 재정 악화에 대한 여파로 주립대들이 앞 다투어 신규 교수 임용 절차 등을 일시 중단하기도 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싸우스 플로리다대의 경우는 주 정부 보조금 중 무려 3백50여억 원이 삭감 당하자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이 대폭 늘어나 대형 강의가 많아지는 상황을 감수하고도 다수의 비정년 교원을 해고했으며, 학교를 떠나는 교수들의 자리도 당장은 임시직인 강사를 고용하기로 했다.

플로리다주립대 역시 경기하강의 여파로 휘청이고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플로리다대를 필두로 한 플로리다 주립대들에서는 학교를 떠나는 교수들의 숫자가 긴축 재정이 시작된 후 전년 대비 3배 가량의 비율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주 전체 고등 교육 시스템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한편, 올 초에는 켄터키 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켄터키 주의 대표 주립대학인 켄터키대의 경우, 지난 1월 중순 경 대학 당국이 단과 대학이나 학과별로 진행하고 있는 모든 교수 신규 임용을 중단하도록 긴급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결국, 켄터키 대학은 신규 임용은 선별적으로 재개했지만, 공석으로 남아 있는 180여개의 대학 행정직은 채우지 않고 그 자리를 아예 없애 버림으로써 앞으로의 지출을 줄이기로 했으며, 의대를 제외한 모든 학교 교직원들의 임금을 2년간 동결하기로 했다.

이렇게 주립대처럼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건 아니지만, 미국의 사립대학들도 경기 하강이 계속될 경우 대학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데 결정적 수입원이 되는 대학 기부금이 대폭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 사회나 대학의 이러한 침체 분위기는 특히나 대부분의 연구 기금을 외부에 의존하고 있는 이공계 교수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는 문제가 되고 있다. 미전역에 걸쳐 연구 기금 자체가 대폭 줄어들었고, 이에 따른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져서 당장 필요한 연구 기금 확보도 아주 어려운 지경이라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으나 켄터키 대학의 한 한국인 연구 전문 교수의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자면 예년에 비해서 연구 기금 자체가 절반 가까이로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구 기금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김영수 미국 통신원·컨터키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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