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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영양소분석에 눈돌리자
[학이사] 영양소분석에 눈돌리자
  • 이경혜 창원대ㆍ영양학
  • 승인 2008.08.25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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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때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면 음식으로 병을 고치는 법을 배운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흥미를 느껴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한 것이 벌써 3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세월 동안 식품영양학과 안에서 영양학과 더불어 지내왔는데, 전공분야도 사회도 참으로 많이 변했다. 1976년, 대학 3학년 여름방학에 농촌진흥청의 응용영양사업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봉사자로 서울의 한 산동네에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가장 먹고 싶은 식품이 달걀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콜레스테롤이 많다고 냉면에 나오는 달걀을 남기거나 노른자는 버리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먹거리 문화가 가장 많이 변한 듯하다.

국민소득의 증가와 생활수준의 향상 그리고 농수산업의 발전과 식품가공업의 발전으로 먹을 것이 풍성해져 영양부족의 문제가 해결되나 싶더니 생리적 요구에 맞는 합리적인 식행동보다 관능에 충실한 식행동이 만연하게 되면서 비만인구의 증가로 소위 성인병이라고 하는 당뇨ㆍ고혈압ㆍ동맥경화 등의 질병발생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사회적으로 걱정이 많다. 이런 현상들로 인해 식품영양학이 국가 과학기술로서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중요한 학문분야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는 이 분야의 기초 연구나 개발에 정책적인 투자가 미흡하다.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 집단급식 및 외식관리, 전통식문화 정착, 건강기능식품소재 개발, 지역사회 영양개선, 국민 영양관리 등 국민의 건강생활 실천에 기초가 되는 응용학문으로서 향후 국민건강증진 및 식품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 하게 될 핵심 분야이므로 다양한 연구와 사업 수행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

특히 식품영양가표를 사용해 자료를 분석할 때마다 표면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너무 발전했지만 국민들이 매일 먹고 있는 식품들의 영양소분석이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고 항상 한계를 느낀다. 너무 기본적인 사항이라 무시되고 많은 프로젝트들이 유전과 영양 같은 그럴 듯한 프로젝트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식품영양학자들이 다 동원돼 프로젝트를 실시하면 의외로 빨리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정확한 식품영양가표가 제대로 만들어져 신뢰할 수 있는 영양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 국가에서는 저 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이해 국민건강수명을 연장하고 국가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다양한 건강 관련 제도를 수립하고 정책들을 수행하고 있다. 2003년 보건교육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보건교육사 제도를 2009년 1월 시행 예정으로 국민건강증진법상에 도입했고,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사업 활성화를 위해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 방문건강관리인력 채용을 매년 늘리고 있으며, 가구규모별 최저생계비 200% 미만인 임산부 및 영유아를 대상으로 영양교육 및 상담, 보충식품 공급, 영양평가를 실시하는 ‘영양플러스+’사업을 시범사업을 거쳐 전국 보건소로 확대하고 있다.

또 금연, 절주, 식이,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 스스로 건강을 증진하도록 평가, 교육, 상담 등을 제공하는 건강서비스를 민간 시장에 맡겨 활성화하고자 건강서비스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노인의 노후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양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법을 제정해 올 7월부터 운영하고 있고, 어린이들이 올바른 식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해 안전하고 영양을 고루 갖춘 식품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어린이 건강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2008년 3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이 제정돼 2009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국가 정책 및 사업에서 영양부분이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관련 연구를 활성화 하고, 영양 전문인력의 활용과 자질 확보를 위한 제도적인 근거가 미흡해 정책 추진 및 사업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과다한 영양섭취로 증가되는 비만과 만성질환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고, 저소득층의 경우 영양부족 또는 영양불균형으로 영양취약계층을 형성하는 등 영양상태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체계적인 국민영양관리를 위해 국민영양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연령, 계층, 질병 등의 기준에 맞춘 영양관리사업 실시, 한국영양연구원 설립, 전문영양사 및 영양사보수교육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법률이 제정돼 국민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침 보건복지부에서는 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2006년 건강증진사업 정책연구과제로 국민영양기본법(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 관련 행정부서, 연구원, 단체, 학회 의견을 수렴하고 공청회를 거쳐 법안을 마련한 상태다. 이 법안이 제 18대 국회에 상정돼 통과되면 국가 영양정책 및 사업 활성화에 큰 진전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우리 학문분야가 국가 발전 및 국민 건강증진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민은 국

가의 제 1의 자산이며 경쟁력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경혜 창원대ㆍ영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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