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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2002년 대학가 무엇이 달라지나
[전망] 2002년 대학가 무엇이 달라지나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2.0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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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9 10:37:11
임오년 새해를 맞는 교수들의 심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즐비하게 늘어선 지방선거, 월드컵, 대통령 선거 등 사회쟁점 때문이 아니다. 올해 교수사회와 대학에 불어닥칠 ‘태풍’ 때문이다. 2002년은 교수의 법적 신분을 일거에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뒤바꾸는 계약임용제 시행 원년이다. 지난 한해 내내 교수들은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했지만, 결국 계약임용제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 하나의 사안만으로도 새해 교수사회의 표정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초부터 낙담만할 일은 아니다. 기대를 걸어 봄직한 소식도 적지 않다. 소외된 기초학문과 지방대에 대한 지원계획이 그것이다. 주요 쟁점별로 2002년 한해 대학가의 모습을 조망해 본다.

교수의 신분변화

계약임용제 도입 : 2002년을 기점으로 교수의 법적신분이 완전히 뒤바뀐다. 교수 계약임용제가 드디어 시행되기 때문이다. 2000년 1월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된지 2년만에 시행세칙을 담은 교육공무원임용령이 지난 12월29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됨으로써 계약임용제는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게 됐다. 이는 곧 정년까지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교수의 ‘정규직’ 신분이 매번 계약갱신을 통해 위치를 검증받아야 하는 ‘계약직’ 신분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뜻한다. 계약제가 도입되는 이상 교수들에게 대학은 평생직장으로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신임교수들은 계약제 규정으로 채용되고, 기존 교수들도 현재의 근무기간이 끝날 때 자신의 선택에 따라 계약제로 채용될 수 있다.

이 제도가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지 부정적 파장으로 이어질지, 지금 당장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학문연구의 자율성·독립성·연속성을 생명으로 하는 학자의 신분이 위협받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번 임용되면 대학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임면에 관한 권한이 법인 등에 편중돼 있는 대학의 현실 때문이다. 반대로 교수의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능력과 업적에 따른 임용관행이 정착된다면 정체된 교수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계약제를 각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도입하고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있다.

신규임용 절차 변화 : 계약임용제가 도입되면서 교수들의 채용과정과 채용방식은 까다로워진다. 제도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그 절차와 과정이 객관화·공정화·투명화되는 것이다. 개정된 교육공무원임용령에 따라 교수를 신규채용할 때는 지원마감 2개월전까지 채용분야·인원·지원자격을 일간신문 등을 통해 공고해야 한다. 심사과정에도 외부인사를 3분의 1이상 포함시켜야 한다. 또 지원자가 심사기준과 심사결과의 공개를 요구할 때는 채용대상자를 확정한 다음 공개해야 한다.

새로운 교육정책

그간 교육부의 대학지원책은 현장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 일방적으로 정책방향을 정하고 지원하는 방식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소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외된 부문에 대한 지원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초학문과 지방대에 대한 지원 확대와 국립대 강사료의 인상이 그것.

기초학문 육성 : 지난 한해 기초학문육성위원회(위원장 정대현 이화여대 교수)가 준비해온 기초학문 육성계획은 올해 가장 기대를 모으는 정책이다. 연말 고등교육예산이 가감없이 국회에서 통과돼 기초학문 분야는 올 한해 1천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인문·사회과학과 기초과학부문에 중점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달내로 지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방대 지원 : 심각한 재정난으로 존폐의 위기에 몰리고 있는 지방대에 대한 지원책도 기대를 모은다. 교육부는 올해 지방대 지원을 위해 5백억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지방대 육성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는 지방대로서는 흡족하진 않지만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시간강사료인상 : 생계비로도 모자란 대학강사들의 강사료도 크게 오른다. 시간당 2만 4천원에 머물러온 국립대 강사의 시간강사료는 올해부터 3만원으로 인상된다. 다른 직업이 없는 시간강사에게는 시간당 4천원의 연구보조비가 추가 지원된다. 고단한 학문여정을 계속하고 있는 학문후속세대들의 숨통을 터 줄지 기대를 모은다.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국립대발전계획과 두뇌한국(BK)21사업도 계속된다. 국립대발전계획 예산은 지난해 25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BK21사업 예산은 1,430억원으로 260억원 가량 줄었다.

변경되는 법령과 제도

법령과 제도가 변경됨으로써 대학가에 달라지는 내용도 적지 않다. 먼저 올해부터 국립대의 등록금 책정권이 자율화된다. 국립대 총장이 책정권한을 갖게 돼 국립대간에도 등록금 인상률이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특허법 개정으로 국립대 교수의 특허권은 앞으로 대학에 귀속된다. 지금까지 국립대 교수의 특허는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관리해 왔다.

연구비 지원과 정산방식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름 아닌 연구비 카드제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과학기술분야를 중심으로 시작된 연구비 카드제는 올해부터 인문사회부문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비 카드제는 음성적인 연구비 탈루를 막고, 투명한 사용을 정착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연구비를 지급받는 교수 명의로 통장이 개설되고, 카드가 지급되면 연구기자재의 구입부터 자료구매까지 카드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전문대와 관련된 제도적 변화도 적지 않다. 먼저 대학과 전문대간에 차별화된 교수의 자격기준이 단일화된다. 이로 인해 4년제 대학교수와 차별적인 호봉을 적용받아온 전문대 교수들의 급여수준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간호과 등 몇몇 분야에 제한적으로 운영돼 온 수업연한연장도 전 분야로 확대돼 3년제로 개편된다. 전문대 졸업생의 지방대 편입도 대폭 확대된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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