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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예술이 뭘 위한 거냐고?”
“대체 예술이 뭘 위한 거냐고?”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8.06.30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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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파워 오브 아트』 샤이먼 샤마 지음|김진실 옮김|2008

일찍이 어느 비평가가 ‘문학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선언은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을 전제로 성립한다. 그 질문은 ‘문학은 무엇인가?’ 또는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주어인 ‘문학’ 자리에 ‘예술’을 대입해도 사정은 같다. 그런데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미술사와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샤이먼 샤마의 『파워 오브 아트』를 보면, 이 선언은 수정돼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영국 BBC 방송에서 2006년 10월 20일부터, 10월 27일, 11월 3일, 11월 6일, 11월 17일, 11월 24일, 12월 8일까지 8편으로 방영한 ‘파워 오브 아트’ 다큐에다, 샤마 자신이 방송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것과 방송을 진행하면서 그가 깨달은 사실들을 더 보태 펴낸 책이다. 샤마의 시선이 훑어내린 불멸의 예술가들은 모두 여덟 명. 카라바조, 베르니니, 렘브란트, 다비드, 터너, 반 고흐, 피카소, 로스코 등이다. 모두가 ‘성좌’로 등극한 미술사의 별들인지라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이들을 찾아가 ‘감동’을 실어주는 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샤마가 동원한 감동의 증폭 체험을 엿보기 전에 도대체 샤마는 ‘예술이 뭘 위한 건데?’라는 비아냥거리는 질문에 어떻게 답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자. 샤마는 말한다. “화가들의 성공과 실패의 순간에 우리는 개인으로서, 또한 그들과 같은 인간으로서 가슴을 울리는 뭔가를 느끼게 된다. 그것은 구원, 자유, 죽음, 죄의식, 영혼 또는 물질 중 어느 것일 수도 있고 그 모든 것일 수도 있다.” 샤마가 말한 ‘가슴을 울리는 뭔가’는 ‘극적인 순간’에 나타난다. “그러한 극적인 순간이 펼쳐질 때 걸작은 세상에 대해, 그리고 그 세상이 우리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에 대해, 어떤 지혜로도 설명할 수 없는 진실들을 역설할 수 있다. 그리고 축구경기 결과나 백화점 세일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한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미술관으로 끌려온 사람들이 던지는, ‘그래서 대체 예술이 뭘 위한 건데?’라는 질문에 대해서, 예술은 쉽사리 반박하지 못할 위엄 있는 답변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매듭짓는다. 

또 샤마는 말했다. “위대한 예술은 두렵고 끔찍하다.” “예술의 힘이란 경탄의 힘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모진 긴장과 갈등 속에 탄생한 걸작의 이야기를 그려내고자 했다”고 고백한다. 이 고백은 샤마가 전개한 진술 방식에까지 스며든다. 예컨대 “우선 카라바조에 대해 두 가지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라고 운을 떼면서 “당신이 참수된 거인 골리앗의 모습을 한 카라바조의 얼굴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화가 자신이 괴물이나 그로테스크한 죄인 이미지와 중첩된 이런 그림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다시 없을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서술하는 장면은 책 곳곳을 지배하면서, 이 힘이 독자를 사로잡는 하나의 주술처럼 작용한다.

샤마가 전개한 대가와 걸작의 아우라 중심의 미술사 강의가 어떤 이들에겐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급된 여덟 명의 예술가를 대중 앞으로 호명해내는 방식,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경탄’, ‘감동’이라는 정서적 공감폭을 작품 주변까지 세밀하고 해박하게 들여다보면서 붙잡아내려고 한 시도는, 책 곳곳에 배치돼 존재를 드러내는 ‘걸작’ 그 자체와 함께 흥미로운 경험의 지평을 확대해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 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비드」, 캔버스에 유채, 1605년~1606년, 보르게세 미술관,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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