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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대학의 생존법 … 뛰는 등록금에 기는 전입금
우리시대 대학의 생존법 … 뛰는 등록금에 기는 전입금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8.06.30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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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최근 4년간 대규모 사립대 결산비교

학부 재학생 수 1만5천명 이상인 대규모 대학은 학교 살림을 어떻게 꾸려가고 있을까. <교수신문>이 대규모 대학에 해당하는 20개 사립대를 대상으로 2004년부터 2007년 회계년도까지 4년간의 각 대학 결산을 분석한 결과 재단전입금 수입은 비슷한 반면 전체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높아졌다. 한 자릿수를 유지하는 법정재단전입금은 결국 대학들이 재정 문제를 헤쳐나가기 위해 손쉬운 등록금 인상책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된다. 각 학교 결산분석은 2004~2006년 한국사학진흥재단 사립대학 회계정보시스템 입력 결과를, 2007년 결산은 각 학교 홈페이지 예결산 공고 결과를 바탕으로 실시했다.

재단전입금이 4년째 제자리걸음인 대학이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수입에서 재단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을 뿐 아니라 4년째 증가폭이 거의 없는 대학이 절반 이상이다.

낮은 전입금 수입은 사립대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옛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발표한 ‘대학재정 현황 및 발전방향’에 따르면 2005년 사립대 전체 수입 중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69%에 달한 반면 국고보조금 8%, 전입금 수입 7%, 기부금 수입 4%, 기타수입은 12%로 나타났다.

연세대, 2007년 재단전입금 1,234억원 최고

2007년 결산 결과 재단전입금이 가장 많은 대학은 연세대로, 1천234억원이다. 전입금 가운데 경상비전입금이 138억9천만원, 법정부담전입금은 101억6천만원이다. 학교 전체 수입 중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8%다.

2위를 기록한 대학은 재단전입금 1천63억원의 성균관대다. 재단전입금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6%로 20개 대학 중 가장 높다. 성균관대 전입금 수입은 2004년 18%에서 2005년 24%, 2006년 28%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경상비전입금 대부분이 임상교원 인건비로 지급되고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대기업 재단이 운영하는 다른 대학의 전입금 실적도 사정은 그리 나아보이지 않는다. 한진그룹이 운영하는 인하대는 4년간 전입금 수입 평균이 전체 수입의 5.8%에 불과하다. 최근 두산그룹을 영입한 중앙대는 지난 4년간 전입금 수입이 뚜렷하게 하락했다. 2004년 재단전입금은 315억2천만원으로 전체 수입 중 12%를 차지했지만 2005년 34억원(2%), 2006년 32억원(2%), 지난해 27억원(1%)으로 내리막길이다. 앞으로 두산그룹이 학교를 운영하면서 재단전입금을 얼마나 내놓을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입금이 전체 수입 중 10%를 넘는 대학은 연세대, 성균관대, 고려대, 경희대, 건국대 등 5곳에 불과하다. 박정원 상지대 교수(경제학과)는 “낮은 전입금, 특히 법정전입금을 지키지 않는 재단은 재단으로서 역할을 못 하는 것”이라며 “전입금 수입이 터무니없이 적은 대학이 ‘대규모’ 대학을 운영하면서 학생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상위권 대학’이라고 평가받는 대규모 대학도 등록금 의존율이 지나치게 높았다. 동의대는 2007년 결산 결과 등록금 수입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2%, 동아대와 한국외대가 각각 81%에 달했다. 조사대상인 20개 대학 전부 등록금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학생 등록금에 지나치게 의존

 
대부분 대학에서 2005년 등록금 수입 비중이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2007년 결산에서 다소 줄었다. 지난해 초 과도한 등록금 인상률이 논란이 되면서 대학마다 등록금 인상률을 조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세대의 등록금 수입은 2006년 전체의 52%에서 2007년 50%로 감소했고 고려대는 65%에서 63%로, 동국대는 83%에서 78%로 낮아졌다. 반대로 건국대는 2006년 60%에서 2007년 65%로, 이화여대는 57%에서 59%로, 홍익대는 53%에서 65%로 등록금 비중이 오히려 늘었다. 건국대는 4년 동안 등록금 수입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증가했다.

이월적립금으로 ‘몸 불리기’ 여전

대규모 사립대는 여전히 매년 수십 억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다. 적립금은 건축과 연구, 장학 등을 위해 적립하는 기금으로, 출처가 분명한 일정액의 적립은 필요하다. 그러나 적립금 대부분이 연구·장학금이 아닌 건축이나 출처가 불분명한 기타적립금으로 활용되거나 등록금 인상을 부추기면서까지 적립금을 쌓는 ‘묻지마 적립’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20개 대학 중 2007년 이월적립금 액수가 전년도에 비해 줄어든 대학은 건국대, 원광대, 경희대, 인하대 등이다. 건국대는 2006년 275억원에서 2007년 204억원으로 감소했고 인하대는 2006년 62만8천원의 이월적립금이 있었지만 2007년 결산 결과 이월적립금은 없다고 명시했다. 반대로 단국대는 2007년도 이월적립금이 전년도에 비해 48억원 가까이 증가했고 중앙대 13억원, 성균관대 9억5천억원, 동아대 6억5천만원 가량 늘었다.

대학 적립금과 관련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꾸준히 문제를 지적해 왔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3월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 6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6년 한 해 동안 학교별로 평균 108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교비회계 운영수익 총액의 2분의 1 이상을 적립하지 못하게 하고 상한초과분을 학교교육에 재투자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지난해 고등교육 예산 1조원 증액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해 적립금의 주식투자 등을 허용했다. 대규모 대학을 중심으로 등록금에 의존하는 수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산학협력단 활성화, 기부금 모집 등 ‘돈 모으기’에 적극 나선 상황이 앞으로 결산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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