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 내정자가 자신의 논문 일부를 교사 연수를 위해 시·도교육청 정기간행물에 게재를 허용한 것은 사회봉사활동의 일부로 이해되며, 논문의 자기표절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 내정자의 ‘자기표절’ 의혹에 대한 교육관련 8개 학회장의 ‘학계 의견’이다. 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자기 표절’의 다양한 유형 가운데, 학술지에 실었던 논문 내용을 신문, 잡지 등 대중매체에 싣는 경우는 허용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이들 ‘교육관련 학회장’들은 언론이 지적한 ‘자기 표절’의 여러 사례 가운데 교내 학술지에서 학회 학술지로 출처를 밝히지 않고 대부분 그대로 옮겨 쓴 논문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또, 정 내정자의 ‘자기표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도 표절 정의만 내세웠지, ‘자기표절’에 대한 정의는 제시하지 못했다. ‘자기표절’이 쟁점인데도 핵심을 비껴 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자기표절’에 대한 학계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교육관련 학계 의견’을 마련하는 데 참여했던 한 학회장은 “교내 학술지는 열악한 경우가 많다. 실을 논문이 없어 동료 교수들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학진 등재학술지 이외의 교내 학술지까지 문제 삼으면 자유로울 수 있는 학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자기표절’은 최근에 제기된 개념으로 기준이 불명확하고 예전에는 ‘관행’으로 여겨 인식이 별로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명백한 잘못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정진곤 교육수석 내정자에 이어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박종렬 대교협 사무총장 내정자까지 의혹을 산 ‘자기표절’ 논란은 여러 과제를 남겼다. 학계에서 자기표절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고, 강화되고 있는 연구윤리 기준을 과거의 잘못을 해결하는 데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해결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또, 언론에서 보는 자기표절과 학계가 생각하는 자기표절의 불일치도 소통이 필요하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