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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외국대학과 ‘공동학위제’ 추진 바람
[흐름] 외국대학과 ‘공동학위제’ 추진 바람
  • 교수신문
  • 승인 2001.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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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6 21:15:06
외국대학과 국내 대학에서 동시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공동학위제’를 추진하는 대학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 8월 미국 워싱턴의 아메리칸대 로스쿨과 공동학위제에 대한 협의를 마쳐, 이르면 내년부터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10월에도 프랑스 시엥스포(파리고등정치대학원), 독일 자유 베를린대, 네덜란드 라이덴대 등과도 공동학위 협정을 체결했다.

전남대의 경우, 전산학 분야에서 공동학위제를 우선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전남대는 호주 타스마니아대와 공동학위 취득을 위한 ‘2+2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전남대측은 “짧은 기간 동안 두 대학으로부터 학위를 받게 되고, 유학 간 것과 다름 없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적인 인력을 양성하는 장점을 지녔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나노 테크놀로지 분야의 과학기술자 양성을 위한 석·박사 공동학위제를 추진한 대학도 눈에 띈다. 선문대는 지난 10월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 공과대학(MSIU)과 공동학위과정설치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또한 두 대학은 나노 테크 센터 설립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현재 세부적인 항목과 관련해 실무 협상 중에 있다.

우석대는 중국 산둥 사범대와 공동학위제 시행을 위한 협정을 맺었으며, 강릉대와 울산대는 환동해권 국제대학협의체 소속 대학들인 러시아 국립극동해양대, 러시아 국립 극동대, 일본 국제대학, 중국 길림대, 중국 연변과학기술대 등과 공동학위제를 추진하고 있다. 김남두 강릉대 교수(국제통상학부)는 “교육과정이 달라 조정이 어렵긴 하지만 내년이면 러시아 극동대와 중국의 길림대 등 두 개 대학과 공동학위제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동학위제를 통해 상호 학문적 자극을 주고 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공동학위제는 기존의 학점교류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대학간 협력프로그램으로, 지난해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 서서히 확산돼 왔다. 전체 졸업 학점의 4분의 1 범위 내에서만 타 대학에서 취득한 학점을 인정하던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2분의 1’로 변경되면서 외국 대학과의 공동학위제 실시가 훨씬 원활해진 것.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이러한 공동학위제의 확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실보다 득이 훨씬 많은 대학 교류”이며 “세계를 무대로 한 대학간의 교류가 우리나라의 대학들에 커다란 자극이 돼 교육의 질을 한층 높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간 꾸준히 공동학위제를 추진해온 유럽과 미국의 대학들과는 달리, 초기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 대학들의 경우 여러 가지로 준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국내 최초로 고려대와 파리 7대학에서 공동박사학위를 취득한 신항수(35·한국사학과)씨는 “아직 공동학위제가 정착되지 않아, 행정적인 측면에서 번거로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으며, 신씨의 지도교수인 조광 고려대 교수(한국사학과)는 “법적인 보완과 조처가 뒷받침돼야 공동학위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 대학행정지원과 구자문 사무관은 “공동학위제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교육과정 체계가 서로 달라서이기도 하지만, 협정을 맺는 두 대학간의 수준 차이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공동학위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양 대학간의 교육 인프라와 사회 인프라의 동등성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과연 ‘공동학위제’는 ‘세계경쟁’ 논리에 들린 대학들이 기대한 만큼 재미를 볼 수 있는 새로운 국제 교육교류일까. 지적 자극, 학문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 소득이 있다면 기대해 볼만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학들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울 듯하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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