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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만료 자동면직’과 싸우는 교수들
‘임기만료 자동면직’과 싸우는 교수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8.06.09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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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비정년트랙, 논란 빚는 두 대학

이화여대  억지로 낸 ‘사직서’가 발목을 잡다

이성형 이화여대 교수(정치외교학과)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임용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를 낸 결과 ‘기각’ 결정을 받았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은 사법상의 고용 계약으로 이 교수의 사직서 제출에 따라 이 교수는 재임용 심의 신청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화여대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교수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재임용 심사 신청 기회는 계약으로 제한 할 수 없음에도 이화여대는 재임용 심사의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았다”며 “2007년 말에 소속 학과 교수들이 만장일치로 전임교원 임용 대상자로 추천했지만 신규 임용에서도 탈락했다”며 지난 2월 20일 소청심사 청구를 냈다.

교원소청심사위는 이번 결정의 주요 판단 근거로 삼은 ‘사직서’ 제출에 대해 “2008년 1월 16일에 사직서를 제출해 2008년 2월 5일에 사직서가 적법하게 수리됐고 이후 2월 15일에서야 이 교수가 사직 철회의사를 밝혀 이 교수의 사직 의사표시는 철회될 수 없다”고 밝혔고, “이 교수는 처분일까지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았고, 이화여대가 재임용 거부 의사표시를 했음에도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학교측 입장을 옹호했다.


이 교수의 재임용 탈락을 반대해 왔던 같은 과의 구대열 이화여대 교수는 “법원에 가면 이 교수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낸 건지, 억지로 낼 수밖에 없는 분위기에서 낸 건지 다 밝혀질 것”이라며 “학교가 무리수를 두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비정년트랙 2년 계약이 끝난 뒤 정식 계약을 해야 하는데도 1년을 더 연장했고, 이후 학과의 만장일치로 정년트랙 교원으로 임용한다는 암묵적 동의를 구한 상황에서 이 교수가 ‘사직서’를 낸 것”이라며 “대학은 법의 판단 이전에 학문적인 판단이 우선하는 곳으로 지금이라도 대학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 이 교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화여대측은 “사직서 수리 이후에 이 교수가 사직서 철회 의사를 밝히고 재임용 심사 대상자라고 요구해 왔다”며 “절차상 구제할 수 없는 경우”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학교측은 처음엔 인사규정에 따라 총 임용기간이 3년을 넘지 않는 교원이라며 ‘학교 규정상 재임용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해놓고 소청심사 때는 왜 ‘재임용 심사 신청을 하지 않았느냐’며 말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번 주 중으로 교과부 소청 결과에 대해 행정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교수단체와 관련 학회도 이 교수 구명 운동에 나선다. 민교협, 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 등 교수단체 대표자들과 정치학회 서명 대표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내 교수 1명 등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대응할 계획이다.

 



동덕여대  이사회 의결사항도 이행않는 대학당국

 

동덕여대는 이사회가 계약기간이 만료돼 자동 면직됐던 비정년트랙 교수들을 재계약해야 한다고 의결했지만 정작 대학 당국이 이행하지 않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동덕여대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재직기간 6년 기한’을 깨고 계약기간이 만료된 비정년트랙 교수 5명에 대해 재계약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6월, 2000년 3월부터 강의전임강사로 임용된 ㅇ교수가 ‘2007년 8월 31자 계약만료로 인해 본직을 면함’이라는 재임용 거부 처분을 받았다가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임용 거부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청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위는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에서 규정한 재임용 관련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단지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사유로 재임용거부 처분을 한 것은 위 규정에 반하는 위법한 처분이라 할 것이어서 재임용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동덕여대 이사회는 “차후 분쟁의 소지가 있으므로 ㅇ 교수를 재계약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며 비정년트랙 교수에게 ‘임기만료에 따른 자동면직’을 허용하지 않고 재임용 심사 기회를 주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임기 제한’ 규정을 없애고 ‘무기 계약’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지난 2006년 2월 ‘임기만료에 따른 자동면직’이 됐던 비정년트랙 교수 3명이 ㅇ 교수와 같이 “통상 6년으로 묶였던 비정년교원의 임기를 깨고 6년 시한을 넘어선 재계약 결정을 적용해 달라”고 대학 측에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동덕여대 이사회는 올해 2월 26일 44차 이사회를 열고 “재계약 심사 청구를 한 3명을 재계약하고 2년 후 철저한 평가를 통해 재계약 여부를 다시 결정하자”고 의결했다.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는 “최근의 소청심사 결정이나 판례를 보면 재계약 종료시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이유로 학교 측이 패소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 법률적으로 달리 방안이 없는 것 같다. 재계약해 강의를 주고 여의치 않으면 강의가 없더라도 2년 경과후 적법한 과정을 거쳐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사회에서 재계약 하자고 의결했지만, 정작 대학 당국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대학당국은 총장 제청을 거쳐 인사위원회에서 통과한 뒤 다시 이사회에 결과를 보고하는 절차가 남아있다며 이사회 의결 사항 이행을 미루고 있다. 결국 손봉호 총장의 결단이 가장 중요하지만 손 총장은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손봉호 총장은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인사위에서도 여러 번 논의가 됐지만 인사위원회와 이사회 사이에 끼여 있다”고 말했다. 손 총장은 그러나 “비정년트랙 교수 문제에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면서 “총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주요 결정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손 총장은 지난 2007년 11월8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차기 총장을 선출할 때까지 총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동덕여대는 오는 8월 31일까지 차기 총장을 선출해야 한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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