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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는 경쟁 촉진제 아니다” 공개될 정보 내용 놓고 오래 고민
“정보공개는 경쟁 촉진제 아니다” 공개될 정보 내용 놓고 오래 고민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8.05.26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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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대학정보공시,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순서가 뒤바뀌긴 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뒤늦게 ‘교육 정보공개 제도’ 공청회 등 의견수렴계획을 내놓았다. ‘초중고 학력공개’를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 현장과 사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대학정보공시도 거의 확정적이지만 의견수렴을 거쳐 수정될 수도 있다는 게 교과부의 입장이다. 교과부는 지난달말 교원 급여 현황과 신입생 출신학교의 유형별·지역별 비율, 중도탈락 학생 비율, 외국인 학생 현황 등 6개 항목을 추가해 13개 분야 57개 항목(안)으로 늘려 대학에 안내문을 보냈다.

대학정보공시제는 교과부의 재정지원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대학운영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 교과부도 대학정보공시제는 올해 ‘시범사업’의 성격이 강하다고 밝혀 손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학정보공시제는 학생, 학부모, 산업체 등의 수요자 ‘선택권’과 알권리를 보장하고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해 대학구조개혁을 가속화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또 다른 대학평가 방법을 도입하는 셈이다. 그래서 서열화 심화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떻게 대학정보를 공시하고 있을까.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11월말에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제정 방안 연구’라는 자료집을 내놨다. 교육정보를 공시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인지라 타선지석의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조사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교육정보 공시 목적이 공개 수준과 방법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분명히 규정돼야 한다”며 “미국은 초·중등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 관련 정보를 학부모에게 제공하고 있고 그래서 학교별 학업성취도 결과를 공개하고 학교 간 비교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에 일본은 학업성취도는 학교간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에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외국 사례 가운데 대학정보공개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성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요약했다.

일본, ‘취업률’은 제외

□ 2001년 제정된 독립행정법인 등이 보유한 정보의 공개에 대한 법률과 2002년 제정된 동법 시행령에 근거해 2004년부터 시행했다. 고등교육기관의 경우 교육환경, 연구활동, 학생의 졸업 후 진로, 대학선발에 대한 정보 전반을 공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대학평가 자료인 대학기준협회에서 실시하는 대학상호평가 자료는 공표하고 있으나 취업정보는 공표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고 취업정보 공개 소송에서 대학은 대학평가와 관련된다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취업률은 전국 및 지역별, 전공대계열별 수준에서 문부성이 공표하고 있다. 문부성은 학력과 진로 등에 대한 정보 공개가 교육의 질 담보와 교육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강조했다. 또 재정지원 문제나 학교 서열화, 교육 분야에서의 경쟁 촉진으로 연계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미국, 정보공개라기 보다 ‘서비스’ 차원


□ 2001년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강화하고 교사의 질적 수준을 고취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제정했다. 고등교육기관의 정보공개는 법령에 의한 정보 공개라기보다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학교선택권과 관련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의 경우,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선택권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개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가 아닌 NCES(국가교육통계사업 주관) 홈페이지에서 모든 학교에 대한 정보를 일괄 공개하고 있다. 보다 세분화된 정보 공개를 원하는 경우, NCES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심의해 청구 정보의 제공 여부를 결정해 공개하고 있다.

영국, 10여 년간 ‘정보공개’ 논의


□ 교육부의 산하에 있는 ‘대학교육협의회’의 성격을 가진 대학재정 지원기관이 대학의 정보를 수집한다. 영국의 교육관련 정보의 전반적인 내용은 교육부 내 정보관리팀이 보관하고 통제하고 있다. 이 정보의 공개를 요청할 경우, 공개절차는 교육부에 문의를 하고,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영국은 수집하고 공개하고자 하는 정보의 사회적 정의 문제를 놓고 지난 10여년의 시간을 두고 절충을 해왔으며 현재는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평가해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이 이것에 불응하거나 불성실하게 응할 경우 외부 전문평가단을 구성해 파견하고 필요한 정보를 강제로 수집하게 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경비는 대학의 지원금에서 삭감한다. 여기서도 불성실하게 응하면 대학 경영진의 자율성이 거의 박탈되고 대학경영은 법정관리 수준에 가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대학은 통폐합의 수순을 밟게 된다.

독일, 대학 간 비교 없이 개별 대학 공시만


□ 독일은 개별 학교 수준에서는 일반적인 개요 수준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개별 학교에 대한 세부 통계 내용은 연방정부 관할 통계청 홈페이지의 ‘국가공식 학교정보’에 접속해 학교 고유번호를 입력해야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간 비교와 같은 전체 통계보다는 개별 학교 내 세부 정보에 대한 공시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독일 정보공개의 특징이다. ‘평준화 원칙’이 여전히 골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정보공개는 단위 학교로 제한된 교육프로그램 공개와 교육연구 집단들의 자료 수집이 목적이다.

프랑스, 교육부가 ‘진로정보 포털사이트’ 운영

□ 프랑스 교육법은 학생 개개인이 진로계획을 세우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를 교육받을 권리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다. 2005년 이후 교육부에서 대학교별 학사과정 졸업률과 2년제 공과대학의 졸업률을 공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보 공개가 개별 대학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의 정보 공개는 학교 소개 책자, 홈페이지, 진로정보를 제공하는 각종 행사, 학교 방문 행사 등을 통해 대학 정보를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생을 위한 진로정보 포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공개하고 있는 정보는 매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지는 않는다. 바깔로레아 합격률이나 고등교육기관의 졸업률 공개는 진로정보 제공 이외에 각급 학교가 교육성과를 스스로 판단하고 향상하도록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학생의 배경요인을 고려해 전국의 다른 학교와 비교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시하기 때문에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공개적으로 학교 간의 ‘경쟁’을 언급한 문건을 찾을 수 없었고, 학교 간 ‘경쟁’보다는 국민의 교육권을 보장한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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