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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교육이 대안 될 수 있을까
‘융복합’교육이 대안 될 수 있을까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8.05.13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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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교양교육의 방향 모색한 성균관대 학부대학 심포지엄

대학마다 교양교육 강화를 교육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실제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양교육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아직까지 몇몇 대학에서 학부대학, 기초교육원을 설립하면서 실험중인 단계다. 교양교육에서 무엇을 다뤄야 할지, 목표는 어떻게 설정해야 될지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 9일 성균관대 학부대학(학장 손동현 교수 철학) 설립 3주년을 맞아 열린 심포지엄 ‘전환기의 새로운 교육수요와 대학의 융복합교육’에서는 교양교육의 과제와 방향을 다양한 관점에서 모색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같은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일지라도 대학을 다니는 목적이 다를 수 있다. 그 목적에 따라서 교육과정과 학사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동현 학장의 이같은 주장은 학생중심 교육의 관점에서 주목해 볼만하다.

고등교육이 대중교육이 된 시점에서 대학교육의 목표도 실질적인 교육수요에 따라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손 학장은 학생들의 교육 목표에 따라 △전통적 학문 후속세대 양성 교육 △전문직업 교육 △일반직업교육 △교양기초교육 등으로 구분했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은 △전교생 대상 교양기초교육 △일반대학원 진학을 위한 학사교육과정(자유학술 전공) △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학생교육과정(전문학술 전공)으로 재편된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전문직을 희망하는 학생, 일반기업체 취업을 원하는 학생이 대학 교육에 기대하는 점이 다른 만큼 학사구조도 ‘맞춤형’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전공분야별로 교양교육의 수준을 달리하는 형태와는 차이가 있다.

지정 토론자인 이태수 서울대 교수(철학과)는 “이를 테면 ‘공대생을 위한 영어교육’이라는 교과목이 나오는 배경에는 같은 영어과목이라도 공대생들에게는 좀 달라야 되지 않겠냐는 의식이 깔려있다. 일부 공대 교수들은 교양교육을 도구과목이나 전공 심화학습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공대생들에게도 심도깊은 교양교육은 동일하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교육목표에 따라 교양교육도 다양화 해야


이날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은 교양교육의 방향으로 제시된 융복합교육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이를 위한 과제에 논의 초점을 맞췄다.

손학장은 “새로운 문명사회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지적 능력도 어느 한 분야 지식만으로 함양되기 어렵다”면서 “지식사회의 지형 변화가 융복합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정 토론자로 참가한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분자생명과학부)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교양교육보다 심화된 형태의 교육을 주문했다. 최교수는 먼저 교양교육의 문제점으로 “수업시간에 늘 학생들에게 사회 진출하면 직업을 평균 5번 정도 바꾸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는데, 대학에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타과생을 배려한다고 ‘말랑말랑’하게 만든 과목을 듣고 대학 문을 나가게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면서 “전공교육만큼의 심화된 깊이로 여러분야 학문을 묶어 교육하는 것이 보다 앞서 나가는 교양교육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융복합교육을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최 교수는 많은 대학과 교수들이 융복합교육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시도하지 않는 이유를 학과와 맡은 교과목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교수들의 폐쇄적 태도에서 찾았다. “대학 안팎의 요구 때문에 교육을 등한시하기로 작심한 교수들이 역설적이게도 자기가 맡은 과목에서 정체성을 찾고 있다”면서 “스스로도 새로운 주제가 떠오르면 경영학이나 공학을 연구하는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지만 현 대학 상황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태수 교수는 “교수들과 학생들 모두 학과라는 적당한 소단위에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융복합교육은 분야별로 나눠져 있는 칸막이 교육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존의 ‘칸막이’보다 얇은 새로운 칸막이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양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이 느끼는 교양교육의 문제점도 쏟아졌다. 최종철 서울대 기초교육원 연구교수는 “학제적 접근으로 시도한 관악모듬강좌를 만들었지만 수강인원을 채우지 못할 정도”라면서 “보통 강좌보다 학습 부담이 크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는 “고전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에게는 외국대학과 달리 고전이라고 불릴 만한 게 없다”면서 “만들어진 배를 배위에 띄우는 것이 아니라 물위에서 배를 만들어서 항해하는 것 같은 막막함을 느낀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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