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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회장, “법인연합회 등과 협의해 재개정”
대교협 회장, “법인연합회 등과 협의해 재개정”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8.04.14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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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사학법 ‘개악’ 밀어붙이기 … “사학재단 위한 자율인가”

손병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서강대 총장)이 “사립학교법 원상회복을 추진하고 더 나아가 폐지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1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교협 차원에서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추진하겠다”며 “다시 개정하면 개방형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 등은 다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또 “6월에 새 국회가 열리면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를 정식으로 건의하겠다”며 “선진국으로 가자고 하면서 왜 후진 제도를 유지해야 하느냐, 대학 자율화를 한다고 하면서 왜 사학만 통제 하냐, 대학에 맡기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어 “지금 대학은 굉장히 발전했고 대학 내에 교수와 직원, 학생 등 파워그룹이 생겨 재단이 전횡을 휘두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단 1원도 재단이 그냥 가져갈 수 없다”고도 했다. 손 회장은 “만약 비리가 생기면 기존의 법으로도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교협은 사립학교법 문제점을 지적해 온 사학법인연합회와 종교단체 등과 협의해 재개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8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벌써부터 쟁점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어 사립학교법 재개정도 급류를 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교수단체 등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된다.
지난 5일 <교수신문>이 창간16주년을 맞아 기획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진단 6개 교수단체 특별 좌담’에서 교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대학구성원의 대학운영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적 사학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철세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교권위원장(배재대 명예교수)은 “이명박 정부가 민주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구조도 없이 자율화하겠다는 것은 사학 경영자의 권한만 확대시킬 뿐이고 대학은 더 많은 문제점이 생길 수 있으며 오히려 대학 내부의 자율성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유석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호원대 철학)는 “지난해 7월에 개악된 현행 사학법으로 교수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대학평의원회가 심의기구에서 자문기구로 전락했다”며 “대학평의회의 재단이사, 감사 추천권도 개악을 거치면서 별도의 이사추천위원회를 만들어 교수들이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그런데도 대교협은 ‘독소조항’이라고 하면서 가장 먼저 없애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손 회장은 “입시비리 등 구체적 사안이 생기면 대교협 내 윤리위원회에서 자체 조사해 필요할 경우 고발조치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여전히 감독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대 사안이면 감사를 청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 2005년, 2007년 두 차례 개정 거친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법은 지난 2005년 12월 ‘개방형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개정됐다가 2007년 7월에 다시 개정 됐다. 재개정되면서 ‘개방이사’를 도입해 사학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
학내 구성원들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의 권한과 기능이 줄어드는 대신 사학법인의 권한이 강화된 것. 개방이사 선임방식을 대학평의원회에서 2배수 추천하도록 한 것을 대학평의원회에 새로 만든 ‘개방이사추천위원회’가 2배수를 추천하도록 바꿨다.

추천위원은 종교사학의 경우 종단이 절반을 추천하도록 하고, 일반 사학의 경우 대학평의원회가 절반을 추천하도록 했다. 결국 학교 측이나 법인측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인사가 많아져 ‘개방이사’라고 하더라도 법인에 우호적인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시이사에서 정이사체제로 전환할 때 정이사의 1/3이상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자로 선임할 수 있도록 했으나 재개정되면서 이 조항이 삭제됐다.
사학비리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막기 위해 만든 이사장의 겸직 금지와 학교장 중임 제한조항도 완화됐다. 이사장은 다른 학교법인의 이사장이나 학교장을 겸직할 수 있게 됐고, 대학총장과 유치원장은 중임 제한을 폐지했다.

임시이사와 관련된 조항도 대폭 바꿔 임시이사 선임과 해임, 정상화방안을 심의하기 위해 독립적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했다. 임시이사 임기도 3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교수단체들은 “사학재단이 개방이사 선임 전권을 차지하고 임시이사 임기를 3년으로 제한해 비리재단이 단기간 안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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