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3:55 (금)
서평자의 입장과‘속셈’은 객관화할 수 없나
서평자의 입장과‘속셈’은 객관화할 수 없나
  • 유팔무 / 한림대·사회학
  • 승인 2008.03.31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서평을 말하다[ 사회과학 서평의 위상학

서평이란 어떤 책에 대한 평론이다.  그 책은 “읽을 만하다”든지 “읽을 가치가 별로 없다”든지를 평가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형식의 글이다.
이런 점에서 서평은 두 가지 측면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으로는 서평을 쓰는 사람의 독후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책을 읽을 사람들, 즉 잠재적인 독자들에게 그 독후감을 표현, 전달하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

“내가 읽어 보니까 그 책은 이렇고 저러하다. 읽어 볼만 하니 (독자들도)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란다”는 식이다. 서평의 내용과 형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과학 서적의 독자층은 최소한 두 부류로 나눠진다. 첫째는 교수·박사·대학원생 등 전문적 지식인에 해당하는 사람들, 둘째는 사회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입문 수준 혹은 교양 수준의 대학생이나 일반인이다.
이 두 부류 중 누구를 상대로 쓰느냐에 따라 서평의 내용과 구성이 달라질 것이며, 사실 다르기도 해야 할 것이다.

전문학술지에 쓰이는 서평은 전자에 속하며, 일간지·교양잡지·대학신문 등에 실리는 나머지 대부분의 서평은 일반 교양독자들을 상대로 쓰이고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똑같은 책에 대한 서평이라도  예상독자층의 눈높이에 맞추어 내용과 구성이 달라질 수 있고, 또 달라진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은 지나치게 전문적인 내용들로 돼 있고, 어려운 용어와 설명들이 많기 때문에, 교양으로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서평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서평들은-이미 서평 대상으로 추천 혹은 선정되는 과정을 거친 책들에 대한 서평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대개 칭찬하는 내용, 때로는 극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평의 결론 또한 대개는 ‘읽어볼만한 책’ 아니면 ‘꼭 한번은 읽어 두어야할 책’이 돼 왔다. 이와 달리, 학술지에 쓰이는 서평에서는 독자들의 전문성 수준이 전제되기 때문에 보다 비판적 혹은 논쟁적인 내용이 어느 정도 담백한 표현으로 담기는 일이 흔하다.   

읽어야 할 ‘이유’를 ‘설명’해야
서평은 독후감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글이다. 따라서 느낌이나 생각을 그대로 적어가는 에세이 스타일의 글이 아니라 논술형의 글이다. 물론 문학적 표현이나 수사학을 동원해 전달의 효과를 높이는 기법이야 활용해도 좋지만, 몸말은 논리적이어야 할 것이다. 왜? 읽을 만한 책인지 아닌지, 또 얼마만큼 읽을 만한 책인지 아닌지를 평하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회과학은 자연과학이나 문학과는 성격이 다르다. 사회과학 서적들은 각종의 사회현상과 문제들을 서술하고 분석, 설명, 해석하는 내용, 그리고 거기에 대한 해결방안이나 대책, 정책 등을 제안, 제시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책의 내용 자체가 인과적이거나 논리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서평도 자연스럽게 논리적 성격을 지니게 되며, 타당성·설득력·적합성·입장 등에 관한 평가와 찬반 논의가 포함되기 쉽다. 사회과학의 이런 특성 때문에 전문적인 사회과학 서평들은 ‘그 책이 어떤 책인가’를 소개함에 있어 대개는 다음 세 가지 사항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첫째는 그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 혹은 주제에 관한 논의가 지니는 의의다. 특정 주제에 관한 논의가 지니는 의의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

그 주제를 포괄하는 학문 분야 내에서의 연구나 논의 현황에 비춰 논하는 경우가 있고, 책이 나온 시점과 사회현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연관지어 ‘시의적절성’ 등을 논하는 경우가 있으며, 저자 안으로 파고 들어가 저자의 사유세계가 성숙, 확장, 혹은 전환하고 있는 점을 논하는 경우도 있다. 
둘째는 저자가 그 주제를 어떤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예컨대 저자는 그 주제를 비판적인 입장, 새로운 진단과 대안을 모색하는 입장에서 다룰 수 있고, 순수 학문적인 입장에서 그 주제를 더욱 깊이 천착할 수 있고, 민족주의나 자유주의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지적, 소개하는 내용이다.

‘어떤 방식’과 관련해서는 대개의 서평들이 그 책의 주된 내용과 구성을 요약적으로 소개한다. 나아가서는 내용구성 방식과 접근방법에 대해 조금 더 소개하는 경우들도 많이 있다. 이런 책 내용과 구성에 대한 소개는 평자의 입장이나 평가에 따라 물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지만, 일단은 중립적인 자세로 소개하는 것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다.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는 평자의 입장에서의 긍정·부정적인 논평과 시사, 혹은 그 책에 대한 평자의 평론이다. 이같은 논평들은 주제의 의의와 관련해서, 또 저자의 입장이나 주제 다루는 방식과 관련해서 중간 중간에 삽입되고 있으며, 후반부 혹은 말미에 가서 종합적으로 총평을 가하는 방식도 흔히 채택되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하지 않고 병행하는 경우, 즉 뒤에 가서 다시 총평을 가하는 경우들도 많다. 

다음의 3가지 사례들은 정치·사회·경제 분야의 사회과학 서적에 대한 서평들로서 나름대로 전형적인 서평 스타일들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서평은 비판적인 성격이 강하고 평자의 입장 또한 강하게 드러내는 스타일이고, 두 번째 서평은 저자의 논의와 입장을 동조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긍정 평가하고 소개하는 스타일로 대조적이다. 세 번째 서평은 차분히 책 내용을 검토해 소개하면서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담담하게 종합 평가, 소개하는 스타일이다. 

2007년 겨울호 <서평문화>(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 실린 『변환의 세계정치』(하영선·남궁곤 편저, 을유문화사, 2007)에 대한 구갑우 교수의 서평은 내용의 절반이 책을 꼬집고 비판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제목도 ‘변화의 한국 국제정치학? 평론의 국제정치학?’으로 이미 물음표 붙은 제목을 통해 책 내용이 불충실한 것 아니었나, 논의의 수준도 학술적이라기보다는 평론 아니었나 하는 점을 꼬집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책에 실린 『한국의 사회운동과 NGO』(조대엽 저, 아르케, 2007)에 대한 최원기 연구위원의 서평(‘시민운동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사회학적 지침서’)은 책 소개를 하면서 그 의의를 높게 평가하고 칭찬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으며 다음처럼 끝난다.

“이처럼 … 한국사회에 대해 깊은 성찰과 희망을 갖게 하고 있는 … 본 저서는 … 한국사회의 시민운동이 지켜야할 권리와 의무의 正道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주는 사회학적 지침서로서의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임혁백 외 지음, 송정문화사, 2007)에 대한 김형기 교수의 서평 ‘사회적 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방향 제시’(<서평문화>2008년 봄호)와 같은 경우는 책과 저자를 꼬집기도 하고 칭찬도 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서평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문단을 보자.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책은 사회적 기업을 복지 정책적 측면에서 고찰하고 노동 정책적 측면에서는 고찰하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지금 막 첫발을 내딛고 있는 한국의 사회적 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수립에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정책연구는 앞으로 사회적 기업 육성정책에 관한 좀 더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연구를 위한 디딤돌을 놓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평자의 ‘속성’ 최대한 객관화해야

서평이란 어떤 책에 대한 독후감이자 그 책에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들에게 책의 내용과 평자의 독후감을 전달, 소개하는 평론이다. 그렇다면 그 중에서 ‘좋은 서평’이란 무엇이겠는가.
좋은 서평이란 1차적으로 “좋은 책은 좋다, 나쁜 책은 나쁘다”는 점을 가급적 공정하게 평가, 소개해 주는 서평이 아닐까 한다. 물론, 어떤 책이 전적으로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하지는 않다고 봐 준다면, 어떤 책의 좋은 점과 나쁜 점 혹은 모자란 점을 가려서 지적해 주고, 왜 그런지에 대한 부연설명을 붙여 종합점수를 주는 식이 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은 좋고 나쁨, 혹은 모자람을 평가하는 사람의 지식, 입장, 기준 등이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사실 어렵다.

특히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어떤 현상이나 정책에 대해 의견들이 분분하기 쉬우며, 실천적인 입장의 면에서
갈라지기 쉽다. 그래서 누가 서평을 쓰느냐에 따라, 아니 어떤 경향과 입장의 사람이 서평을 쓰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학문적, 정치적 입장이나 경향이 저자와 상반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서평을 쓰는 경우, 좋은 평판을 듣기가 쉽지 않다. 반대로, 비슷한 경향에 서 있는 사람이 서평을 쓰는 경우, 공정한 평가를 듣기 어려운 점이 있다.
서평은 또 누구의 부탁을 받고 ‘누구를 위해’ 서평을 쓰느냐에 따라서도 글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서평 필자가 저자를 위해, 출판사의 매상을 위해, 그리고 이들과의 인간관계에 대한 고려를 마음 한구석에 담고 쓴다면, 공정성이 흐트러질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좋은 서평’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좋은 책’이라는 칭찬 일변도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서평을 쓰는 사람 자신의 입장과 ‘속셈’은 가급적 객관화하고, 책을 보다 공정하게 평가, 소개하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보다 좋은 서평을 낳는 길이 아닐까 한다.

 


유팔무 / 한림대·사회학

 

필자는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이데올로기와 계급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민사회와 시민운동』, 『한국의 시민사회와 새로운 진보』 등의 저서가 있으며, 춘천시민연대, 사회민주주의연대(추)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