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지역정치 대표학자로 알려진 이성형 이화여대 교수(49세·정치외교학과)의 재임용 탈락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 학계가 구명에 나섰다. 정치학·사회학 동료 교수 310여명이 구명을 호소했고, 학생 600여명도 이를 거들고 나섰다.
이 교수 재임용 탈락 문제가 불거진 데는 그가 손꼽히는 제3세계 정치연구자로 학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 3년간 연구업적이 900%를 넘으며 강의평가 결과도 우수할뿐 아니라 2단계 BK21사업 유치에도 큰 기여를 했음에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이유로 재임용 심사 기회도 없이 신규 채용 심사를 통해 탈락시켰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난 2005년 3월 이화여대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임용됐다. 2년 계약 이후 1년 연장 재계약을 한 뒤 ‘3년 임기’를 채운 이 교수는 지난 2007년 10월, 임용기간 만료 통보만 받았을 뿐 재임용 심사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후 2008학년도 신규 채용에 지원했고, 공개발표회를 거쳐 학과 추천과 단과대 인사위원회를 거쳐 본부 인사위원회 면접까지 했지만 2007년 12월 31일에 채용 탈락 통보를 받았다. 이 교수는 “학교 측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달되고 SCI급 논문이 없다는 탈락 근거를 내세우고 있지만 영어와 스페인어 강의를 외국에서 했던 증명서도 제출했다”면서 “지난 3년 동안 누구도 영어, 스페인어 논문이 재임용이나 신규 채용 때 의무사항이라 말해준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지난 5일 “이 교수는 비정년계열의 계약제 교원으로 본교 인사규정에 따라 총 임용기간이 3년을 넘지 않는 교원”이라며 “학교 규정상 재임용 대상자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 2006년 9월 ‘대학교원의 재임용 재심사 관련 안내’라는 공문을 사립대측에 보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 규정에 의해 재임용 심의 신청기회는 계약으로 제한할 수 없어 대학에서는 재임용 심의 신청기회를 제한하거나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비정년트랙 교원도 재임용 심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 규정에 의하면 전임교원의 경우, 임면권자는 교원의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4개월 전에 임용기간이 만료된다는 사실과 재임용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문서로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구명에 나선 동료 교수들도 “3년 전 비정년 교원으로 신규 임용된 교수가 다시 신규 임용 절차를 밟았다는 사실이 의아스럽다”며 “계약임용제 교수로서 계약 만료 전에 재임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 2월 중순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임용거부 처분취소’ 청구서를 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