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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고등교육 책임 방기…규제완화 통한 경쟁강화엔 한계”
“국가가 고등교육 책임 방기…규제완화 통한 경쟁강화엔 한계”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8.02.25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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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교육정책 어디로 가나

□ 학계와 교육시민단체는 올해 1월초부터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진단하고 정책방향을 제언하는 토론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정책발표 자격이 있는 지부터 사교육을 절반으로 줄이기는커녕 ‘시장만능주의’ 정책으로 교육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비판적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계와 교육시민단체가 올해 초부터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진단하는 토론회를 갖고 정책 제언에 나서고 있다. 대대적인 정부조직개편작업과 맞물리면서 토론회장에는 교육계와 시민사회, 교육관련 기관 관계자들도 정책방향을 가늠하느라 관심 있게 지켜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대한 평가는 ‘시장만능주의’ 우려와 국가의 역할 강화 필요, 국민합의를 존중하지 않는 일방적 정책 추진, 일관된 교육철학의 부재, 교육의 본질적인 성찰 없이 과도한 ‘자율화’ 맹신, 교육 양극화 심화 등으로 요약된다.

□ 5·31교육개혁 이후, 냉정한 평가 필요하다 =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과 접근방식은 5·31 교육개혁 이후 꾸준히 확대돼 온 것으로 한국의 고등교육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한 개혁방식이며 새롭기 보다는 이미 낡은 방식이다.”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경제학)는 새 정부의 고등교육정책방향이 지난 김영삼 문민정부의 5·31 교육개혁 시기의 접근방식과 매우 유사하다며 새 정부 정책 접근방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장 교수는 지난 1월 열린 토론회에서 ‘차기 정부 고등교육정책 방향의 비판’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현재의 고등교육 문제는 관치교육이 핵심적인 원인이라기보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의 방기와 시장과잉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차기 정부는 고등교육의 질적 전환을 위해서는 국가의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또 “차기 정부의 고등교육 품질관리는 체계적이고 엄격하기보다 정보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 취업률 등으로 몇 가지 단순한 지표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특히 규제완화를 통해 대학 간 경쟁을 높이고 이것이 고등교육의 품질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접근방식은 이미 한계가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국립대 법인화와 취업률을 재정지원과 연계해 경쟁 압력으로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도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장 교수는 시장 경쟁을 강조하기 전에 경쟁압력에 직면한 대학들이 왜 고품질의 고등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규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시장과 국가간 상호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육행정)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5·31 교육개혁의 전면화로 계층 및 지역 간 교육의 계급화를 가속시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지난 10년의 역사적 경험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사회적 합의 통한 교육협약 필요하다” = ‘백년지대계’ 교육의 본질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주경복 건국대 교수(언어학)는 교육정책도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 교수는 “그동안 교육정책은 현안 대처에 급급했다”며 “정부는 수시로 돌출하는 교육문제를 ‘사후약방문’식으로 산만하게 대응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교육운동도 나을 것이 없다고 주 교수는 말한다. “교육운동은 정부 정책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 패러다임의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정부의 임기응변적 정책에 단편적으로 맞대응하며 찬성 또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데 그쳤다”.


지난 20일 열린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평가 대토론회에서는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사회적 교육협약 체결을 새 정부에 제안했다. 같은 토론회에 참석한 박이선 참교육학부모회 수석부회장도 “국민합의를 존중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면서 “사회협약을 통한 교육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수석부회장은 “이제부터라도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를 놓고 사회적으로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핀란드의 경우에도 20여년이 걸려 지금의 교육목표를 합의해 냈다”며 교육의 본질을 성찰할 때라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던 이종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원장도 “현재의 공교육 틀로는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면서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20~30년 후에는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미래세대에게 무엇을 준비시켜야 할 것인가하는 본질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인수위 활동 평가 = 지난 20일 참여연대, 민변, 세교연구소 등 15개 교육시민사회단체는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 활동 평가 대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교육정책 평가와 정책제언에 공동발제자로 나선 김하수 연세대 교수(국어학)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교육 철학의 빈곤, 교육정책을 입시정책으로 한정, 국가기능에 대한 오해 등인수위 정책 방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입시에서 해방되려다 오히려 족쇄가 될 것이고, 계층 간 격차는 확대될 것이며, 학문의 경쟁력은 약화 가능성이 높고, 해외 유학 경향은 오히려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교수는 “우선, 새 정부가 공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대학서열화의 심화, 입시와 사교육 부담이 크다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 선임위원을 맡았던 이종각 강원대 교수(교육학과)는 지난 21일 한국교육연구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새 정부는)교육개혁피로증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학부모, 학생, 교사들이 개혁피로증에 걸려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의 변화가 교육정책을 좌에서 우로의 점진적 전환이 아니라 ‘점프적인’ 전환이라면 정책의 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이미 정책고객의 심리관리에는 실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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