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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大入길 있다
제3의 大入길 있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8.01.29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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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제도와 교육제도의 스펙트럼』 송순재 외 지음 | 학지사 | 2007 | 392쪽 | 1만5천원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22일 새 정부의 대입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엔 ‘대입 자율화’ 해법을 내놓았고, 사교육비를 반드시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15차례에 걸쳐 대학입시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임시방편에 그치고 말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10개 나라의 입시제도를 상세히 소개하고, 학벌사회와 대학서열체제 해소를 위한 개혁 방안들을 비교·평가하면서 또 다른 유형의 해법을 제안하는 책이 눈길을 끈다.
대안 교육을 모색하는 이야기 모임인 ‘대화와 실천을 위한 교육사랑방’은 지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러시아의 입시제도와 교육제도를 살폈다. 교육현장에 몸담고 있는 교사, 교수, 외국의 교수들이 공동 집필했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장·단점을 파악해 최근 상황을 잘 보여준다.

특히 국립대 독립채산제(고형일), 국립대 독립법인화(김동훈), 대학입시 자율화(이주호), 참여 민주주의적 교육체제(유팔무), 국·공립·사립대 평준화 방안(김경근),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정진상) 등 최근 제안된 입시·교육제도 개혁 방안을 총괄적으로 비교·평가하면서 나름의 대안을 소개하고 있다.

송순재 감리교신학대 교수(교육철학)는 “‘대학평준화론’에서 사립대학 문제를 언급하지 않거나 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평준화 구조에 사립대를 편입시키는 등 사립대를 부수적이거나 간소한 문제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국·공립 대학들이 나름대로의 존재이유가 있다면 사립대의 존재 이유도 역시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한 편이 다른 한 편을 흡수하거나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등의 방식이 아닌 각각의 존재와 구조를 적극 인정하는 편으로 풀어가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립대에 대해서도 송 교수는 “엘리트를 선발하는 데 관심을 둘지언정 대중교육단계에 접어든 우리 고등교육의 정상화와 공공성을 위한 노력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대응책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민영화·자율화와 평준화와는 다른 제3의 길로 기존 대학 입시·교육 체제를 평생교육적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개방대학, 자유대학, 통합대학’이라는 세 가지 모형을 제시했다.

개방대학은 대학 입학의 문턱을 낮추고 그 접근 가능성을 용이하게 하고, 40대든, 50대든 인생 전반에 걸쳐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대학이다. 자유대학은 자발적 동기에 따라 공부에 전념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매우 폭넓은 자유와 책임을 부여하고 학습자의 독자적이며 독창적 학문연구 능력을 촉진·육성하기 위한 학교다. 고등학교 졸업자격만 갖추고 있으면 입학에 제한이 없다. 대학졸업에 필요한 학점은 이수하되, 원칙적으로 시험은 없고 따라서 평가도 없다. 자유롭게 공부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안대학’이라 할 수 있다.

통합대학. 기존의 대학과 시민대학을 결합한 형태를 말한다. 시민대학은 대학에서 연구하고 교수하는 학문영역 자체를 다양한 시민 계층 모두가 접근 가능하도록 만듦으로써 국민의 ‘정신생활’ 전반을 향상시키려는 데 있다. 새로이 도래하는 평생학습사회구조에 맞추어 기존 대학을 본격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대학의 현 수직적 구도에 맞서 대학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한 시도다.

이 유형들은 ‘입학은 쉽지만 졸업은 까다롭게’하자는 대폭적인 변화를 전제로 하고, 대학의 문턱을 낮춰 정규과정에 대폭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대학의 문호를 개방하면 대학서열체제도 조금은 더 완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미국 뉴욕시립대학은 지난 1970년부터 2002년까지 ‘개방입학제’를 시행한 바 있다. 송 교수는 “유럽식의 평준화제도가 시사 하는 바도 많지만 초창기 우리에게 영향을 준 미국에서 오랫동안 발전되어 온 미국 제도들의 모든 양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의 시행착오나 오류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송 교수는 “최소 1개 혹은 2~3개 대학의 경영진이나 교수진이 마음만 먹으면 한 번 해 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한다. “10년, 20년, 30년을 내다 볼 때도 여전히 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할까요? 경쟁구도가 필요하다면 교육학적 견지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형태로 바꾸어 내야하고,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 ‘헬리오트롭’같은 태양주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도의 상상력이면 됩니다.”

김봉억 /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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