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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기사에도 두달 할애 ... 논쟁성 강하고 문체 유려
리뷰 기사에도 두달 할애 ... 논쟁성 강하고 문체 유려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8.01.29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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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1_ 한국 서평의 현주소]해외 서평지의 구성

외국 유명 서평지는 어떻게 서평을 꾸려갈까. 인상적인 외국 서평지를 찾아 개요와 특징을 살펴봤다. 서평자들은 교수라기보다 신문기자, 관료 등의 전문가 그룹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각 글의 길이는 타블로이드 신문 3~4면을 훌쩍 넘길 만큼
길었다. 일간 신문에서 섹션으로 나오는 서평지는 대중성을, 서평전문신문은 학술성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뉴욕타임즈> 리뷰팀이 만드는 <뉴욕타임즈 북리뷰>는 주간 32면 섹션으로 별매한다.
1부당 가격은 1.5달러, 연간 구독료는 65달러다. 서평은 픽션과 논픽션으로 구분,
페이지 곳곳에 에세이를, 칼럼은 뒤편에 배치했다. 판형은 280x305mm로 일반 콤팩트 판보다 짧은 정방형에 가깝다. 한 호에 픽션 6권, 시집, 논픽션 11권 내외를 평한다.
뉴욕타임즈 리뷰팀은 18명 기자와 9명 편집자로 운영되고 있다. 리뷰기사 하나를 출고하는
데 약 2달을 할애한다고 한다. 리뷰팀은 매주 600여권의 책을 배달받는다. 이 중에 실용서를 제외한 300권 정도를 추린 뒤, 두 차례에 걸쳐 25~30권 내외로 서평 후보를 선정한다.

책 선정 기준은 분야마다 달랐다. 픽션은 글쓰기의 질, 논픽션은 새로운 주제나 가치, 저자의 새로운 시각 등이 중심이 된다. 각 서평은 전문가에 의뢰하는데, 리뷰팀은 서평자가 저자,
출판사, 에이전트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지 반드시 점검한다고 한다. 서평자의 원고가
도착하면 편집진이 재검토해 공정한가, 전문적인가, 수준이 높은가 등을 따져본다.
일간지인 만큼, 서평의 목적은 독자들이 책을 사서 읽게 만들거나 대화의 소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격주간으로 발행하는 서평전문지 <런던리뷰 오브 북스>는 학술지 냄새를 물씬
풍긴다. 타블로이드 44개면에 걸쳐 빽빽한 텍스트를 담는다. 사진도 별로 쓰지 않고 제목도
6단어를 넘지 않는다. 주제를 우선에 두고 관련서적 몇 권을 엮은 서평이 대부분이다.
소논문 형식의 학술에세이를 다수 싣고 있다. 1부당 가격은 4.95달러, 연간 구독료는
42달러다. 필자는 영국의 유명대학 교수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학술서 저자나 시민운동가,
편집자가 글을 쓴다. 14명의 편집자와 8명의 편집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뉴욕리뷰 오브 북스>는 영미권을 아우르는 서평전문신문이다. 6개월간 격주로 발행하다
출판계가 뜸한 계절에는 월간으로, 책이 쏟아지는 3월에는 월 3회 발행한다. 1부당 가격은
5.5달러, 연간 구독료는 65달러다. 에디터는 7명이며, 16명의 기자가 활동하고 있다. 필자들
중에는 교수는 물론, 유명 신문사 기자나 방송국 PD, 칼럼리스트들이 많다. 출판편집자나
관료도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총 84개면 타블로이드로

발행되지만 기사 꼭지 수는
20개 안팎이다. 기사 하나가
타블로이드 신문지 2~3개면,
어떤 글은 4~5면에 걸쳐
게재되기도 한다. 하나의
기사에 여러 권의 유관서적들이 묶여 있다.
미국 학술서를 주로 다루는
<크로니클 리뷰>는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에듀케이션>의
섹션이다. 매주 신문과 함께
발행된다. 20개면에 5~6권의 책을 다루는데, 필자의 주제의식을 중심에 둔다. 학술 에세이를 강화하고 학술신간을 작게라도 많이 넣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크로니클 리뷰>만을 담당하는 편집자는 5명이다.

박인찬 숙명여대 교수(영문학)는 외국의 서평지에 대해 “다양성이 눈에 띈다”고 평했다.
“서평의 수준이나 책의 종류가 다양하다. 서평의 길이도 기획별로 다양해 눈길을 끈다.
신문에 실리는 서평 중 사회과학 쪽 기사는 학술논문 수준인 것도 있다. 리뷰를 하면서도
논쟁이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외국 서평지는 정보전달과 주장논박이 뚜렷하게
분리돼, 전자는 짧고 다양하게 후자는 유사한 신간을 엮어 통합적인 시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서평 문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문학자로서 볼 때 뉴욕타임즈
북리뷰의 문장은 대중적이고도 맛깔이 난다. 아무리 심각하고 난해한 주제도 좋은 표현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학자만이 아니라 작가 수준의 필자풀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수신문이 한국의 서평자 및 편집자로부터 추천받은 외국 서평지 중 가장 많이 언급된
매체는 <뉴욕타임즈 북리뷰, NewYorkTimes Book Review>였다. 그 뒤를 이어
<런던 북 리뷰, London Review of Books>,<뉴욕리뷰 오브 북스,
The NewYork Review of Books>, <타임즈 리터러리 서플리먼트, The Times Literary Supplement>, <가디언 북리뷰, Guardian books Reviews>, <퍼블리쉬어즈 위클리, Publishers Weekly> 순이었다. 비영어권으로는 <르몽드, Le Monde>가 꼽혔다. 주로
유명 일간지의 섹션이나 서평전문 주간신문이 주를 이뤘다.

학회지 서평도 많이 추천받았다. <뉴 리터러리 히스토리, New Literary History>
<포스트모던 컬쳐, Postmodern Culture>, <아메리칸 리터러리 리뷰, American Literary Review>, <리뷰오브 컨템포러리 픽션, review of contemporary fiction>, <필로소피아
내츄럴리스, Philosophia naturalis>, <랭귀지 북 리뷰, Language Book Reviews>,
<바운더리즈, Boundaries>, <포지션즈, Positions>, <클래시컬 리뷰, Classical Review>,
<폴리티컬 시오리, Political Theory>, <모던 픽션 스터디즈, Modern Fiction Studies> 등을
꼽아줬다. 주로 미국 대학에 근거를 둔 저널들은 서평실을 따로 두고 있다. 서평실에는 각종
서평전문신문과 일간지, 학술지들이 정리돼있다. 서평실 전담직원만 2~3명을 배치,
서평을 통한 연구를 전담하고 있다.

>>한국의 서평지는?
한국에는 학술전문 서평전문지가 없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 서평이 잘 이뤄지고 있는
매체를 자유롭게 꼽아달라’는 질문에 서평 관련 전문가들은 교수신문을 포함한 각종 신문과 계간지들을 열거했다.

추천을 해준매체들은 다들 서평을 다루고 있지만 중심으로 내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신문들도 학술서를 전문적으로 다루거나, 서평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는 드물다. 신문의
책 관련 섹션도 서평 전문이라기보다 신간소개 수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출판저널>은 1987년 창간해 매월 5일과 20일, 격주간으로 발행하다 지금은 월간으로
발행되고 있다. 서평전문가들이 <출판저널>을 많이 추천한 것은 학술서를 다루는 서평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필자들도 서평하는 책의 학문분야 전공 교수들이 쓰고 있다.
학술서 한 권에 대한 서평은 원고지 8~10매 내외다.

격주간 출판평론지 <기획회의>는 <송인소식>이라는 출판계 소식지가 원류다. 출판계
내부에서 읽히다 보니, 보다 딱딱한 면이 있지만 깊이 있게 책을 평하는 편이다. 서평 필자는 학계보다 출판계가 많아 책 자체의 평가를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평이다.
일간지 서평들은 대체로 간독했음이 드러난다. 신간이 나오자마자 성급하게 서평기사가
나온다. 기자가 책의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서 책 사이사이에 비치는 어구를 끌어오는 글이
대부분이다. 책의 논리구조나 해당 분야의 흐름을 짚어주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한겨레>는 대체로 서평을 길게 쓴다. 일간지 중에 책과 관련해 가장 많은 12면을 쓴다.
충분한 지면을 확보해야 깊이 있는 서평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이 가진 이슈의 흐름,
학술의 계보를 짚어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강성만 한겨레신문 기자는 “특별히 서평에
무엇을 넣어야 한다는 것은 없다. 다른 신문 기자와 마찬가지로, 좋은 글을 쓰려고 하면
계보를 그리거나 심도 깊게 살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평은 5명의 기자가 담당한다. 매주 들어오는 150여권의 책을 놓고 회의를 통해 매주 쓸 책을 고른다고 한다.

학술지 <한국사연구>의 경우, 매 호 끝에 2편의 서평을 싣고 있다. 전문분야 연구자가 책의
내용을 분석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분량은 원고지 50매 안으로 대부분 편집위원들이
청탁을 해서 메운다. <한국사연구> 편집위원 문중양 서울대 교수는 “학술지를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서평을 많이 넣으려하지만 적극적으로 원고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서평이
연구업적에 포함되지 않는데다 비평을 꺼리는 학계 풍토 때문에 잘 안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간지 중에는 <한겨레>가 많이 추천됐고, <조선일보>도 언급돼 있었다. 계간지나 학술지는
<출판저널>이 많이 언급됐다. 이어 <과학철학>, <기획회의>, <리뷰>, <북새통>, <사회비평>,
<서평문화>, <안과밖>, <창작과 비평>, <한국정치사상학회지> 등이 추천됐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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