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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官治’ 해소 주목 … 교수사회 경쟁구조 심화
교육부 ‘官治’ 해소 주목 … 교수사회 경쟁구조 심화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7.12.24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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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_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대학정책 전망

‘선택과 집중’에서 ‘자율 경쟁’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사진)의 교육정책 기조다. 이 당선자의 대학정책은 획일적인 교육부 규제와 관치를 없애고 자유로운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대학 자율성 확대와 보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교육부 ‘관치’를 해소하는 방향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서울지역 대학과 지방대학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대의 침체 원인도 획일적인 교육부 규제를 꼽았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편입학 비리 등에서도 보이듯이 ‘자율화’가 능사는 아니다. 어떤 ‘자율성’이 필요하고, 무엇을 위한 ‘자율성’인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한나라당은 지난 11월 25일 대선 공약으로 ‘대학강국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대학정책 공약이 담긴 이 프로젝트는 △대학관치 완전 철폐 △취업 100% 대학프로젝트 △맞춤형 대학생 지원 시스템 △2080 평생학습 플랜 △글로벌 연구지원 시스템 등 5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담겨있지 않지만, 정책 방향은 가늠해 볼 수 있다. 자율 경쟁구조에서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강조하는 방식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현행 정부조직을 ‘大부처 大국’체제로 개편할 예정이다. 특히 교육부의 대폭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공약집에서 “대학에 대해 불필요한 간섭 등 관치를 완전히 없애고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대입관련 교육부 기능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로 이양하겠다고 했다.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관련 업무는 시도교육청으로 대폭 이양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기능·권한 축소…과기부와 통합?
특히 교육부와 과학기술부의 통합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대선공약에는 담겨 있지 않지만 한나라당이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려고 했던 사항이다. 한나라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아 교육정책을 제시해 온 이주호 의원은 올해 3월 ‘교육부 중앙정부 교육행정체제 개편’ 토론회에서 교육부 기능을 지방과 대학에 대폭 이양해 슬림화하고 노동부의 직업능력 개발 기능을 교육부의 평생학습 기능과 통합한 후 과기부에 흡수 통합시켜 ‘학습연구부’로 개편하는 방안을 1안으로 제시했다. 과기부와 통합 이유는 학문 융합화 추세에 맞춰 인문·과학기술 분야를 통합지원하고 기초과학 연구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도였다.
이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교수는 “통합과 효율, 분권과 민영화가 중요하다고 해서 국가의 교육기능을 마냥 축소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고 반대 입장을 펴기도 했다.

연구비, 교수·연구원 공개경쟁…연구자단위 지원
한나라당은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지원 방식과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학교수나 연구소 연구원에 상관없이 공개경쟁을 통해 실력 있는 연구자에게 지원이 돌아가도록 연구비 공개경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연구비 지원방식도 대학 사업단위별 지원에서 연구자 또는 연구자집단 중심으로 지원방식을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연구비 전체 규모를 늘려 개별 연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이고 간접비 비중은 50%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방침이다.
기초학문 분야 연구계획서도 영어로 제출받아 해외 석학이나 전문가, 해당 분야의 해외 동료연구자가 과제 지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정책사업비’ 줄이고 연구비·장학금 늘린다”
교육부 기능과 권한을 축소한다는 방침에 따라 대학재정지원방식도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집행기능을 학술진흥재단 등으로 이양시키는 방안도 담고 있다. 두뇌한국(BK21)사업과 누리사업, 특성화 사업 등 교육부의 대표적인 재정지원사업이 대학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관치’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판단해, 평가를 통해 나눠주는 ‘정책사업비’를 대폭 줄여 교수 연구비와 학생 장학금으로 전환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요건을 충족하는 대학이면, 학생 수 및 성과지표에 따라 지원받게 한다는 복안이다.

대학에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대학이 자생적으로 재원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세제개혁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 예로 정치인 후원금제도와 비슷한 ‘대학기부금제도’를 도입해 일반인의 대학기부금에 대해 10만원까지 세액 공제(매년 대학별로 20~40억 원 한도)하도록 했다. 이 돈은 교내 장학금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 취업률에 비례해 학생 수를 기준으로 추가적인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취업률에 민감한 대학과 교수들이 더 긴장하게 됐다. 이 공약은 자의적 평가에 따른 교육부 관료행정을 줄이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내년 5월부터 시행되는 ‘대학정보공시제’에 따라 대학구조개혁이 경쟁적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대학측이 보고하고 교육부가 발표하는 취업률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정부부처와 고용관련 기관과 협력해 객관적인 취업률 자료를 기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대교협 등 민간·자율기구 위상 높아질 듯
대학평가제도는 민간과 자율기구를 중심으로 한 대학교육 평가·인증·퇴출 시스템 도입을 바탕으로 한다. 대학의 자체 진단평가와 외부 전문가 평가, 최종 인증 3단계를 통해 전문적인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 최종 인증은 교육부가 인정하는 대교협 등의 평가기관이나 단체가 보고서를 기초로 하도록 했다.
교육부가 지난 2005년 제출한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여부도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정부 주도의 평가방식은 옳지 않다는 입장으로 반대해 왔다. 총선체제에 돌입한 국회 상황에 따라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인 고등교육평가원법은 자동 폐기될 수도 있다.

대교협의 대학종합평가는 지난해 2주기 평가가 끝난 상황이고, 5년 주기 학문분야평가도 2009년에 끝나기 때문에 향후 대학평가 방식과 체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한편 한나라당은 경영 한계에 직면한 사립대의 퇴출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평가인증을 받지 못하거나 학생을 모으지 못해 경영이 한계에 달한 사립대의 퇴출을 위한 법률적, 재정적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 구조조정을 촉진시킨다는 방침이다. 경쟁에 밀려 뒤처지면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국제동료평가·승진심사 강화
해외 우수교수를 국내로 영입해 외국인 교수의 양적 확대는 물론 국내 교수와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재 해외석학 초청지원사업의 최고한도액을 높여 연구년제를 보낼 대학을 찾는 외국의 교수들을 국내 대학으로 적극 유도하겠다고 했다. 국제동료평가와 엄격한 승진구조를 반영한 인사시스템을 갖춘 대학에 우선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성과위주 경쟁시스템을 앞 다퉈 도입하고 있는 대학들이 정년보장심사와 승진심사 등 교수업적평가의 기준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질보다는 양적 평가제도의 폐해를 어떻게 극복하고 연구업적 중심의 평가제도에서 탈피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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