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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올해의 사자성어 '自欺欺人'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
2007년 올해의 사자성어 '自欺欺人'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
  • 교수신문
  • 승인 2007.12.22 06:4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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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집단적 도덕 불감증 꼬집어 … ‘山重水複’ 2위

2007년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의 ‘自欺欺人’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교수신문 필진,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 학회장, 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설문에 응답한 340명 가운데 43%가 ‘자기기인’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자기기인은 “남을 속이는 것은 곧 자신을 속이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 심해진 것이다”고 언급된 『주자어류』를 비롯, 불경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자성어다. 

자기기인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는 “자기기인은 인간의 도에 넘친 욕망이 분출돼 나타나는 행동”이라면서 “지난 한해 신정아와 사회저명 인사들의 학력위조, 대학총장과 교수들의 논문표절, 유력 정치인들과 대기업의 도덕적 불감증 등 자기기인 성어에 들어맞는 사건을 너무도 많이 접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응답자들은 의혹의 장본인이 오히려 큰소리치는 현실 속에서 거짓과 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을 빗대 자기기인을 선택했다. 손주경 고려대 교수(불문학)는 “신정아 사건이나 대통령 선거가 보여주듯이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스로 언행에 정직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면서 “경제·사회적 이득만을 추구한 사회가 스스로 가늠해볼 능력을 상실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환갑 중앙대 교수(국어학)는 “자신이 믿지 않는 말로 남을 속인다기보다는 상습적으로 거짓을 농하다보니 스스로 도취돼 자신까지 속이게 되는 지경까지 온 것”이라고 ‘자기기인’식 세태를 비판했다.

이어 난제가 가득한 형국을 묘사한 ‘山重水複’이 18%, 의혹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치부가 드러난다는 의미의 ‘水落石出’이 15%, 대통령 선거까지 눈뜨고 볼 수 없는 사건들이 이어졌다는 뜻의 ‘目不忍見’이 9%를 각각 기록했다.
‘올 한 해 동안 가장 안타까웠던 일’에는 충남 태안 원유 유출사건(23%)이, ‘올 한해 동안 가장 기뻤던 일’에는 김연아 선수의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와 박태환 선수의 선전(16%)이 꼽혔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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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2007-12-31 16:36:06
관심을 보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해 일본의 한자는 거짓 위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자성어는 단지 한자와 또 다릅니다.
한자로 했더라도 제가 그냥 입 다물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자성어는 월인 만큼 더욱
안 됩니다. 중국 고전은 기본적으로 중화주의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중화주의 그늘
아래 신음해 온 우리 역사를 볼 때,중국 고전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아쉬운 때입니다.
많은 분들게 무례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한문 전문가, 한문 기술자로는 모자랍니다.
제 생각이 잇어야 합니다. 주자의 조선이 아닌... 전통이란 언제나 변형 창조됩니다.
고전은 대부분 현실과 맞지 않으며 서로 모순됩니다.

이런 표현보다는 우리 속담이 더 좋습니다. 속담에는 우리 삶과 우리 문화에 대한
긍정과 사랑이 있습니다.

한글 철학연구소장 드림

독자 2007-12-29 11:08:44
고전이란 이유만으로 무조건 배척해야 합니까? 엄연히 우리 문화의 하나인 것을요. 그렇게 친다면 한자로 된 한글말을 모두 우리 말로 고치는 게 먼저겠군요.

독자 2007-12-29 11:06:05
이 한자 성어는 일본에서 2007년을 정리하는 말로 결정된 사자성어와 꼭 같군요. 이건 우연인가요? 꼭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김영환 2007-12-23 14:47:37
일간지 기사 보고 단숨에 달려와 여기 습니다.
사자성어는 그만 썼으면 좋겠습니다. 이 년 전에도 그런 글을 교수신문에 보낸 적이 있고, 지난 해에도 다른 월간지(<한글새소식>)에 이런 사업에 반대하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올해로 그만 합시다. 낯설고 현학적인 표현에 중국 고전 귀퉁이에서 한 구절 끌어와 시간을 매듭짓는다는 게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내용이 좋더라도 형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고전이란 이유로 무턱댄 관심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사업을 앞장섯서 반대하는 한문학자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