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7:20 (금)
보고 듣고 즐기는 크리스마스
보고 듣고 즐기는 크리스마스
  • 교수신문
  • 승인 2007.12.17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기 아쉬운 연말 문화행사

■ 음악회

이번 연말에는 연구하고 분석하기 위하여 ‘들어야만 하는’ 음악 말고, 가고 싶은 음악회에서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싶다. 이번 겨울에 열리는 많은 음악회들 중에서도 특별히 이런 내 마음을 끄는 음악회는 12월 22일 오후 4시와 8시에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양성원의 色 다른 크리스마스>다.

이 음악회는 정말 그 제목처럼 색다르다. 우선 하루에 같은 연주자들이 두 번의 연주회를 하는 것이 그러하고, 더구나 이 두 번의 연주회가 같은 곡목이 아니라 각기 다른 곡목으로 돼 있는 것도 그렇다. 4시에 열리는 첫 번째 연주는 양팔 끼고 턱 괴고 들을 만한 ‘심각한’ 곡목들로 이루어진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포로 수용소에서 메시앙이라는 작곡가가 작곡하고 역시 포로들 중에서 연주자를 찾아내어 첫 연주를 했다는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을 들으며, 지나간 ‘시간’ 대하여 생각해 볼 만한 시간이 될 듯하다. 같은 날 8시에 열리는 두 번째 연주에서는 이 날 4시에 연주했던 연주자들이 하프, 마림바 등을 연주하는 다른 연주자들과 소리를 맞추어, 등 기대고 미소 지으며 들을 만한 즐거운 곡인 영화음악, 탱고, 크리스마스 캐롤들을 연주한다. 

지나간 한 해를 심각하게 되새길 것이냐 아니면 일 년 동안 지쳤을 내 맘을 편히 쉬게 해 줄 것이냐에 따라 두 번의 연주회 중 한 개를 골라 들어도 좋겠고, 아니면, 만원 할인받아 중간에 저녁 먹어가며 두 음악회를 모두 즐겨도 좋겠다. 나는 두 연주회를 다 들을 생각이다. 그 두 가지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 이렇게 색다른 음악회를 여는 연주자들의 욕심에, 어느 새 나도 물들은 모양이다. 올해 부려볼 마지막 욕심이니 부디 용서해 주시길.   

정 경 영 / 한국예술종합학교·음악학

■ 전시회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에는 어떤 전시를 보면 좋을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3월 16일까지)과 예술의 전당의 <칸딘스키와 러시아거장전>(2월 27일까지)이 언론에서 크게 보도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큰 전시가 방학 때 마다 연례행사처럼 우리를 끌고 있다.

그러나 차분하게 한 해를 정리하는 기분으로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귀한 작가들을 찾고 싶다면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 재조명전: 쉬지 않는 손, 머물지 않는 정신>(1월 6일까지)을 권하고 싶다. 30년 이상 우직하게 자신의 작품 세계에 빠져있는 원로, 중진작가 3명의 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삶이 묻어있는 작업실을 전시공간에 그대로 재현해 관람객들은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을 직접 보면서 난해하고 어렵게만 생각해온 현대미술의 제작과정을 생생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강화도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조각가 김주호(58)의 소박하고 해학적인 인물상을 통해 현대인들의 다양한 표정을 읽을 수 있다. 군산에서 작업 활동을 하는 행위예술가 이건용(68)은 다양한 표현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과의 소통을 이끄는 전위적인 작품들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작품인 선채로 제자리에서 자유분방한 붓질을 하는 ‘신체드로잉’ 연작도 찾을 수 있으며 그의 퍼포먼스도 진행된다.

서양화가 박한진(69)의 작업실에서도 다양한 표현의 남다른 조형의식을 볼 수 있다. 초기의 장승소재에서 고철잔해들을 붙여 만든 설치작품까지 작가의 유행을 타지 않은 조형미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작가들의 작품과 재현된 작업실을 통해 그들의 삶과 예술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주태석 / 홍익대·회화과

■ 발레

‘크리스마스시즌엔 <호두까기인형>’이란 공식이 생긴지 오래다. 한 소녀가 호두까기 인형이었던 왕자와 함께 아름다운 환상의 나라를 여행한다는 내용의 이 공연은 이국적인 정취와 동화적 분위기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이젠 너무 유명한 나머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공연은 없으리라 단언한다.

더욱이, 우리나라 발레계의 양대 산맥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12월만 되면 <호두까기인형>으로 자존심을 건 경합을 벌여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똑같은 제목과 내용의 작품이지만 사실 두 발레단의 버전은 다르다. 국립발레단이 유리 그로고로비치에 의해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각색된 볼쇼이발레단 버전을 채택하고 있다면, 유니버설발레단은 마리우스 프티파의 원작에 충실한 키로프발레단 버전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롭게도 볼쇼이발레단과 키로프발레단 역시 러시아를 대표하는 라이벌 발레단이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고난위도의 회전이나 도약 등 현란한 기교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때문에 거의 성인 무용수들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원작의 우아하고 아기자기한 면을 잘 살리고 있으며 배역에 따라 어린이 무용수들을 무대 위에 세우기도 한다. 이번 시즌 국립발레단의 간판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최정상급 발레리나 김주원과 젊은 발레리노 김현웅이다.

이에 맞서는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 호흡을 맞춰온 황혜민과 엄재용 커플이 환상의 찰떡궁합을 보여줄 것이다. 실제로도 연인 사이인 그들의 조화로운 춤을 감상해볼 기회다. 올해에는 취향에 맞는 발레단이나 버전 또는 무용수를 선택하여 <호두까기인형>을 만끽해보자. 발레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더욱 풍성하게 느껴질 것이다.

심정민/ 무용평론가

■ 연극

이러 저리 어지러운 세모에, 그래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되찾아야할 건 우리들의 ‘마음’이란 것 아닐까. 우리들의 ‘마음’, 특히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마음’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좋은 공연 한편이 있다. 극단 ‘모시는 사람들’이 만든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김정숙 작, 권호성 연출, 오아시스세탁소 극장 공연)은 일상생활 속에 놓여 있는 ‘세탁소’라는 연극적 ‘반성의 거울’ 장치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비춰보게 한다.

이 ‘세탁소’라는 ‘거울’에는 우리들 소시민의 다양한 얼굴들이 비췬다. 또 이 ‘세탁소’라는 ‘거울’에는 소시민들의 ‘욕망’도 적나라하게 비춘다. 유학을 가고, 팔자를 고치고, 어머니를 호강시켜 드리고 싶은 작은 소시민들의 눈물겨운 욕망들이 이 ‘욕망’을 ‘희망’으로, 희망을 ‘사랑’으로 바꿔준다. 이런 역할을 해내는 ‘세탁소’ 주인 ‘강태국’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진짜 세탁해야 되는 것은 세탁소에 맡긴 옷들이 아니라, 그 옷들을 입는 우리들의 ‘마음’이다”라고.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바쁜 세상의 일상의 욕망구조 속에서 잊고 살아온 우리들의 ‘마음’을 되돌아보게 하는 데 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물어 놓은 무대 디자인도 돋보이고, 특히 ‘세탁소’ 주인 역할을 맡은 조준형의 연기, 그리고 그를 둘러싼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오랫 동안 수련된 연기력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김익두/전북대·연극이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