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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천기누설이란 말인가
[學而思]천기누설이란 말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07.11.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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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여년을 돌아볼 때,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업적들이 이뤄졌고, 그러한 업적의 중심에는 항상 과학의 발전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영역이 생명과학 분야라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인간의 뇌는 그 어떤 메모리 칩보다도 정교하고 우수한 정보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의 세포는 헤아리기 어려운 우주의 그 어떤 비밀보다도 더 신비롭고 복잡한 조절 기작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생명현상에 관한 연구는 현재 모두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생명과학의 진전을 바탕으로 21세기는 생명과학의 시대가 될 것이라 조망하고 있다. 1996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은 생명과학 연구의 큰 발전이었고,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시작은 아직까지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생명현상과 질병을 해결해 줄 열쇠로 전망됐다. 2001년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완성됐지만, 우리는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는 생각보다 훨씬 적은 숫자인 3만여 개 정도로, 개나 침팬지, 초파리 등과 비교해 볼 때, 인간의 복잡 다양한 생명현상을 유전자 차원에서만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것은 단순히 유전자로 생명현상을 설명하기보다는 주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자와 단백질의 상호작용, 단백질의 전사 후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찍이 다치바나 다카시가 ‘21세기 知의 도전’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언급했던, 모든 생물이 같은 유전 틀을 사용하는 하나의 슈퍼패밀리라는 해석과 같은 결과를 보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인종간, 민족간, 생물학적 종간의 차이가 근본적으로 유전자에 있지 않고 환경에 대한 미묘한 감수성 차이에 있다는 철학적 재 고찰을 유도했다. 더불어 학문적으로 환경에 따른 다양한 세포반응을 유도하는 기작으로 세포 간 정보 및 물질 교환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진보는 다른 학문의 발전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포막의 물질 교환 방식과 대사반응을 이해함에 있어 물리학과 화학은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고, 뿐만 아니라 고해상 현미경과 엑스-레이 기술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또한 생체 조직의 복제나 이식은 고분자 연구로부터 발전해왔다고 할 수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연구 속도와 발 맞춰, 연구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작고 예민한 분자 수준에서의 생명 현상 정보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미세 측정 장치에서부터 영상화 제재, 생체 내로의 약물 전달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기술을 통해 현재 생명 과학의 진보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학문 간의 긴밀한 연계를 바탕으로 하는 생명과학의 발전은 바이오 경제 시대의 도래를 주도할 것이며 어떻게 생명 과학과 다른 학문을 접목시켜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따라 바이오 경제 시대를 선점 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인류의 진화를 불, 돌, 철기, 플라스틱 등 도구의 발달로 보았을 때,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의 인류는 먼 훗날에 생명 과학의 산물을 이용하는 인간으로 명명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루기 위한 학문적 노력은 좀 더 조직적이고 전략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누군가 “21세기의 생명과학은 전형적인 학제 분야에 존재하는 신기술에 의해 좌우되므로, 각 영역의 통합을 얼마나 진전시킬 수 있는지가 그 관건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학제 간 연구를 통한 지속적인 과학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조화와 상생을 표명하는 생명 현상의 원리와도 일맥상통하는 자세가 아니겠는가.
지금 현재에도 세계 곳곳은 이상기상 현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기상재해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록을 수립하고 있다. 많은 기후학자들은 이러한 이상기상현상이 유례없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지난 세기부터 본격적으로 관측되기 시작한 지구온난화현상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이상기상현상의 발생이 지구온난화 추세처럼 일방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최근 수 십 년간의 기후자료를 분석하면 그 속에 다년간에 걸친 기후변동의 특성을 찾을 수 있다.  비교적 주기가 짧은 기후변동의 요인은 대략 화산폭발, 상층 편서풍 순환의 변화, 또 엘니뇨/남방진동(ENSO) 현상 등으로 그룹 지울 수 있다. 미래의 장기적인 이상기상 발생을 예측하는 데 지구온난화 같은 장기적인 기후변화와 더불어 짧은 주기의 기후변동의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온실기체에 의한 지구 온난화와 같은 비교적 긴 주기의 기후변화의 신호가 짧은 주기의 기후변동의 신호 속에 묻혀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짧은 주기의 기후변동도 미래에 예상되는 지구 온난화라는 장기적인 기후변화와 더불어 기후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재호
부경대·대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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