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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교수 임금 인상률 Vs 직장인 임금인상률
[테마] 교수 임금 인상률 Vs 직장인 임금인상률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1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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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26 17:12:44
장 아무개 교수(41세). 직급, 국립대 부교수(6년차). 아내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며, 두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장 교수 부부는 맞벌이를 한다.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 결혼한 부인은 장 교수가 국립대에 자리잡기 전부터 직장 생활을 해왔다. 대학원까지 마친 부인의 사회 활동이야 본인이 원한다면 적극 권장할 일. 그러나 요즘 장 교수의 속내는 그리 편하지 않다.
우선 장 교수보다 부인의 월급이 훨씬 많다. 10년이 넘도록 민간기업체에 다닌 아내의 연봉은 4천만원으로 장 교수의 1.3배다. 그나마 요즘은 부부간의 연봉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처음 대학에 자리를 잡고서 받은 봉급은 부인 연봉의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장 교수 부부는 이런 역전현상에 대해 ‘돈 때문에 학자가 된 것은 아니니까’하고 웃어넘긴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다른 문제가 생겼다.

실질 연봉보다 더 낮은 ‘체감지수’
그 동안 장 교수의 어머니가 두 아이들을 돌봐왔는데 학교에 다니면서 엄마 손길이 적게 가는 것이 조금씩 티가 나기 시작했다. 아내도 나이 들어 직장생활을 하려니 이래저래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다.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학자의 길을 걸어온 장 교수 어느새 불혹을 훌쩍 넘겼다. “직장 그만두고 아이들 돌보면서 집안 일에 전념하지.” 박사과정 뒷바라지 한 아내에게 이 정도 제안은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반문해 본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도 이 말은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이제 갓 3천만원이 넘는 연봉으로 다섯 살림을 꾸려 갈 자신이 없다. 애써 아껴보면 못 살 것도 없지만, 아이들에게 돈 들어갈 일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많지는 않을 망정 봉급이 조금씩은 오르는데 왜 생활은 나아지는 것이 없나’라고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 특별한 부수입이 없거나, 맞벌이하는 유능한 배우자를 두지 않은 고지식한 딸깍발이임에 틀림없다. 지난 5년 동안 교수와 대졸 직장인의 봉급, 물가 인상률을 비교해 보면 교수봉급은 절대금액에서는 다소 늘었으나 사회적 수준에서는 되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학연금관리공단의 교수보수월액 변동표에 따르면 부교수 21호봉은 1995년 1백54만원에서 2000년에는 1백80만원으로 5년 동안 17%가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대졸 직장인(40세~44세 기준)의 평균 임금은 1백65만원에서 2백26만원으로 37% 이상 올랐다.
사학연금관리공단에서 연금의 산정기준으로 삼는 교수보수월액은 직위와 경력에 따라 결정되는 ‘표준봉급월액’에 기말수당·정근수당·정근수당 가산금의 연지급액을 12개월로 나눈 것이다. 여기에는 학생지도비, 연구비, 특별상여금이 포함돼 있지 않아 실제로 교수들이 받는 봉급은 국립대는 1.4배, 사립대는 2배 정도다. 이를 역산하면 국립대 부교수 21호봉의 월급은 2백60만원정도로 대졸자 평균보다는 좀 더 많은 금액. 그러나 인상률만을 놓고 볼 때는 절반수준이다. 그만큼 사회적 보수수준이 예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사회적 보수수준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 노중기 한신대 교수(41세)는 “교수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지위가 일치하는 것은 수도권 지역의 일부 사립대나, 이제 정년을 몇 년 앞둔 교수들에게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60년대에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유학까지 다녀왔다면 부유한 집안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70∼80년대 접어들면서 공부를 시작한 소장학자들은 교수직을 얻은 지금도 넉넉한 살림살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노 교수는 말했다.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 따라, 세대에 따라 교수간의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대다수의 소장학자들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지위의 불일치를 겪는다. 이는 사회적으로 지위에서 비슷한 수준에 있는 전문직과 비교할 때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98년부터 직장인 월급수준 교수 앞질러
한편, 재직 연한에 따라 호봉이 올라가고 변화가 시나브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로 체감하는 수준이 물가인상률처럼 명확하지는 않다. 이 아무개 경북대 교수(43세)는 “5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요즘 신임교수들 가운데 집안의 보조가 없는 경우에는 많이 힘들어하는 것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씀씀이도 커지고 현금서비스를 받는 금액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며 “생활수준이 나아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봉급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까닭은 IMF사태로 2년 동안 임금이 동결되고 이후에도 소폭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1995년 1백을 기준으로 할 때 1997년 1백14까지 올랐던 교수들의 표준보수월액은 1998년 1백7로 뚝 떨어지더니 1999년 1백14, 2000년 1백17로 소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대졸 직장인의 봉급수준은 해마다 평균 7포인트 이상 상승, 교수들의 봉급인상률을 꾸준히 앞질렀다. 같은 기간 물가인상률도 22%로 해마다 4포인트 이상 꾸준히 올랐다. 그 결과 1998년부터는 교수들의 봉급인상률을 앞지르고 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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