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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제도 현실성 분석 ‘제도설계이론’ 발전시켜
경제제도 현실성 분석 ‘제도설계이론’ 발전시켜
  • 교수신문
  • 승인 2007.10.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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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명]공동수상한 레오니트 후르비치·에릭 매스킨·로저 마이어슨 교수

2007년도 노벨경제학상은 제도설계이론(Mechanism Design Theory)의 기초를 제시한 미네소타대학의 레오니트 후르비치(Leonid Hurwicz) 교수, 프린스턴고등연구원의 에릭 매스킨(Eric S. Maskin) 교수, 그리고 시카고대학의 로저 마이어슨(Roger B. Myerson) 교수 세 명이 공동 수상했다.
필자는 미국 미네소타대학 박사과정에서 레오(Leo) 후르비치 교수의 제도설계이론에 관한 여러 과목을 수강했고 박사학위논문의 심사위원으로 지도받기도 했다. 이하에서는 제도설계이론에 대한 설명과 후르비치 교수에 대한 소감을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노벨상 선정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세 명의 석학은 ‘경제제도의 현실성에 대한 다양한 문제의식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기본적인 수리경제학적 도구’로서 제도설계이론을 건설하고 발전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
게임이론이 “게임 또는 경기의 규칙이 주어졌을 때 개인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인 반면, 제도설계이론은 “게임의 규칙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따라서 제도설계이론은 게임이론의 결과물들을 이용해 더 고차원의 문제를 푸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940, 1950년대를 풍미한 게임이론이 제도설계이론으로 자연스럽게 이행하리라 짐작할 수 있겠지만, 경제학계에서는 제도설계이론의 아버지가 레오(Leo) 후르비치 교수임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그는 1960년의 논문에서 제도(mechanisms)에 대한 수학적 정의를 창안하고 1972년의 논문에서 제도설계이론의 가장 중심적인 개념인 유인합치성(incentive compatibility)을 정식화했다. 그 사이에 애로우(Arrow) 교수 등과 보다 경제학의 주류라 할 수 있는 일반균형이론 및 후생경제학의 근간을 만들었다. 이후 후르비치 교수는 본인 스스로 여러 방향으로 제도설계이론을 발전시켜 나갔는데 1979년에 발표된 3개의 논문이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유인합치성’ 개념,‘내쉬시행’ 분석으로 빅뱅맞아
제도설계이론을 낳은 이가 후르비치 교수라면, 제도설계이론을 키운 이는 매스킨과 마이어슨 교수이다. 매스킨 교수는 1977년에 ‘내쉬시행’에 대한 분석을 완성함으로써 제도설계이론의 빅뱅을 일으켰다. 내쉬시행이란 “어떤 사회적 목적이 제도를 통해 구성원들의 균형행위의 결과로 나타나기 위한 절대조건이 무엇이냐”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것으로 그 조건을 매스킨 단조성(Maskin monotonicity)이라 한다. 그 후에도 매스킨 교수는 본령이라 할 산업조직론을 비롯해 정치경제학, 옥션이론, 제도경제학 등 다방면에 걸쳐 제도설계이론의 세련성을 주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마이어슨 교수는 제도설계이론의 세련화에 공헌했는데, 특히 1983년의 불가능성에 대한 논문으로 유명하다. 즉, 가장 간단한 형태의 거래인 일대일 거래에서조차, 만약 자발적인 참여와 자유거래를 보장한다면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최적거래가 이루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후에도 마이어슨 교수는 게임이론, 제도설계이론, 규제 등에 많은 업적을 남기고 있다.
제도설계이론은 여러 구성원으로 이뤄진 사회가 제도를 만들 때 궁극적으로 효과 있게 작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인센티브를 존중’하도록 이뤄져야 함을 기본전제로 한다. 각 구성원들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실제 시행돼 현실화되기까지는 간단치 않은 문제가 있다. 개인이 자신의 여건, 특성, 정보 등을 사회기관에 보고하고 그 보고에 준해 정책이 이뤄지는 가장 간단한 가상적인 제도에서도, 근본적인 문제는 개인이 거짓을 보고할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을 황폐화하는 잘못된 제도 겨냥
개인이 참된 보고 또는 행동을 하도록 유인을 제공할 수 있도록, 즉 유인합치성을 갖도록 경제제도가 만들어져야 함을 이론적인 틀로 제시한 것이 후르비치 교수의 공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주의 사회가 개인의 유인을 고려하는 데 실패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시장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이러한 개인의 유인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 타당성이 많이 떨어질 것이다. 경제제도뿐만 아니라 옥션, 투표, 계약 등의 제도에도 개인의 유인합치성을 존중하면서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게끔 설계되는 데 제도설계이론의 결과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후르비치 교수는 나찌와 세계대전 등을 경험한 폴란드 유대인이므로 다음처럼 짐작할 수 있다. 즉, 그는 잘못된 제도가 얼마나 인간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지에 대한 실존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세대의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필자는 그가 ‘수학적 논리의 세련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경제제도의 현실성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고찰’했다고 생각한다.
레오(Leo)의 교수법은 개인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춰 당신이 개발해 완성시킨 이론체계를 전수함으로써 ‘학생이 스스로 깨닫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어가게’ 하는 식이다. 이런 교수법을 통해 ‘제도설계이론’의 여러 대가들이 만들어져 여러 분야에 응용시켰다. 레오는 특히 학생들과의 면담시간을 아주 풍성한 일대일 학습의 시간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그가 주는 참고문헌, 관련 사례 등은 그의 백과사전식 사고의 일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정확했다.

김진 / 한국조세연구원·경제학

필자는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공공 제도설계에서의 세 가지 에세이’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이코노미 레터스에 ‘생산비 불확실성하의 국제 공공재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발표했다. 미국 루이지애나 SELU 객원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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