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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비대위, 교육부총리 사퇴 요구 … 인가신청 거부
로스쿨 비대위, 교육부총리 사퇴 요구 … 인가신청 거부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7.10.22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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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로스쿨 정원 1500명’, 대학 등 각계 반응

교육부가 2009년 개원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1천500명으로 확정·발표함에 따라 로스쿨을 추진 중인 법과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발이 일고 있다. 한편 로스쿨 준비 대학들 간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국회보고 및 국회 반응=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지난 17일 국회 교육위에서 ‘법학전문대학원개원추진현황보고’를 통해 “총 정원을 2009년 1천500명으로 하고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2천명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보고하자 교육위 의원들은 즉각 반발해 보고를 거부하고 26일 교육부 수정안을 다시 받기로 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이은영 의원은 이 자리에서 “법조 이기주의를 대변하는 처사”라며 “2천명에서 2천500명 선이 아니면 정식 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정원 수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며 과학적인 연구에 기반하지 않아 보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국민들에 대한 법률 서비스 강화라는 목표에 부족하다”면서 “이번 결정은 법조 기득권 세력인 변협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대통합민주신당 천정배 의원은 “서울대생의 경우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혜택이 매우 커 고시까지 합격하면 그 혜택이 과도하다”면서 “서울대는 로스쿨 설립인가에서 제외시키고 연구중심대학원 중심대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비대위= 한국법학교수회와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가 소속된 로스쿨비대위는 교육부의 안을 전면 거부하면서 교육부총리 사퇴를 주장했다.
로스쿨 비대위는 교육부 보고 직후 성명을 발표하면서 △현재의 로스쿨 도입 반대 △전체 대학과 함께 인가 신청 거부 △교육부총리 퇴진 △청와대 책임자 사퇴를 요구했다. 비대위측은 18일 서울 세종로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교육부의 재보고일인 26일 이전에 ‘로스쿨 시민대토론회’를 열고 국회의원 2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을 것”이라고 강한 반발을 예고했다.

△대학협의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장무 서울대 총장)는 1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교육부안은 로스쿨 제도 도입의 근본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하면서 “교육부는 로스쿨 정원 등의 문제에 대학의 의사를 반영,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국사립대총장협의회(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는 같은 날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정부가 대학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강력한 공동투쟁을 펼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26일 재보고에서 교육부가 3천200명 이상을 제시하지 않으면 국립대 총장들과 연계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법대학장협의회(장재옥 중앙대 법과대학장)는 이날 긴급회의를 통해 “특권법조를 지지하는 로스쿨이라면 사법개혁의 의미가 없다”며 “로스쿨 신청 자체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표정관리 중이다. 변협 쪽 주장에 가까운 총 정원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변협 관계자는 “지도부는 현재 말을 아끼고 있다”면서 오히려 “교육부가 내놓은 근거자료에 문제가 있어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협은 이전부터 OECD 국가 기준의 변호사 수급론이 실제와 맞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교수신문이 전국 98개 법과대학 중 로스쿨을 준비 중인 42개 대학들을 조사한 결과, 로스쿨을 준비 중인 대학들의 법과대학 교수 수는 1천143명이었다. 이번 여름에만 297명이 신규 임용되거나 대학을 옮겼다. <관련기사 8면> 

1천500명의 총 정원을 각 로스쿨 당 80명으로 환산하면 19곳 내외의 대학에 로스쿨이 설치된다. 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에서는 전임교수 수 과잉의 문제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교원 수가 적은 대학 순으로 500명 내외의 법학교수들의 처우, 신분 문제도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다.한편,  이런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19일 교육부는 일부 언론을 통해  “첫 해 인원만 1천800명으로 늘이고, 대학을 네 등급(150/100/70~80/50명)으로 나눠 선정하며, 그 후 정원 추가에는 로스쿨 추가보다 정원 추가의 방법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보완책’을 흘리기도 했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각 로스쿨 정원을 80명으로 추산하면교육부의 로스쿨법 시행령에 따르면 각 로스쿨 대학의 정원은 150명 이하다. 80명을 평균으로 잡아 추산하면 19개 내외의 대학에 로스쿨이 설치된다.
법정 최소 전임교원 수가 20명인 점을 감안, 80명의 학생을 뽑으면 매년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4명이고 3년간 누적되는 교수 당 학생 수는 12명이 돼 교육부 시행령을 맞출 수 있다. 교수 평균 연봉을 5천만 원으로 잡으면 학생들의 학기당 등록금 중 208만 원정도가 교수급여의 몫이 된다. 현재로서 대학들이 로스쿨 입학자의 등록금을 얼마로 책정할 지 알 수 없지만, 교수 수는 20명보다 훨씬 많고 교수 연봉도 5천만 원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돼 등록금이나 대학재정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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