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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상금으로 자극 … ‘연구업적’ 부담이 걸림돌
명예·상금으로 자극 … ‘연구업적’ 부담이 걸림돌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7.10.15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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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베스트 티처’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베스트 티처’. 우수강의교수로 뽑히면 명예롭고 상금도 받지만 다른 교수들에게는 은근한 압박이 되기도 한다. 교수법 개선과 강의 질을 높여 대학교육을 개선해 보겠다는 이 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누구나 ‘베스트 티처’가 될 수 있지만 일정한 자격요건은 갖춰야 한다. 이화여대는 4학기 동안 과목별 강의 평가에서 평균 4.0점(5.0만점)이상의 평가를 받아야 하고, 4학기 중 3학기 이상에서 2개 과목 강의 기준을 채운 전임교원과 시간강사만이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서울대는 5년이상 근무한 전임강사 이상으로 자격을 제한했다. 동의대는 비전임 교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대학과 비교된다.
선정시기와 인원도 대학마다 다르다. 연세대는 7개 분야에서 한 명씩 선정하는 ‘최우수강의교수상’(베스트티처 어워드)과 단과대학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선발하는 ‘우수강의교수상’을 시행하고 있다. ‘우수강의교수상’은 각 단과대학에서 강의평가 등의 자체 기준에 따라 상위 15%내에 드는 교수에게 수여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98명이 ‘우수강의교수상’을 받았다.

한양대는 해마다 강의평가 점수 순으로 계열별 5명 이내의 베스트 티처를 선정하고 있다. 차 순위자에 대해서는 강의평가 우수교원으로 선정하고 있는데 인원수는 매년 차이가 있다. 건국대도 학기마다 3개 계열분야에서 ‘강의평가 우수 교수·강사’ 9명을 뽑는다. 이화여대는 계열 구분없이 학기마다 전임교원과 시간강사 각각 5명 내외로 강의우수교원을 뽑고 있다.

평가 척도 없다보니 학생평가가 좌우
선정 기준은 대다수 대학들이 강의 평가 결과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의 평가결과 최고 득점자를 계열별로 안배해 대학당국이 선정하는 방식이다. 딱히 강의 평가 이외에 ‘우수한 강의’를 평가할 만한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김승규 동의대 학사지원과 과장은 “우수 강의를 강의 평가만으로 판단한다는데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교육업적이나 강의 활동을 계량화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강의 평가 결과를 통해 우수 강의 교원을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대 ‘HUFS 강의상’은 강의평가를 100% 반영해 수상자를 뽑는다. 대신 ‘수강태도가 불성실했다’는 응답자는 제외시켜 강의 평가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건국대도 같은 이유로 선정 기준이 되는 강의 평가 교과목을 최소 50명이상이 수강한 강좌 가운데 강의 평가 참가율 70%이상인 교과목으로 제한하고 있다.
별도의 심사위원회를 구성, 강의평가를 포함한 강의 전반으로 심사 범위를 넓힌 대학도 있다. 동아대, 서울대, 연세대 등이 해당한다. 서울대는 대학 구성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서울대교육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신복 부총장) 심의를 거쳐 수상자를 뽑는다. 심사 항목은 △추천조서와 추천서 내용 △강의 평가 및 학생지도 △창의적인 강의 방법 및 자료 개발 내용 △후보자의 교육업적 등이다. 동아대는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최우수강의교수선정 심사 소위원회’에서 시상 후보자를 심사한다. 2단계로 심사하는데, 강의 평가 상위 순위자 가운데 시상대상 3배수를 뽑는다. 이후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후보자의 강의를 쵤영한 내용을 심사 소위원회에서 최종 심사하게 된다.

‘베스트 티처’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혜택은 교육자로서의 명예와 보람이다. 연세대 ‘최우수강의교수상’에 선정된 수상자들은 이 대학 백양관 복도에 마련된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영예’를 안게 된다. 교육·연구·봉사 등 각 분야 최고로 평가된 교수들을 대상으로 만든 ‘명예의 전당’에는 현재 2005년, 2006년 수상자 14명의 명패가 전시돼 있다. ‘우수강의교수상’ 수상자들은 각 단과대학 로비에 명패를 전시하고 있다.
상금도 주어진다. 서울대는 2005년부터 해마다 ‘서울대 교육상’ 수상자를 5명 안팎으로 뽑고 있으며,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만원이 지급된다. 수상자 가운데 뛰어난 교육 업적을 거둔 교수에게는 ‘교육상 대상’을 수여하고 상금 2천만원을 수여하고 있다. 홍승수 교수(물리·천문학)가 지난 2006년에 교육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화여대는 전임교원의 경우 200만원과 크리스탈 패를, 시간강사에게는 50만원과 상장을 각각 수여한다.
또 대부분 대학들이 배점은 다르지만 수상자에게 교육업적평가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로 교육 질 개선될까
각 대학마다 베스트 티처를 선발하고 있지만 그 취지대로 강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천세영 충남대 교수학습지원센터장은 “우수강의 교수에 대한 격려차원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는 힘들다”면서 “하지만 각 대학에서 도입하고 있는 우수교원에 대한 시상은 분명히 동료교수들에게 교육적인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이나 업적 평가기준이 연구에 편중되다보니 이벤트성 행사로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에서 교육상을 수상한 한 교수는 “물론 개인적인 영광이지만 이것이 자극이 돼 다른 교수들이 교육에 전념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서울대 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의 승진심사나 정년심사 지표가 연구업적 중심이고 사회여론도 대학을 연구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강의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운있는 지적이다.
교수에게 강의와 연구는 자웅동체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 연구환경은 ‘강의’를 강조하면서도 ‘업적’도 동일하게 요구하기 때문에 ‘우수강의교수’와 같은 제도가 자칫 압박으로 전락할 우려도 높다.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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