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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추천 선호 … 학술대회·강의 참관해 ‘픽업’
교수 추천 선호 … 학술대회·강의 참관해 ‘픽업’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7.10.08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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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정보] 출판사들의 신진필자 발굴법

최근 5년 이내 취득한 박사학위논문의 출판비를 지원하는 학술진흥재단의 박사논문출판지원사업 지원 신청이 지난달 12일  마감됐다. 50여 편을 선정해 연구자와 출판사에 각각 5백만원을 지원하는 이번 사업에 490여 명의 박사가 몰려 젊은 연구자들의 높은 출판 진입장벽을 실감케 한다. 출판계의 필자 발굴 방식을 통해 신진 연구자들의 출판루트를 모색해 본다.

출판사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보유한 교수필자의 추천을 선호했다. 전문성과 신뢰성 때문이다. 학회나 연구소에 문의하거나 학술지·계간지 등의 기고를 살피고 신문의 학자 평가에 따라 대중성을 감지하는 것도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다. 편집진이 유망 필자들의 발표회나 강의실을 찾아 필자를 물색하는 방법도 있다.
고유 필자교수나 연구소 등의 추천을 의뢰하는 경우는 대부분이다. ‘그린비’는 박사학위논문 등을 투고하는 사람에 대해 집필계획 등을 묻고 자신들의 출간 기준, △사회비판적인 내용 △미래상 비전 제시 등에 따라 저자를 선별한다. 투고자의 연구 내용은 출판사의 저자 인맥을 통해 검증한 뒤 편집부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전속 편집위원회는 없지만 주로 수유너머연구소 연구자들을 통해 필자에 대한 조언을 얻는다. 원고의 질에 따른 차등은 두지 않는다. 논문을 개작해서 내는 경우 출판사의 성격에 맞고 원고의 질이 좋다면 초판부수를 줄여서라도 낸다. 대체로 2천부를 인쇄하지만 간혹 1천부를 찍는 경우도 있다. 주승일 편집차장은 “학술서라도 길면 3년, 5년 정도면 초판은 다 나가는 편이다. 신진필자와 한 번 작업을 하게 되면 필자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에 문체나 스타일이 대중소통과 맞아 떨어지면 신경을 써서 필자로 확보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투고 받은 논문을 자문위원 평가에 따라 차등 출간하기도 한다. ‘선인’은 박사학위 논문을 투고받으면 3명의 자문위원과 관련분야 외부인사의 자문을 얻는다. 주로 근현대사를 다루는 ‘선인’은 자문위원회가 만장일치로 “OK”하면 현대사 총서로, 1명이라도 거부하면 한국학 총서로, 깊이는 다소 떨어지지만 전문성이 있다면 일반 단행본으로, 학술문화에 악영향을 준다면 출판하지 않는다는 선의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
편집진의 안목과 기획력을 중시, 편집자가 필자를 직접 물색하기도 한다. ‘휴머니스트’는 목표로 하는 필자의 원고 이외에도 필자의 발표, 필자에 대한 평, 주변 이야기 등을 수집해 판단한다. 발표 논문 차원의 글을 읽고 학술대회 행사장에 참석해 저자의 발표내용을 직접 확인한다. 편집자는 발표논문의 구성을 살피고, 토론과정의 논쟁, 관련 연구자의 논평, 저자에 대한 뒷이야기를 수집한다. 일단 편집진의 눈에 들면 “논문을 확대 발전시키고 새로운 글쓰기를 통해 출간하자”고 제안한다. 이런 ‘픽업’은 신진필자나 중견필자에 차이가 없다. 교수나 강사의 경우 대학으로 찾아가 청강하기도 한다. 강의 중에 새로운 기획력이나 흥미로운 내용을 포착하면 단행본으로 낼 것을 제안하거나 강의를 다른 방식으로 해보면 어떨지 제안, 필자와 함께 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다. 성기완 편집장은 이처럼 품이 많이 드는 발굴방식에 대해 “신진필자를 발굴하는데 더 생산적일 것 같아서”라고 이유를 댔다. 또 “편집자는 필자의 막힌 점을 뚫어만 주면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품이 적게 든다”고 밝혔다. 편집자는 필자와 개념을 잡고 함께 기획안을 마련한다. 성 편집장은 “최근 신진연구자들은 중견연구자와는 다르게 자신의 전공뿐만 아니라 인접분야도 연구하기 때문에 대중서로 출간하기에 좋은 글이 많다”며 신진필자 발굴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출판사 나름의 직관적인 판단을 중시하기도 한다. 창립초기부터 신진필자발굴이 “즐거움”이라는 ‘소명’은 새로 발행되는 논문이나 출판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모니터링에 집중한다. 주로 학술지나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논문, 특정 주제에 대한 글을 탐독한다. 출판사 자체의 기준에 대한 부합여부나 학문에 대한 열정도 글에서 읽어 가능성을 짐작하는 것이다.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나 교수의 자문을 받는다. 박성모 대표는 “박사논문을 대중버전으로 만들려는 사람은 있다. 그런 현상은 좋지만 어느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경우 많다”며 학위논문의 성급한 출판을 경계했다. 신진필자 출간서의 발행부수는 약 700부.
대학출판부는 중견·원로 교수들의 책도 못내 신진필자 확보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 출판부는 투고 받은 학위논문에 대해 최소한 2~3년간 연구를 보완토록 하고 있다. 보완된 연구서도 출판을 위한 연구가 축적되었는지, 틀이 완전하게 잡혔는지 등 출판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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