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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위기와 동아시아 자본주의『위기와 동아시아 자본주의』(이수훈 지음, 아르케 刊)
[깊이읽기] 위기와 동아시아 자본주의『위기와 동아시아 자본주의』(이수훈 지음, 아르케 刊)
  • 강성호 / 순천대·역사학
  • 승인 2001.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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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4 09:32:27

이번에 출간된 이수훈 경남대 교수(사회학)의 ‘위기와 동아시아 자본주의’는 세계 자본주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과 동아시아가 겪고있는 위기의 원인을 설명해주고 향후 발전전망에 대한 제안까지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 적절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몇 가지 점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첫째, 저자는 세계적 관점에서 한국과 동아시아의 위기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저자는 현 시기의 위기를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4백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자본의 지구화 물결 중 제3차 지구화 물결의 하나로 파악한다. 제3차 지구화 물결의 핵심은 ‘축적기반 재구축을 위한 자본주의 구조조정’이고, 그 구체적 특징은 ‘생산의 분산, 시공간적 압축, 통제점의 독점’이다. 이 제3차 지구화는 ‘경제를 위해 사회를 해체하고 경제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사회를 붕괴하는’ ‘사회의 붕괴화’를 초래함으로써,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가져오면서 ‘위험한 계급’의 증대와 방치를 야기한다. 저자는 이러한 분석에 근거하여 현 시기를 불확실성, 불안, 어둠, 불균등과 부조리, 무질서가 우세한 ‘암흑기’로 규정하고, 이 시기는 적어도 20년은 진행하리라고 본다.

둘째, 이 교수는 현 시기를 전체적으로 암흑기로 규정하면서도 아·태 지역과 동아시아 지역이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교수는 1970년대 초 미국 헤게모니 체제가 쇠퇴했고, 또한 유럽의 권력도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동아시아 자체가 이제는 세계체제의 핵심세력’을 이룬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동아시아의 세계경제적 중심성’은 IMF 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1997∼98년 ‘아시아 위기’는 세계경제위기가 아시아로 번진 것에 불과하고,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동아시아의 금융공황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소하고 일시적인 사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일본의 경기침체 극복과 중국의 고성장이 동아시아의 중심성을 계속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

셋째, 이 교수는 아시아 위기 속에서 한국이 겪은 위기를 ‘半주변부적 국가발전의 위기’로 분석한다. 이 교수에 의하면, 한국은 ‘세계시장 의존·국가주도·재벌’을 위주로 하는 발전모델에 근거하여 사회전체를 대규모 발전동원체제로 몰아감으로써 30년만에 세계경제의 주변부에서 반주변부로 진입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이 IMF 위기를 겪게 된 것은 내부의 구조적 경직성 때문에 대내외적 환경변화에 기존의 발전모델을 개혁시켜 나가지 못했기 때문으로 이 교수는 본다.

넷째, 이 교수는 한국적인 위기상황에 대해 역설적으로 ‘반주변주의적 가치’에 입각한 ‘반주변부적 삶의 공동체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 교수는 중심도 아니고 주변도 아닌 반주변은 남을 해칠 일도 없고 남에게 굴욕 당할 일도 없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본다. 더 나아가 이 교수는 반주변부적 삶은 ‘과잉생산, 과잉축적, 그리고 과잉인구 없이 생산자는 적절한 수익을 남기고 소비자는 적절한 소비생활을 하는 그런 세계체제의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것은 단지 한반도 차원의 과제가 아니라 세계체제적 과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한국과 동아시아의 위기를 자본주의적 세계체제와 관련해서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한국과 동아시아의 위기극복 처방도 내부적 관점뿐만 아니라 세계적 관점에서 모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 한국과 동아시아가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한 분석이 너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부적 정세변화에만 치중함으로써 내부 문제가 소홀히 다뤄져 균형 있는 분석이 제약을 받았다. 둘째, 한국과 동아시아가 겪은 IMF 위기를 너무 자본의 ‘일상적’ 순환과정으로 본 것이 아닌가 싶다. IMF 위기를 야기한 현 시기 미국과 유럽의 국제금융자본의 전략적·핵심적 의도가 기존의 자본 흐름과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총체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셋째, 한반도와 세계체제 차원에서의 대안으로서의 ‘반주변주의적 삶’은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측면이 많은 ‘이상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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