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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새로운 전망 모색
생명과학 새로운 전망 모색
  • 권희철 기자
  • 승인 2001.1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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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3 09:54:36
지난 10월 26일부터 이틀 동안 제56회 한국생물과학협회(회장 박상대 서울대 교수, 이하 협회) 학술발표대회가 중앙대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협회는 이번 행사의 주제로 ‘포스트-게놈 시대의 생명과학’을 내걸었다. 세간에 회자되는 주제인데다가, 한국동물학회 등 8개 산하 학회가 한데 모여 심포지엄을 비롯 포스터 발표 등 다양한 행사를 벌여 관심을 모았다. 추종길 대회준비위원장(중앙대 생명과학)은 “기초에서 응용에 이르기까지 포스트-게놈 시대 생명과학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올해 2월 염기서열해독률이 99%까지 진행돼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세인의 관심은 ‘게놈’으로 모아지고 있다. 약간의 유전자 조작으로 수명이 늘거나 난치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장밋빛 환상이 그렇고, 그로 인한 부작용과 윤리적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렇다. 그런데 ‘포스트-게놈’이라면 지금까지의 작업이 계속적으로 진행되는 ‘후기-게놈’의 뜻을 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탈-게놈’으로서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려는 것일까. 후자라면 환상이나 선입견을 극복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분석하는 과학적 진단이 필요할 것이다.

김용정 한국생명공학연구회 유전체연구센터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오해에 불과하다. 그는 한국동물학회 심포지엄에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와 포스트-게놈 시대’라는 발표문을 통해 ‘포스트-게놈’을 간단히 규정한다. 지금까지가 유전체‘구조’해독시대였다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유전체‘기능’연구시대, 즉 포스트-게놈 시대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놈연구, 구조에서 기능으로

그는 포스트-게놈 시대에는 각 유전자들의 생체기능을 밝히는 일이 추진될 것이며, “누가 먼저 기능을 밝혀 이를 산업적으로 이용하느냐에 따라 지적재산권뿐만 아니라 산업적 재산권까지도 획득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유전체 정보가 “산정할 수 없는 막대한 산업적 잠재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국적 화학 기업 및 거대 제약 기업들은 “상업적 가치를 지닌 유전자 및 단백질의 선점을 위하여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과감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밝혔다. 다른 발표들도 이와 유사하게 포스트-게놈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거나 국내의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이 미진함을 지적하고 있지만, 게놈 연구와 산업화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이 부족한 게 아쉽다.

산·학이 한데 모여 이목 집중

박상대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가 크고 작은 여러 행사를 아울러 “앞으로 생명과학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또 “전체적으로는 약 1천5백명 정도 참여했으며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외 저명한 학자들의 논문이 모두 36편 발표됐다”고 말했다. 양적으로만 본다면 이번 학술대회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생물학 전반에 관련된 약 4백50여편의 포스터 발표에 주목해달라”고 말한다. 포스터 발표는 논문에 대한 개요와 검증 역할은 물론, 시간 관계상 동시적으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 포스터 발표 행사에서 이 분야 연구자들은 자유롭게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터 발표와 같은 장소에서 바이오 벤처기업들도 자사의 기업투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린진바이오텍(제노믹스 및 형질변환 쌀 개발) 등 8개 업체가 참여했다. 산학이 한데 모여 행사를 갖는 것이 다소 이채로웠다.

한편 학술대회와 더불어 열린 대의원총회에서는 김학렬 고려대 교수(생물학)가 1년 임기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권희철 기자 khc@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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