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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반값 골프장 건설, 환경피해 고려해야
[대학정론]반값 골프장 건설, 환경피해 고려해야
  • 김귀곤 / 논설위원·서울대
  • 승인 2007.08.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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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지를 이용하여 반값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골프인구 폭발에 따른 외화의 해외 유출을 막겠다는 고육지책으로 생각된다.
18홀 골프장 10개 이상을 수도권의 농지에 조성하는 안이 전해지고 있다. 18홀 기준으로 골프장 1개를 건설하는 데에는 약 32만6천평 정도가 소요된다. 따라서 3백26만평의 농지가 수도권에서 사라질 수 있다. 웬만한 신도시 하나의 조성 면적에 해당된다.
농지는 단순히 농사를 짓는 땅 이상의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 자연자산이다. 농지가 생산해내는 환경서비스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농지가 골프장으로 전용될 경우 여러 가지 나쁜 환경영향이 야기될 수 있다.
예측되는 영향으로는 야생동물서식처 및 국토생태축의 파괴, 농지의 형질변경과 수문과정의 교란, 지하수의 오염과 외래 식물종의 이입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환경피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농지의 타 용도로의 전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5년 이상 농사를 짓지 않은 농지가 ‘습지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 ‘맑은 물 법’에 의거하여 습지로 지정된다. 이 농지에는 보전지역권(Conservation Easement)이 설정되어 정부로부터 지원대상이 된다.
습지가 아닌 농지도 골프장 건설, 도로나 택지개발 등, 다른 용도로 전용할 때에는 ‘습지조건’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를 전문 컨설턴트로 하여금 조사토록 하여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종합적인 농지환경생태계획·관리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않다.
선 계획·후 개발의 원칙에 따라 유휴농경지에 발달된 습지의 보전과 지속가능 이용을 위한 종합적인 환경생태계획이 마련되어야겠다. 이 계획에는 환경생태적 측면에서 보전해야 할 지역과 지속가능 활용이 가능한 지역의 구분이 포함되어야 한다.
환경영향검토과정에서 농지의 습지조건을 조사한 후 개발 사업이 이들 조건에 미칠 영향의 크기와 중요성을 평가하고, 대안과 저감대책이 사전에 마련될 수 있도록 현행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제도도 보완토록 할 필요가 있다.
한번 파괴된 자연은 원래대로 회복되기 어려운 불가역성을 가지고 있다. 농지를 대상으로 하는 준비되지 않은 골프장 개발은 서둘러서는 안 된다. 환경생태측면에서의 철저한 검토가 있기 바란다.
농지가 장·단기적으로 생산해내는 환경재화와 서비스를 골프장개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이득과 저울질해 봐야 할 때이다.

김귀곤 / 논설위원·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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