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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아시아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국제회의
[화제]아시아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국제회의
  • 교수신문
  • 승인 2001.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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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31 11:19:16
지난 12일 오전, 연세대 상남경영원. 서른명 안팎의 학자들이 국제학술회의를 위해 모여들고 있었다. 참석한 학자나 관련자들의 수를 보면 그냥 스쳐지나갈만한 규모였지만, 이 의미있는 자리는 그렇게 ‘머릿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틀간 내쳐 이어졌다. 에너지대안센터(대표 손충렬)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사무총장 김여수)가 함께 개최한 ‘아시아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국제회의’였다. 어쩌면 이번 ‘국제회의’는 에너지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과 인식 정도를 고스란히 반영했는지도 모른다. ‘에너지’하면 기껏 기름값이나 원자력 정도를 연상하는 수준에서 본다면, 이번 국제회의는 중요하고도 긴급한 과제를 제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시아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제회의였던 만큼 한국, 일본, 대만, 중국·몽골 등 아시아 주요 국가의 에너지정책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에너지정책 문제를 진단하는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있는 정부측 인사들은 이번 회의 어디에도 배치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해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민운동의 관점에서 에너지정책을 분석,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도는 ‘재생가능에너지의 사회, 정치, 경제적 의미’라는 기조연설을 한 피터 드뢰거 시드니대 교수(국제에너지기구 태양도시프로그램 조직위원장)에게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재생가능한 에너지’가 키포인트였던 셈.

화석연료경제가 낳은 비극

피터 드뢰거 교수는 화석연료경제가 불평등한 사회발전, 도시화 위기, 전세계적인 군사충돌, 크고 작은 환경 재해, 기후변화와 관련 비용 및 위험 증대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지적한 뒤, 화석연료 혹은 원자력 중심 경제에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재생가능한 에너지 및 마이크로 전력시스템 보급이 이미 증가 추세에 있긴 하지만, 지금의 변화 속도로는 앞으로의 위기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 회의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태양 에너지 및 기타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을 도입하는 것 외에도, 이제는 도시의 교통 및 토지사용 체계나 시설 건립 및 도시 설계에 있어서도 상당한 재조정이 있어야만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출했다. 요컨대, 지금이야말로 화석연료 에너지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과감하게 전환할 시점이라는 것.

그렇다면 아시아 여러나라들은 에너지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왔을까. 일본의 경우를 보자. 나까가와 슈우지 태양광·풍력발전트러스트 운영위원은 ‘시민공동발전소‘를 거론했다. 이것은 자신이 사용하는 전기를 다른사람에 맡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생산하기 위한 도구로 시작했다. 일극 집중화가 아니라 지역분산형으로 시민 각자가 책임을 지고 있다. ‘시민이 직접 비용 부담하여 참가하는 시민주도의 공공사업’이 바로 시민공동발전소다. 또한 일본은 ‘핵없는 자연에너지 사회’를 지향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전기를 절약하여 아낀 전기료를 자연에너지 확산을 위한 기금으로 유치하고 있는데, 이 운동의 핵심이 바로 ‘훗카이도 그린펀드’. 역시 자연에너지를 이용하는 시민공동발전소 건설과 핵이 없고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미래를 위한 녹색전력요금제를 추구하는 비영리단체이다.

내몽고 풍력산업 세계 10위권

1천개의 마을, 25만명의 유목민 가구 이상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내몽고에서도 풍력을 통한 자연에너지활용이 중요 의제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티안 데 내몽고농대 교수는 ‘내몽고 지역의 풍력과 태양에너지 자원의 이용과 개발’에서 내몽고의 지난한 노력의 일단을 소개했다.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매년 1백kw 태양전지판 3만5천기와 함께 소형풍력발전기를 중심으로 하는 재생가능에너지산업이 자리잡아 왔다. 2000년 말까지 내몽고에는 소형풍력발전기 14만4천기와 5백79kw 태양전지가 설치됐다. 또한 10개 이상의 재생가능에너지기기 및 부품 공장들이 있으며, 이런 힘을 바탕으로 내몽고 풍력발전산업은 세계 상위 10위에 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과 같은 저에너지정책을 펼치는 나라들의 사례는 어떨까. 마틴 스타프호르스트 독일 태양에너지협회 부회장은 ‘독일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시민운동’에서, ‘완전비용요금제’(Full Cost Rates, FCR)의 개념과 2000년 4월 발효된 ‘재생가능에너지법(EEG: Erneurbare-Energien-Gesets)’의 결정적 역할을 소개했다. 태양전력시스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20년간 재정적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이 개념에서 독일적인 ‘경제성’ 마인드가 스며들어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법’은 바로 이 개념 위에 선 건축물이다. 독일은 에너지 문제 해결과 기술진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의 자발적 노력 절실

한국쪽의 사정을 진단한 이필렬 방송대 교수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체제 전환의 가능성’에서 다소 우울한, 그러면서도 시민운동쪽에 희망을 건 분석을 제시했다. 이교수에 따르면, 2000년 전체 에너지 소비 중에서 순수한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은 0.0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에너지정책의 중심틀을 ‘재생에너지’부문에 두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다. ‘대체에너지용 폐기물’과 재생가능한 에너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게 이교수의 주장. “대부분 폐기물에서 대체에너지를 얻고 있는 사정에서, 어쩌면 대체에너지용 폐기물이 모자라 수입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한 대목은 예사롭지 않다. <박스기사 참조>에너지가 엔트로피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는 제레미 리프킨의 말을 빌것도 없다. 화석연료에 바탕한 에너지정책은 ‘석유’와 원자력이라는 정치적이면서도 가공할만한 문명의 이기를 과잉소비하면서, ‘생명체’인 지구환경을 좀먹어가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화석연료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값진 것은 거기에 ‘미래’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대안센터가 마련한 이번 국제회의가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리 놓여져 있지만, 결국 세상 속으로 성큼 다가오는 피해갈 수 없는 ‘과제’를 제기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상훈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이 말한 것처럼,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에너지 대안론을 시민단체와 지식인사회에 확산하는 노력이 목적의식적으로 전개돼야 할 때다.
최익현 기자 ihchoi@kyosu.net

정부의 대체에너지 공급계획
분 야 1998년 2002년 2006년
태양열 44.0 75.0 127.0
바이오 63.2 170.0 148.0
폐기물 1,577.2 2,577.1 4,265.0
(91.9%) (89.4%) (91.9%)
태양광 3.7 6.9 15.0
풍력 0.4 13.0 21.0
소수력 27.2 42.0 64.0
계 1,715.7 2,884.0 4,640.0
(1.03%) (1.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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