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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가 아닌 ‘재생가능한’에너지 찾아야
‘대체’가 아닌 ‘재생가능한’에너지 찾아야
  • 교수신문
  • 승인 200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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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31 11:15:32
에너지대안센터·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최한 ‘아시아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이필렬 방송대 교수는 재생가능에너지 문제와 관련, 의미있는 주장을 던졌다. 이상론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지만, 음미해볼 만한 ‘문제제기’를 담고 있어 주요 부분을 발췌해 게재한다.

정부에서는 2006년까지 ‘대체’ 에너지(alternative energy)가 전체 에너지 소비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2000년의 1%에서 2%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장기적으로는 2010년까지 3%, 2015년까지 5%, 2020년까지 10%로 늘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계획은 지금까지의 정부의 태도에 비하면 대단히 야심적인 것이다. 수치만을 가지고 따지면 2010년까지 재생가능 에저니의 비율을 두배로 늘리겠다는 유럽연합의 계획보다 더 앞선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재생가능 에너지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구축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 발표의 공허함은 정부에서 내놓은 대체에너지 중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이 얼마인가를 계산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정부에서 말하는 대체에너지는 재생가능 에너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에너지촉진법에 나오는 대체에너지 정의에 따르면 폐기물까지 대체에너지에 포함된다. 그리고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이 대단히 부진한 현 시점에서 당연히 정부에서 발표하는 대체에너지 통계의 대부분은 폐기물이 차지한다. 1998년의 대체에너지에서 폐기물의 비율은 92%였고, 2006년 예상치 중에서도 92%를 차지한다. 2020년의 경우는 계산된 값이 없지만 현재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미루어볼 때 이 비율이 크게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어쩌면 대체 에너지용 폐기물이 모자라서 수입해야만 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폐기물 수입해 ‘대체에너지’ 생산?

2000년 전체 에너지 소비 중에서 순수한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은 0.0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의 발표대로 2006년까지 두배로 늘린다고 해도 그 비율은 0.02%가 될 것이고, 2020년 10배로 늘어나도 0.1%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점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재생 가능 에너지를 중심에 놓은 쪽으로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구축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와 같이 정부에 기대할 것이 거의 없는 마당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결국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 중심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석유와 원자력이다. 원자력발전소는 20년 후면 현재의 16기에서 28∼30기로 두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고, 석유 수입량도 두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다. 정부에서는 지금도 불안정하지만 앞으로 더욱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큰 석유 수급을 위해서 유전의 직접 개발을 장려하고 수입선을 중동에 치우치지 않고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하지만, 석유가 고갈돼 간다는 사실과 그것을 대신할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이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기대할 것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여기서 몇가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책 제안을 해보겠다. 첫째 대체에너지라는 용어의 사용을 중단하고 재생가능 에저지라는 용어를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대신하는 것을 나타내는 중심언어로 정착시켜야 한다.

대체에너지란 1970년대초 오일쇼크가 일어났을 때 만들어진 말로 석유를 대신한다는 의미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는 원자력과 폐기물 등도 대체에너지로 생각했고, 그후 원자력은 빠졌지만 폐기물에너지는 그대로 남게 됐다. 우리가 대체에너지라는 용어를 계속해서 사용하면 바로 이 용어가 만들어진 당시의 석유를 대신할 것을 찾는다는 인식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고, 이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방해가 된다. 반면에 재생가능 에너지라는 용어는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용어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 따라서 재생가능 에너지라는 용어의 확산은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확립의 전제조건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은 에너지의 이용효율을 높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다양한 장치를 통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이용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원단위를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효율향상의 잠재량은 상당히 크고 현재보다 효율을 4배로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축물의 에너지 규정을 강화하여 건물의 제곱미터당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면 난방에너지 사용을 감소시킬 수 있고, 전기 제품의 에너지 이용효율과 자동차의 연비를 높이고 대기전력 소비를 줄이면 에너지 소비를 그만큼 더 낮출 수 있다. 또한 생태적 세제개혁을 도입해서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의 가격을 높이면 이들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과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산을 유도할 수 있다.

셋째, 현재 정부에서 개정하려 하는 대체에너지 촉진법에 의한 대체에너지이용 발전전력을 전력판매회사에서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바꾸어야 하고, 구매단가를 조정해야 한다. 산업자원부에서는 풍력과 소수력은 중유발전을 기준으로 산정했고, 태양광 전기는 주택용 중간 판매단가를 기준으로 산정했는데, 이 가격은 재생가능 전기의 생산원가를 만족시키는 수준이 아니다. 가장 바람직한 구매방식은 독일에서 시행하는 생산원가를 보장하는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인데, 이 제도의 시행이 쉽지 않다면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할 경우 얻어지는 환경친화적인 효과를 고려해서 재생가능 에너지 보너스를 기준 구매가격에 덧붙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이 에너지 과소비를 부르는가

넷째, 현재의 심야전력 판매제도를 폐지하든지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2000년 심야전력 소비량은 1999년 대비 107% 증가한 6천8백34GWh였다. 이렇게 두배 이상 증가한 이유는 석유가격이 상승한 반면 심야전력 가격은 일반요금의 4분의 1도 안되는 킬로와트시당 23원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주택에서 심야전력 보일러를 설치할 경우 계약전력은 보통 주택보다 10배나 많은 25∼30kw에 달한다. 만일 전국적으로 1백만가구가 심야전력 보일러를 설치하면 계약전력은 최대 3천만kw가 되는데, 이것은 순수하게 숫자만 가지고 비교하면 원자력발전소 30개에 해당하는 것이다. 2000년 심야전력 소비는 전체 전력 소비 23만9천GWh의 약 3%에 달했다.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지만, 심야전력이 겨울철에만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양이다. 2000년 겨울 일부 지역에서 심야전기 수요가 여름철 최대수요보다 더 높았고 이를 위해 가스화력 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했다는 사실은 심야전기 제도가 에너지의 과도한 소비를 얼마나 조장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심야전기 제도를 폐지하거나 심야전기 가격을 크게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다. 시민들의 실천과 이를 통해 형성된 힘이 밑으로부터 올라와서 압력으로 작용해야만 국가도 이에 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그러므로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산과 이를 통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확립을 위해서는 시민운동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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