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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사법개혁, 이제 시작이다
[대학정론]사법개혁, 이제 시작이다
  • 전성인 / 논설위원·홍익대
  • 승인 2007.07.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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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이라는 표현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다. 법률서비스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법률서비스를 사고 판다는 개념 자체가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법률서비스의 공급자나 그들을 대표하는 이익단체들은 법률서비스를 시장경제의 논리에서 바라보는 것 자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법률서비스를 거래하는 시장도 엄연한 시장이다. 다만 다른 시장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법률서비스의 수요자와 공급자간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심하다는 점이다. 법률서비스의 수요자는 법률서비스를 공급하는 변호사의 능력이나 성실함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법률시장은 의료서비스를 거래하는 의료시장과 매우 유사하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하면 별도의 교정 장치가 없는 한 시장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법률시장은 전통적으로 이런 문제점을 직업윤리와 평판으로 해결해 왔다. 변호사들의 모임인 대한변호사협회가 일종의 자율규제기구 역할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하다고 해서 통상적인 시장논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법률시장도 수요가 증가하면 법률 서비스의 가격이 상승하고 반대로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은 하락한다. 또 좋은 서비스를 공급하는 변호사는 결국 번성하게 되고 열등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경쟁의 전파를 저해하려는 기득권 계층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신규 변호사수 증가를 사실상 억제하려는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경쟁촉진과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법률시장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을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 역시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변화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부분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법률시장과 관련하여 직업윤리와 시장원리중 지나치게 직업윤리에만 의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사법개혁법안이 통과하고 로스쿨제도가 시행되게 되면서 상황은 변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법률시장의 개방 역시 경쟁을 촉진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다. 법률서비스의 공급자들은 무턱대고 경쟁을 반대하기 보다는 경쟁의 물결에 재빨리 적응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정부 역시 옛날보다 할 일이 더 많아졌다. 변호사의 공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법률시장에서의 경쟁이 강화되면서 경쟁을 관리해야 할 부담도 함께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 넋 놓고 있다가는 가장 강력한 로비능력을 가진 변호사들의 역공에 눈뜨고 코베이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진정한 의미의 사법개혁은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전성인 / 논설위원·홍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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