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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시장경제에 관한 단상
기고 : 시장경제에 관한 단상
  • 교수신문
  • 승인 2001.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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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9 00:00:00
전용덕 / 대구대 경제학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우리 나라의 政體임을 의심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시민의 힘으로 오랜 독재를 종식시키고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실질적인 정권교체를 실현했으므로 우리의 다음 과제는 명실상부한 시장경제를 창달하는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자유시장경제의 줄임 말이고 특히 자본주의와 동의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시장경제 또는 자본주의란 주지하듯이 자산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리고 사적 소유권 보호를 위해 무엇보다 계약 자유의 원칙은 필수이다.

왕보다 호화로운 노동자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시장경제가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위대한 사상가, 경제학자이자 고전적 의미의 자유주의자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자유주의’라는 저서에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분업에 바탕을 둔 사회조직으로서 유일하게 실현 가능한 제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산 또는 생산수단을 공동소유로 하거나 사적소유로 하는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미제스는 “사회는 사유재산이라는 기초 위에서만 존속 가능하다”고 단정짓는다.

오늘날의 노동자는 고대국가의 왕보다 훨씬 더 부유하고 호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왕은 수많은 노예를 부렸지만 노동자는 자신을 위하여 한 명의 노예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왕보다 더 부유한 삶을 누리는 것은 자유노동이 노예노동보다 생산성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고, 자유노동은 시장경제라는 제도에서만 가능하다. 자유노동에서 보듯이, 사유재산에 기초한 사회조직인 자본주의는 분업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시킨다. 그러한 높은 생산성이 오늘의 문명화된 사회를 존립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 점은 공동소유를 택할 경우에 일어날 결과와 비교해보면 더 분명해진다. 만약 자신의 노력으로 번 것을 모두 국가나 지역의 공동소유로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도 일부는 그래도 열심히 일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기껏해야 일시적일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대부분의 사람이 결코 열심히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공동소유가 사회조직으로서 실현 가능하지 않는 기본적인 이유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과 북한의 참담한 오늘의 실상이 공동소유 제도의 실현 불가능성을 입증해 준 좋은 증거이다.

빈곤의 해방과 시장경제

그러므로 우리가 빈곤에서 해방되고 야만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시장경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비록 자본주의가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간섭주의, 통제주의, 평등주의, 복지국가주의, 조합주의 등은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사회주의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시장경제는 기본적으로 물질적인 삶과 관련한 사회적 협동체계이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결코 물질적인 삶만을 위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의 창달로 인하여 물질적으로 풍부해지면 정신적으로 더 여유 있어질 수도 있다. 만약 생활이 이전보다 넉넉해져서 오페라라도 감상한다고 생각해 보라. 또 자발적인 교환을 기초로 한 자유시장경제는 질서, 협력, 다양성과 같은 인류 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포용한다.

통일의 기반 시장경제

물질적 풍요와 다양한 문화를 위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경제를 우리는 어느 정도 실현하고 있을까. 외형적으로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라 하더라도 자산의 사적 소유권을 보호하는 정도는 모두 다르다. 그리고 그것은 시대적으로도 같지 않다. 우리나라는 명목상으로는 시장경제를 지향하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자주 사적 소유권을 파괴하고 있는가. 계약 자유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있는가. 우리가 이렇게 시장경제 제도를 파괴하면 할수록 정보통신이 발달한 세계화 시대에는 시장경제 제도를 충실히 이행하는 다른 국가에 추월 당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세계화란 시장경제 체제를 창달하는 경쟁 즉, 정치가 아닌 경제 체제 경쟁의 다른 이름이 아니고 무엇인가.

끝으로 단순히 앞에서 지적한 일반적인 이유만으로 시장경제가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언젠가는 우리도 통일을 이루어야 하고 통일 이후의 안정된 체제를 위해서도 명실상부하고 튼실한 시장경제는 더 없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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