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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식 사회·경제모델 제대로 알고 비판해야”
“유럽식 사회·경제모델 제대로 알고 비판해야”
  • 강민규 기자
  • 승인 2007.06.25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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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탐방]창립 50주년 맞은 한국사회학회

사회학이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던 1957년, 연구자 28명으로 출발해 어느덧 1천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학회’가 된 한국사회학회. 산업화, 민주화가 진척된 지난 50년 동안 사회학은 학문적 변혁이론 제공 등 우리 사회에 기여해온 바가 크지만 최근에는 지망학생 감소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사회학회의 다짐은 각별하다.

가장 큰 목표는 한국사회에서 담론형성을 주도해왔던 과거 사회학의 선도적 지위를 회복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학계의 울타리에만 갇히지 않고 구체적 정책을 생산해내는 일이 절실하다. 사회학은 어느 학문에 뒤지지 않을 만큼 폭넓은 분야를 망라하는 학문이기에 대안 제시에 요구되는 상상력의 기초는 탄탄하다.
올해 한국사회학회가 선점하고자 하는 주요 이슈는 대안적 사회·경제 모델과 다문화사회다.

전태국 한국사회학회장(강원대·사진)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대세이므로 피할 수 없다고들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독일, 스웨덴 등 사회성과 연대를 강조하는 유럽모델을 제대로 소개해보겠다”고 밝혔다. 유럽모델은 아직 그 실체가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설익은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 한국사회학회는 오는 9월 독일, 영국, 멕시코 등 각국의 사회학자들을 초청해 다양한 사회·경제모델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 학회장은 또 다문화사회에 대해서도 “동남아 노동자, 탈북자 등 외국인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단일민족중심주의를 고집하는 대신 사회통합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학문후속세대 양성도 한국사회학회가 집중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망학생 감소는 학문의 왜소화를 낳을 뿐 아니라 젊은 학자 수급에도 위기를 초래해 사회학이 현실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사회학회는 올해 ‘장기발전위원회’를 꾸려 사회학 전공자 취업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경제학, 행정학 전공자들 위주로 구성된 국책 연구기관만 ‘뚫어도’ 젊은 사회학자들의 일자리는 많아진다. 전 학회장은 “사회학 전공자에게 국가인증자격증을 부여해 취업을 돕는 일본 사례 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사회학회의 자랑거리 1호는 학문적 엄격성과 순수성이다. 학회지인 <한국사회학> 등재논문 심사가 무척 까다롭고 정치인이나 관료 등이 상당수 포진해 있는 다른 사회과학학회들과 달리 전문적 학자들로만 구성돼있다.

일 년에 두 번 열리는 전국사회학대회에서 매번 수백 편의 논문이 발표될 만큼 높은 열정과 가능성을 품은 한국사회학회가 ‘비인기’의 위기를 딛고 우리 사회의 열망, 욕구, 분노를 민감하게 감지해내는 ‘사회적 지진계’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사회학회는 지난 22~23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2007년 전기사회학대회와 창립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강민규 기자 scv21@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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