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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진단]학부제 어디로 가고 있나4-학부제로 얻은 것
[집중진단]학부제 어디로 가고 있나4-학부제로 얻은 것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10.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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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9 00:00:00
2000학년도 연세대 사회계열에 입학한 이 아무개군. 어렸을 때부터 신문기자가 되기를 꿈꿔왔던 이 군은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겠다고 마음먹어왔다. 그러나 전공배정에서 정작 이 군이 선택한 전공은 경제학.

연세대 사회계열에 입학한 이후 1년 동안 학부대학에 속해 있으면서 전공을 탐색하고, 학사지도교수와 면담한 결과 신문방송학 전공의 교과과정이 언론사 기자시험과 밀접한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입사시험에서 치르는 국어, 영어, 시사상식은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사항이고 여기에 나름대로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야 하는데 이군이 희망하는 경제전문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신문방송학과 관련된 강의를 추가로 듣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학점에 따라 전공배정을 하는데 신문방송학보다 경제학이 커트라인이 훨씬 낮아 전공선택에도 유리했다.

각 대학마다 학부제로 몸살을 앓으면서 대학 안팍에서 학부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 대학교수 1천4백75명이 “기초학문이 고사위기에 처했다”며 ‘모집단위 광역화와 학부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와 국회에 제출하는가 하면, 교육관련단체의 학부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 9월에 끝난 2001년도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설훈 민주당 의원은 “학문편식이 도를 넘었다”며 교육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들에도 불구하고 학부제 시행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도 없진 않다. 앞서 이 군의 경우도 전공선택에 앞서 탐색기간을 주는 학부제 덕분에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다.

전공선택에 적성 반영

연세대는 지난 2000년 3월과 10월, 11월 3번에 걸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희망전공을 조사한 결과 전체학생의 48%가 입학당시와 다른 전공을 희망했다. 인문계열 대부분의 학생들이 입학당시에는 영어영문학이나 심리학, 사회학을 희망하고 비인기 전공은 거의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학부대학에서 1년 동안 전공탐색과정을 보낸 이후 영어영문학을 지원했던 학생이 불어불문학을 지원하고, 중어중문학을 지원했다가 사학으로 바꾼 사례가 많았다. 취업에 유리한 전공분야로 몰리는 경향은 뚜렷하지만 적어도 학생들이 교과과정과 이후 전망에 대해 한결 나은 정보를 가지고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

연세대는 전공배정결과 95%의 학생이 3지망 내에서 전공을 배정 받았다고 밝혔다. 전공신청에 앞서 전공별 커트라인이 학생들 사이에서 유포돼 학점이 낮은 경우 인기전공을 미리 피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학부제가 학생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는 데 학과제보다 유리한 제도임에는 분명하다.

관련성이 밀접한 학문들이 학부제로 통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는 공학분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연구과제로 ‘학부제운영성과’를 연구한 윤현숙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학부제를 통해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을 도모할 수 있어 교수들의 연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소규모 학과제에서 생긴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이를 통합함으로써 연구여건이 좋아진다는 것. 특히 “지방대의 경우 대학원생이 없어서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학과제로 운영한다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사회학분야와 달리 공학분야에서는 학부제가 비인기 전공을 유지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성과 논하기는 아직 시기상조

학부제와 모집단위 광역화를 시행하면서 생기는 이점은 학문외적 부분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9월 개최한 ‘학부제의 성과와 개선방향’ 정책포럼에서 윤신일 강남대 총장은 “자원의 공동운영으로 재정운영이 효율화 됐다”고 밝혔다. 강남대의 경우 7개 단과대학을 3개 대학으로 통합하면서 지원체제가 효율화 됐다는 것. 강남대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들이 학부제로 구조조정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학부제로 몸살을 앓았던 한 지방 사립대학의 교무처장은 “대학입장에서는 교육부의 행·재정 지원과 더불어 구조조정의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일부 비인기 전공에서 학문의 위기를 지적하지만 대학차원에서는 전략적인 부분을 강화함으로써 특성화의 길을 열었다고 보기도 한다. 윤 총장은 “특성화의 길로 갈 수 있는 모멘트를 제공한 것이 학부제의 도입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관련 전문가들은 “학부제의 성과나 공과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데 의견을 함께한다. 무엇보다 학부제를 통해 배출된 졸업생들이 학과제 하의 졸업생보다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사회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 교육부도 이러한 논리에 크게 기대고 있다. 대교협이 주최한 정책포럼에서 엄상현 교육인적자원부 학술학사제도과장은 “학부제와 모집단위 광역화 모두 대학교육과 학문연구 발전에 주는 장점이 있고 그 장점은 취할 필요가 있다”며, “부작용은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대상이지 제도를 부정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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