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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 다룬 유일한 저서…오류 많아 아쉬움
‘호적’ 다룬 유일한 저서…오류 많아 아쉬움
  • 교수신문
  • 승인 2007.06.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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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호적> 손병규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

당대의 역사학자에게 주어진 의무는 前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실체(정치·경제·사회·문화 등)를 밝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적합한 자료를 선택해야하고, 그 다음은 선택한 자료를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밝히기 위한 최적의 자료는 호적대장(戶籍大帳)과 호구단자(戶口單子)·준호구(准戶口) 등과 같은 호적류이다. 이에 조선시대 전공자들의 다수가 호적자료에 관심을 가져왔고, 이를 연구에 적극 활용하였다. 평자 또한 그 다수를 이룬 하나이며,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러하다.
최근 손병규 교수가 경상도 단성현(丹城縣)의 호적자료를 통해 ‘조선의 문화사’를 책으로 엮어 냈다. 8년 전부터 시작된 단성현호적대장의 전산화(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의 결실들 가운데 하나라 하겠다. 이 책이 지니는 가장 큰 역사성은 최홍기 교수가 <한국호적제도사 연구>를 1997년에 수정 재발간한 이후, 호적을 주제로 한 유일 저서라는데 있다.
또한 이 책이 지닌 특징은 일반인을 염두에 둔 대중서의 성격을 지니고 기획 편찬되었다는 점이다. 시대의 조류가 딱딱한 전공서의 설 자리를 허락치 않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기획 의도와 달리 이 책은 대중서도 아니고 전공서도 아닌 어중간한 모습으로 태어났다.
이 책의 목적은 크게 호적이란 무엇이며, 호적에 담긴 내용들과 담기지 못한 내용들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목적을 제대로 이룬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독자가 흥미를 갖고 빠져들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호적 연구자 및 조선시대 전공자들에게도 적당한 평가를 받지 못할 것 같다. 평자가 이렇게 평을 할 수 밖에 없는 데에는 이 책을 오랜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읽지 못한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책의 요소요소에 너무 많은 오류와 오해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들을 모아 지적을 하고 수정을 하는 글을 모으면 이 책과 비슷한 분량의 책을 꾸밀 정도인데, 그 몇몇을 지적하기에 앞서 우선 무엇보다 눈을 찌푸리게 하는 것을 들면 註의 처리 방식이다.
이 책은 전공서의 성격도 다소 지녔기에 적지 않은 주가 달려 있다. 주는 선행연구의 내용을 빌리거나, 자료를 소개하거나, 본문에서 풀기에는 적합지 않은 내용을 추가하는 등등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필요한 데에는 주를 달지 않은 반면, 필요 없는 데에는 주가 달려 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 심지어 엉뚱한 주가 달려 있는 곳도 보인다. 설마 그러했을까 하겠으나, 마치 몇몇 특정 연구성과만을 의도적으로 소개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오류·오해를 발견해 보자. 지면이 허락지 않아 몇 가지 부분에 국한한다. 저자는 조선시대 과거제도 중 初試에 합격한 자를 ‘생원’이라 하며, 覆試에 합격한 자를 ‘진사’로 설명하고 있다(책, 74쪽). 평자는 저자에게 <경국대전> 관련 조목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 그 보다는 손쉽게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되겠다. 생원과 진사는 모두 복시에 합격한 자에 대한 호칭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생진과(生進科: ‘사마시’, ‘소과’라고도 함) 초시에 합격한 자를 생원이라 호칭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저자는 경상도 언양현(彦陽縣) 호적에서는 호의 구성원 가운데 비혈연 가족인 ‘挾人’이 등재된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책, 412쪽), 평자는 1861년도 언양현호적에서 확인되는 협인 등재호(90호) 가운데 80%(70호)가 主戶와 친족(즉, 혈연)관계를 이루고 있었음을 실증한 바 있다(<조선 후기 경상도 언양지역 ‘主-挾’형 가호의 族的 결합양태>, 2002년). 호적을 주제로 한 책을 집필한다면, 관련된 선행 연구가 뭐가 있는지 찾아보고 읽어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느낌을 받은 선행 연구자는 평자 한 명만은 아닐 듯싶다.

임학성 /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필자는 인하대학교에서 ‘17,18세기 단성지역 주민의 신분변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주요저서로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공저)> 등이 있고 한국역사민속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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