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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학적 분석에서 철학적 접근으로 대중화
생리학적 분석에서 철학적 접근으로 대중화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7.06.11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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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연구’ 서적 어떻게 진화했나

2002년 7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가 번역 출판됐다. 이때만 해도 ‘뇌’는 과학소설 소재로 자주 등장해 극도로 발달된 지능에 대한 대중적인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베르베르는 물리적으로 분석된 뇌에 대한 정보에 따라, 가상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펼쳐보였다.
<뇌>는 인간이 추구하는 쾌락의 원인은 뇌의 신호에 있다는 점과 몸체가 없는 뛰어난 지적 능력이 정보기술과 만났을 때 일어날법한 테크노포비아를 흥미롭게 그려준다.
뇌를 다룬 서적은 소설 전에도 꾸준히 출간돼 왔다. 정량화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도, 뇌연구가 발전하면 정량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이 언제나 흥미롭기 때문이다. 뇌를 다룬 책들은 뇌 기능분석에서 마음에 대한 이해로, 또 철학적 접근으로 점차 발전돼 가고 있다.

<데카르트의 오류>(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김린 옮김, 중앙문화사, 266쪽. 1999.07.31.)의 부제는 ‘감정, 이성 그리고 인간의 뇌’다. 다마지오는 이성과 감정을 분리할 수 없다고 했다.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에 심리적인 정서 상황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특히 무의식적인 의사결정과정은 잠재의식속 과거 경험 정보가 작용한다고 말한다. 다마지오는 이성과 감성을 분리한 데카르트에게 실험데이터라는 직격탄을 날려 뇌연구의 대중화를 열었다.

<브레인 스토리>(수전 그린필드 지음, 정병선 옮김, 지호. 2004.8.6.)는 뇌수술과 관련된 놀라운 임상실험 상황을 중계했다. 알츠하이머, 파킨슨씨병 연구자인 그린필드는 의식이 있는 환자의 두개골을 연 채로 시행한 뇌종양 수술을 보여준다. 뇌 표면에 닿은 메스의 위치에 따라 인간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자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간 네트워크처럼 ‘관계’하고 있다고 제안한다. 이 책은 BBC가 방영한 뇌 다큐멘터리를 위한 해설서로 출간됐다.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성영신 등 엮음, 해나무, 472쪽. 2004.10.20.)은 한국의 의학, 심리학, 교육학 전문가들이 뇌에 대해 논한 글을 엮은 책이다. 활발한 뇌에 대한 연구에도 대중적인 책이 없는 한국에서 뇌연구만을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로 심리학자들이 주축을 이뤄 뇌의 기능과 마음의 흔들림을 분석했다. 너무 많은 필자들이 각자의 연구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리포팅에 그쳐 백화점식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마인드 해킹>(탐 스태포트, 매트 웹 지음, 최호영 옮김, 황금부엉이. 2006.3.30.)은 서적을 통해 뇌실험을 할 수 있다. 지각현상 1백가지를 사고실험을 통해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책에서 제안하는 실험을 따라가면 독자들은 자신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스태포트는 공학설계사이며 웹은 심리학자로 두 사람의 학제적 연구의 성과물이다. 실험의 기반은 뇌과학·인지심리학·신경과학 등이다.

<뇌의 문화지도>(다이앤 애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 작가정신. 2006.4.10.)는 심리학·생리학·신경생물학 등의 지식을 통해 뇌의 △생성과 진화 △기억, 자아, 꿈, 공포감, 정체성의 본질을 논한다. 수필가 애커먼이 뇌의 물리적 기능과 능력, 자아, 감정, 언어, 문화 등과 연계된 뇌의 능력을 편안한 문제로 다뤘다.

<사랑에 빠진 뇌>(박찬웅 지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193쪽. 2007.02.20.)는 ‘사랑과 뇌의 과학적 접근’이다. 非물질의 마음을 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박찬웅은 마음과 몸의 관계 문제, 의식적 느낌이 신경활성의 이차적 효과인가 등에 대해 고민했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소소. 2007.3.25.)는 역설계의 방법으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에 대해 진화심리학 관점을 밝혔다. 저자는 뇌를 정보처리 기관으로, 사고를 연산으로 봤다. 마음은 이들 연산의 여러 모듈 중에 하나이며 모듈은 유전자 프로그램에 따라 지정된다고 했다.

<꿈꾸는 기계의 진화>(로돌포 R. 이나스 지음, 김미선 옮김, 북센스, 420쪽. 2007.)는 미국 신경학의 관점으로 철학을 뇌과학의 확대경으로 분석했다. 이나스는 뇌는 폐쇄적인 기계가 아니라 정신과 물질이 상호작용해 발전하는 존재라면서, 마음은 심장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발생된다고 말한다.

<의식의 재발견>(마르틴 후베르트 지음, 원석영 옮김, 프로네시스, 308쪽. 2007.)은 독일 철학에 따라 비교분석으로 뇌과학과 철학을 다루고 있다. 뇌과학에 대한 철학적 접근은 신선하지만 결과는 용두사미로 보인다.

<스피노자의 뇌>(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임지원 옮김, 사이언스북스, 416쪽. 2007.)를 쓴 다마지오는 인간이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겪는 ‘느낌’의 실체를 연구한다. 뇌주사로 뇌의 기능지도를 그리던 저자의 결론은 어느새 스피노자의 철학에 다가갔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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