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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와 정신치료
책읽기와 정신치료
  • 김정근 서평위원 부산대
  • 승인 2001.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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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수상]
김정근 (서평위원 부산대)

책읽기의 효용성과 관련하여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여름 동안 책읽기를 통한 정신치료(bibliotherapy)를 과제로 삼는 두 건의 모임이 있었다는 소식에 접한다. 7월에는 어린이문학교육 연구자들로 구성된 독서치료연구회 주관으로 이 분야에서는 드물게 ‘독서치료의 가능성 탐색’이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있었다. 8월에는 문헌정보학 연구자들과 도서관 현장의 사서들을 중심으로 독서요법연구회(가칭)의 발족을 위한 준비 모임이 있었다.

독서치료연구회는 어린이를 관심의 대상으로 했으며 문학자료를 매개체로 삼고 있다. 독서요법연구회 측은 도서관의 이용자가 되는 전연령층을 봉사의 대상으로, 매개체도 문학자료에 국한하지 않고 정신치료와 관련이 있는 전영역을 포함할 것을 밝히고 있다. 양측 모두 ‘마음의 상처’와 ‘심리적 장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음의 상처, 특히 장애 상태로까지 발전하는 심한 상처는 어디에서 오는가? 정신분석학에서는 영유아기 내지 소년기에 가정에서 받는 충격이 ‘주범’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술먹고 고함치는 아버지, 우는 어머니, 꼬장꼬장 어렵기만한 할아버지, 잔소리 많은 할머니, 편애하는 어른들, 부모의 가난, 파산, 잦은 이사 따위, 우리 가정에서 흔히 있을 수 있고 또한 무심코 저지르기도 하는 일들이 어린이에게는 상처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상처의 충격은 잠복기를 거쳐 청소년 후기 내지 성인 초기가 되면 서서히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여 일생 동안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심한 경우 우울증, 강박장애, 편집성장애 등 수없이 다양한 정신적 장애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지난 여름에 나온 두 종의 책은 우리 가정이 아이들에게 상처의 원천이 되고 있음을 강력하게 증언하고 있다. 이호철이 쓴 ‘학대받는 아이들’(보리 刊)은 어른들이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 말이나 무의식중에 보인 행동이 아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게 되는지를 아이들 자신의 말을 통해 보여 준다. 가정 속의 위장된 폭력성이 어떻게 한 아이로 하여금 가정 전체를 파멸의 길로 이끌어 가게 했는지에 대한 극적인 사례가 이훈구가 쓴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이야기 刊)에 나타나 있다. 이 책은 한 때 세상을 떠들석하게 한 명문대생 이은석의 부모살해 사건을 분석해 낸 경우이다.

책읽기를 통한 정신치료 연구자들이 다른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과 더불어 사람들 마음의 상처와 장애를 치유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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