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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시각장애인 김영일 조선대 교수
[화제의 인물] 시각장애인 김영일 조선대 교수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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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7 12:08:03

휠체어로 미 대륙을 횡단한 하반신 마비 대학생, 산꼭대기를 혼자서 오른 시각장애인, 의족을 달고 야구장에서 시구를 한 꼬마. 사람들이 이들에게 감동하는 까닭은 고통과 장애를 딛고 올라선 그들의 용기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무는 가능성 때문이다.

김영일 조선대 교수(35세·특수교육과)에게 시선이 쏠리는 이유 또한 그가 보통사람보다 몇 배는 힘든 학문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네 번째 시각장애인 교수이다. 인식이 많이 변했다지만, ‘시각장애인 교수’는 아직까지 특이하게 비치는 것이 사실. 그러나 김교수는 호기심 찬 시선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관심은 곧 ‘장애인 전체’에 대한 관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장애인 스스로 설 수 있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회가 장애인을 받아들이기 위해 얼마큼 준비하고 있는가도 중요하지요. 장애인은 자기계발에 노력하고 사회적으로는 충분한 지원을 하면서, 두 방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교수는 서울 맹학교, 연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에 유학한지 8년만에 교육학 박사 학위를 따고 올해 5월 돌아왔다. 그에게 한국은 ‘정보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한국사회는 시각장애인들의 ‘보고싶은 열망’에 냉혹하리만큼 무심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장애인’이라면 대개 ‘지체장애인’을 떠올리는 비장애인의 편견을 지적한다. 장애의 유형은 대단히 다양하며, 시각장애라 해도 정도가 다 다르다. 장애 유형에 따라 특성에 맞는 제도개선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는 매주 12시간씩 학생들을 만난다. 전공인 ‘시각장애 교육’ 시간에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철학을 풀어낸다. ‘점자 및 보행지도’ 과목은 실기과목으로, 특수교육과 학생들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준비된 학생들이라 서로의 교감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에게는 앞으로 연구하고픈 주제가 몇 가지 있다. 시각장애 관련 연구원들의 요구조사가 가장 시급하고, 박사학위 주제인 ‘시각장애 청소년의 자기주장훈련’ 프로그램을 우리나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보고 싶은 생각도 굴뚝같다.

김교수는 즐겁게 수업하며, 축제 때 학생들이 따라주는 술도 한잔 걸치면서 대학교수로 사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빛깔을 직접 볼 수 없는 것이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김교수의 목소리는 가을하늘처럼 맑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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