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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 진영의 지형도
반자본주의 진영의 지형도
  • 강민규 기자
  • 승인 2007.05.14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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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反자본주의 사이먼 토미 지음 | 정해영 옮김 | 유토피아 | 2007

2000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 반대하기 위해 여러 NGO 소속의 외국인 2백여 명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한국 활동가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하고 노동, 인권, 환경 등 13개 분야에 걸쳐 워크숍을 열었던 이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상을 바꾸자’,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구호는 같았지만 각 조직들의 궁극적인 활동목표는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反자본주의라는 기치 아래 모일 수 있는 운동은 맑스주의, 무정부주의, 생태주의, 사파티즘 등 실로 다양하다. 반자본주의 활동가나 관련 분야 연구자가 아닌 이상 이 운동들이 지향하는 바는 각각 무엇이며 어느 지점에서 합류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반자본주의>는 자본주의 반대 진영의 운동 지형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어 이러한 작업에 큰 도움을 준다. 저자는 “반자본주의 운동의 계기와 지향점을 궁금해 하는 초보자,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운동들을 더 알고 싶어 하는 활동가를 대상으로 썼다”고 밝혔다.

책은 우선 1장에서 반자본주의의 공격 대상인 자본주의가 어떻게 굴러가는 체제인지부터 살펴본다. 임금 노동, 이윤 창출, 치열한 경쟁을 조건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현재 제도정치 영역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2장에서는 반자본주의 운동이 어떤 형태로 형성되고 진행돼왔는지를 살펴본다. 1968년 파리에서의 봉기와 1999년 시애틀 시위가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비공식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3장과 4장은 반자본주의 운동의 지형도다. 저자는 개혁-급진, 이데올로기-탈이데올로기라는 두 잣대로 사분면을 만든 후 여러 반자본주의 운동들을 그 틀 위에 자리매김한다. 예를 들어 마르코스의 사파티즘은 급진적이면서 탈이데올로기적인 운동으로, 사민주의는 개혁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운동으로 분류된다. 5장은 향후 반자본주의 운동의 전망이다. 운동은 불확정적이지만 그것을 새로운 가능성의 징후로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저자에 따르면 ‘정치 영역’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영역’에 결코 투항하지 않았다. 종속돼버린 건 제도정치일 뿐이다. 세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비공식 정치’가 전 지구적 신자유주의화를 어떻게 막아낼지 지켜볼 일이다.           

강민규 기자 scv21@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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