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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이후 198명 재임용 탈락 … 복직 향한 ‘외로운 전쟁’
2000년이후 198명 재임용 탈락 … 복직 향한 ‘외로운 전쟁’
  • 강민규 기자
  • 승인 2007.04.02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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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교수 현황과 실태 분석
정년을 4년 앞둔 지난해 4월 파면 당했다는 정헌석 성신여대 교수(경영학과). 파면 당시 교수평의원회장으로 재직 중이던 정 교수는 재단 측이 교수·보직 임면권을 이사회로 귀속시키는 데 반발해 재단 이사진 퇴진을 주장하다 업무방해죄 등으로 직위해제 됐다. 정 교수는 지난달 28일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이하 소청위)로부터 ‘파면조치 취소’ 결정을 받아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소청위의 결정에 따라 해직 교수를 복직시키는 대학은 드물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사실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지만 계속 싸워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기 전 평택대 교수(종교학과)는 재임용 소송에서 학교가 정한 재임용 심사 기준을 받아들인 1심 재판부로부터 지난해 패소 판결을 받았다. 학교 측의 재임용 심사에 사용된 평정표에서 김 전 교수는 교내 보직 및 위원회 활동 여부, 공익단체 자문활동 여부 항목에서 점수를 얻지 못해 기준점수 미달로 재임용 탈락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대학교원 기간임용제가 도입된 1975년부터 2007년 1월까지 대학 당국의 재임용 거부로 인해 학교를 떠난 교수는 4백92명에 달한다. 그 중 40%가 넘는 1백98명이 2000년 이후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들이다. 해직 교수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김명호 교수 사건과 해직교수 문제’ 공개 토론회가 김명호교수구명과 부당해직교수복직 및 법원과 대학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주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홍성학 전국교권수호교수모임 공동대표(주성대학 산업시스템경영과)는 최근 해직교수 현황과 대응 활동에 대해 발표했다.

홍 교수는 “대학들이 표면적으로는 교수업적평가를 통해 재임용거부나 직권면직 처분을 하지만 이는 사실 학내 민주화나 윤리적 경영을 요구하며 학교 측의 심기를 건드린 데 대한 보복성 처분의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5년 1월 개정된 구 사립학교법 이전의 재임용제도에 의해 탈락된 교수에 대해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해 재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결과 3백9명이 소청위에 재심을 청구했고, 이 중 41%에 달하는 1백27명에게 ‘재임용 거부 처분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 통계치를 통해 그 동안 대학들의 재임용 심사가 상당 부분 자의적으로 이뤄졌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1백27명 중 실제로 재임용된 교수는 11명에 불과하다. 특히 국·공립대의 경우 사망이나 정년 초과와 같은 사유가 없는 이상 100% 복직됐지만 사립대의 경우 재임용된 교수는 1백4명 중 5명(4.8%)에 그치고 있다. 대학들이 “소청위의 결정이 곧 재임용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시 소송을 제기하거나 재임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05년 1월 일부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교원 재임용 심사요건과 절차에 대해 과거보다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연구실적과 같이 비교적 객관적인 지표에 의하지 않으면 대학이 쉽게 재임용을 거부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최근에는 폐과나 정원감축 등 ‘대학구조조정’이라는 명목 아래 자리를 잃는 교수가 많아지는 추세다. 홍 교수는 “소청위에 소청을 제기한 재임용 관련 부당피해 사례 중 구조조정에 따른 면직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 교수가 다양한 불이익의 형태로 2차, 3차에 걸쳐 해직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남대 대덕캠퍼스 매입과정의 부정 의혹을 제기한 후 지난해 8월 해임된 강신철 한남대 교수(경영정보학과)는 ‘해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지난해 10월 대전지방법원에서 이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던 한남대 측은 올해 초 강 교수를 복직시키자마자 과거 징계 사실을 이유로 직위해제했다. 이 밖에 면직됐다가 복귀 후 재임용으로 탈락하는 경우, 동일사유로 두 번 면직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현재 해직 교수들의 신분상 불이익에 대한 대응방식은 크게 △소청위에 청구서 제출 △민사소송 제기로 나눠진다. 소청위 심사는 빠른 시일 내에 교수들에게 재임용 탈락 관련 결정을 내려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소청위에 청구서를 제출하면 60일에서 90일 내에 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청구한 교수에게 유리한 결정이 나올 경우 학교 측이 이를 따르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해 시간이 더 지연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 행정소송에서 해직 교수가 승소해도 학교 측이 이행하지 않으면 또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잦은 소송은 해직 교수의 시간과 자금을 허비하게 한다. 홍 교수는 발표에서 “교수 일인당 행정소송 3심에다 민사소송 3심을 다 거친다고 할 경우 그에 필요한 변호사 비용은 적어도 1천8백만원의 수임료에다 승소액의 5~10%에 달하는 승소수당이 든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해직 교수 복직을 위해 여러 대응책을 거론했다. 우선 대학들이 소청위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률안 추진이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교권수호교수모임은 소청위 결정 이후 대학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소청위 결정 이행을 분명히 하도록 하는 ‘강제이행법률’ 입법 초안을 이미 마련했다.
홍 교수는 또 ‘사립학교 교원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면직 등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지만 학과 구조조정으로 폐과나 과원(過員)이 생길 경우에는 예외’라는 사립학교법 제56조 1항의 단서 조항 개정을 주장했다. 학교 측이 자의적으로 폐과를 단행하거나 최소기준을 넘어서는 인원을 두고 ‘과원’이라고 주장하며 함부로 교수를 해임하는 일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도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원칙 없이 자행되는 구조조정 중단 △교수업적평가를 재단의 지배구조 강화 수단으로 악용하는 대학에 대한 감사 등이 대응책으로 거론됐다.    

강민규 기자 scv21@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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